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캐서린 제타 존스 9

오션스 트웰브 (블루레이)

11명의 도둑들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홀라당 털어가는 유쾌한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 흠뻑 빠졌다면 속편 격인 '오션스 트웰브'(Ocean's Twelve, 2004년)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는 기대를 산산히 부서뜨렸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앤디 가르시아, 줄리아 로버츠, 캐서린 제타존스, 뱅상 카셀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무려 12명이나 출연했고, 감독도 전편을 만든 스티븐 소더버그가 다시 맡았는데도 불구하고 영화는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이유는 한 가지, 제작진이 스타의 후광에 기대 너무 안이했다. 이야기는 카지노를 털린 앤디 가르시아가 자신의 돈을 되찾기 위해 전편의 주인공들을 협박하면서, 주인공 일행이 돈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저 쟁쟁한 ..

사랑의 레시피

요리는 욕망의 모호한 대상이다. 비단 '나인 하프 위크'처럼 음식이 성적 욕망을 상징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영화속에서 요리는 때로 사랑의 매개체로, 때로 질투의 표상으로 둔갑하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지난해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라따뚜이' '식객' '불고기' 등 요리를 소재로 다룬 영화들이 쏟아져나왔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베를린영화제는 음식 소재 영화부문을 신설하기도 했다. 스코트 힉스 감독의 '사랑의 레시피'(No Reservations, 2007년)도 이런 흐름에 편승한 영화다. 일류 레스토랑 주방장인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가 자신의 삶에 뜻하지 않게 뛰어든 조카 조이(애비게일 브레슬린)와 자신의 주방에 불쑥 뛰어든 부주방장 닉(아론 애크하트)과 함께 하면서 복잡하게 얽힌 인생사를 풀어..

엔트랩먼트

숀 코네리가 직접 제작하고 주연까지 한 '엔트랩먼트'(Entrapment, 1999년)는 캐서린 제타 존스의 환상적인 몸놀림 때문에 유명한 작품이다. 유명한 여성 도둑으로 나온 제타 존스는 영화 속에서 도난 방지를 위해 그물처럼 설치한 적외선 탐지기를 체조선수 같은 몸짓으로 절묘하게 빠져나간다. 이 장면이 하도 유명해 영화 '가문의 부활'에서 그대로 흉내내기도 했다. 내용은 세계적인 남녀 도둑이 만나 불가능할 것 같은 물건을 훔치는 이야기다. 007처럼 다소 황당하고 억지스런 설정이 흠이지만 두 배우의 맛깔나는 연기 만큼은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오락물로서는 괜찮은 작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그저 그런 편이다. 샤프니스가 높지않고 색순도도 떨어진..

레전드 오브 조로

돌아온 '조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마틴 캠벨 감독이 만든 '레전드 오브 조로'(The Legend of Zorro, 2005년)는 졸지에 스파이물에 로맨스 코미디, 가족 영화가 뒤섞인 '스파이키드'다. 전작에서 춤과 칼솜씨로 매력을 뿜어낸 캐서린 제타 존스는 바가지나 긁는 아줌마가 돼버렸고, 난데없이 귀여운 꼬마가 가세해 어린 조로 흉내를 낸다. 여기에 '다빈치 코드' 이후 조류처럼 돼버린 이단 단체까지 등장해 미국을 사악한 권력의 손에 넘기려는 음모를 펼친다. 이쯤되면 조로는 더 이상 서민을 대신해 악당을 응징하는 홍길동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는 수퍼맨같은 존재가 돼버린다. 그만큼 과장된 이야기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액션도 요란하기는 하지만 전작만 못한 느낌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