1999년 인도에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우리별3호라는 인공위성을 인도 로켓에 실어 인도에서 발사했는데 이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가기 전에는 신비한 나라로 알려진 인도에 대한 호기심으로 설레었는데, 당시 출장은 인도에 대한 기대를 모두 날려 버렸다.
푹푹 찌는 더위와 목숨을 위협하는 무질서 및 질병, 엄청난 계급차별의 벽은 도대체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로켓을 쏘아올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만 낳았다.
당시 인도의 한국대사관은 기자들을 초청해 식사를 하며 글로 옮기기 힘든 인도 생활의 애환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다음날 직접 눈으로 본 인신매매된 세계 각국 여성들이 모여있는 집창촌은 충격이었다.
세계문화유산인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아그라에 갔을 때에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아그라에서 고용한 현지 가이드는 타지마할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알고보니 가이드는 인도 최고 계급인 브라만 출신이어서 노예보다 못한 불가촉천민인 외국인과 말을 섞지 않는단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공식적으론 폐지돼 노예계급인 수드라 출신의 대통령이 나와도 여전히 사람들의 머리 속에 뿌리깊게 박혀 생활을 지배한다.
나중에 들은 얘기론 어느 여기자가 브라만 계급 상인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가 뺨을 맞은 적도 있단다.
이런 저런 기억 때문에 인도라면 고개부터 젓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세 얼간이'(3 Idiots, 2009년)는 꽤 유쾌하게 봤다.
인도 명문공대에 입학한 세 젊은이가 공부의 중압감을 떨쳐내고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는 내용.
오로지 1등 만을 외치며 학생들을 매몰찬 경쟁으로 내몰아 자살하게 만드는 총장은 잇따라 학생들이 자살해 서남표 총장 퇴진을 외친 카이스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이를 통해 경쟁 위주의 교육제도가 갖고 있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무거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 명의 학생들이 벌이는 갖가지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인도 영화 특유의 춤과 노래를 버무려 이야기를 즐겁게 끌어간다.
다만 인도 영화들은 워낙 길다보니 170분이라는 런닝 타임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극장 상영회차를 위해 일부 뮤지컬 장면을 잘라내 140분으로 개봉했는데, DVD 타이틀은 무삭제인 170분으로 국내 출시돼 날아간 남녀 로맨스를 상징하는 뮤지컬 장면 등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블루레이였다면 색감과 샤프니스가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1장짜리 타이틀은 부록이 전무하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인도 작가 체탄 바갓의 소설이 원작이다. 체탄 바갓은 인도 공대와 아마다바드 인도경영대학원을 나와 국제투자은행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원작은 지난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이 영화는 극장 개봉에 앞서 불법 다운로드 파일로 이미 국내에 퍼져 타격을 입었다. 특히 극장 개봉시 30분 가량을 잘라내 오히려 불법 다운로드 파일만 못하게 됐다. 주연은 인도 최고의 흥행배우로 꼽히는 아미르 칸(가운데)이 맡았다. 그는 극중에서 대학생으로 나오지만 1965년생이다. 아미르 칸은 영화제 시삭싱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나타나는 것을 싫어해 이 작품 촬영 전에도 한동안 잠적하다시피 생활했단다. 이 작품으로 복귀한 그는 대학생처럼 보이기 위해 하루 4리터의 물을 마시고 계속 배드민턴을 치며 살을 뺐다고 한다. 여주인공 피아를 연기한 카리나 카푸르는 1980년생이다. 그는 영화인 집안으로 유명하다. 언니 카리스마 카푸르는 인도 영화계의 스타이며 아버지 란디르 캬푸르는 영화감독, 할아버지 라지 카푸르는 인도의 채플린으로 통하는 감독이자 배우다. 두 주인공의 사랑이 싹트는 뮤지컬 부분이 국내 극장 개봉시 삭제됐다는데, 이 부분으로 추정된다. 흥겨운 군무와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데 왜 하필 이 부분을 들어냈는 지 의아하다. 오히려 노래는 유명한 '알 이즈 웰'보다 더 귀에 들어온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역대 흥행 순위 1위에 올랐고,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인도 영화가 됐다. 인도의 향신료 이름을 따서 마살라 영화로도 불리는 인도 영화는 갑자기 뮤지컬처럼 춤과 노래가 튀어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전통 무용극 형태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래는 영화의 스토리를 이어주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다. 광활한 인도의 풍광도 등장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4000미터에 위치한 소금 호수인 라다크 지방의 판공초 호수도 나온다. 이곳은 날씨좋은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고 한다. 갖가지 에피소드와 막판 반전이 깨알처럼 엮인 영화다. 우리네 현실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어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우리별3호라는 인공위성을 인도 로켓에 실어 인도에서 발사했는데 이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가기 전에는 신비한 나라로 알려진 인도에 대한 호기심으로 설레었는데, 당시 출장은 인도에 대한 기대를 모두 날려 버렸다.
푹푹 찌는 더위와 목숨을 위협하는 무질서 및 질병, 엄청난 계급차별의 벽은 도대체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로켓을 쏘아올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만 낳았다.
당시 인도의 한국대사관은 기자들을 초청해 식사를 하며 글로 옮기기 힘든 인도 생활의 애환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다음날 직접 눈으로 본 인신매매된 세계 각국 여성들이 모여있는 집창촌은 충격이었다.
세계문화유산인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아그라에 갔을 때에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아그라에서 고용한 현지 가이드는 타지마할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알고보니 가이드는 인도 최고 계급인 브라만 출신이어서 노예보다 못한 불가촉천민인 외국인과 말을 섞지 않는단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공식적으론 폐지돼 노예계급인 수드라 출신의 대통령이 나와도 여전히 사람들의 머리 속에 뿌리깊게 박혀 생활을 지배한다.
나중에 들은 얘기론 어느 여기자가 브라만 계급 상인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가 뺨을 맞은 적도 있단다.
이런 저런 기억 때문에 인도라면 고개부터 젓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세 얼간이'(3 Idiots, 2009년)는 꽤 유쾌하게 봤다.
인도 명문공대에 입학한 세 젊은이가 공부의 중압감을 떨쳐내고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는 내용.
오로지 1등 만을 외치며 학생들을 매몰찬 경쟁으로 내몰아 자살하게 만드는 총장은 잇따라 학생들이 자살해 서남표 총장 퇴진을 외친 카이스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이를 통해 경쟁 위주의 교육제도가 갖고 있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무거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 명의 학생들이 벌이는 갖가지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인도 영화 특유의 춤과 노래를 버무려 이야기를 즐겁게 끌어간다.
다만 인도 영화들은 워낙 길다보니 170분이라는 런닝 타임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극장 상영회차를 위해 일부 뮤지컬 장면을 잘라내 140분으로 개봉했는데, DVD 타이틀은 무삭제인 170분으로 국내 출시돼 날아간 남녀 로맨스를 상징하는 뮤지컬 장면 등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블루레이였다면 색감과 샤프니스가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1장짜리 타이틀은 부록이 전무하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인도 작가 체탄 바갓의 소설이 원작이다. 체탄 바갓은 인도 공대와 아마다바드 인도경영대학원을 나와 국제투자은행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원작은 지난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이 영화는 극장 개봉에 앞서 불법 다운로드 파일로 이미 국내에 퍼져 타격을 입었다. 특히 극장 개봉시 30분 가량을 잘라내 오히려 불법 다운로드 파일만 못하게 됐다. 주연은 인도 최고의 흥행배우로 꼽히는 아미르 칸(가운데)이 맡았다. 그는 극중에서 대학생으로 나오지만 1965년생이다. 아미르 칸은 영화제 시삭싱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나타나는 것을 싫어해 이 작품 촬영 전에도 한동안 잠적하다시피 생활했단다. 이 작품으로 복귀한 그는 대학생처럼 보이기 위해 하루 4리터의 물을 마시고 계속 배드민턴을 치며 살을 뺐다고 한다. 여주인공 피아를 연기한 카리나 카푸르는 1980년생이다. 그는 영화인 집안으로 유명하다. 언니 카리스마 카푸르는 인도 영화계의 스타이며 아버지 란디르 캬푸르는 영화감독, 할아버지 라지 카푸르는 인도의 채플린으로 통하는 감독이자 배우다. 두 주인공의 사랑이 싹트는 뮤지컬 부분이 국내 극장 개봉시 삭제됐다는데, 이 부분으로 추정된다. 흥겨운 군무와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데 왜 하필 이 부분을 들어냈는 지 의아하다. 오히려 노래는 유명한 '알 이즈 웰'보다 더 귀에 들어온다. 이 영화는 인도에서 역대 흥행 순위 1위에 올랐고,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인도 영화가 됐다. 인도의 향신료 이름을 따서 마살라 영화로도 불리는 인도 영화는 갑자기 뮤지컬처럼 춤과 노래가 튀어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전통 무용극 형태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래는 영화의 스토리를 이어주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다. 광활한 인도의 풍광도 등장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4000미터에 위치한 소금 호수인 라다크 지방의 판공초 호수도 나온다. 이곳은 날씨좋은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고 한다. 갖가지 에피소드와 막판 반전이 깨알처럼 엮인 영화다. 우리네 현실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어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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