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커스틴 던스트 9

멜랑콜리아 (블루레이)

비관과 우울의 음유시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만든 '멜랑콜리아'(Melancholia, 2011년)는 제목 만큼이나 우울하고 암담한 영화다. 영화의 전반부는 우울증에 걸린 여주인공 커스틴 던스트의 이야기로 진행되고, 후반부는 지구를 덮치는 거대 행성의 이야기로 흘러 간다. 즉, 우울증에 걸린 여인과 지구 종말이라는 두 가지 암울한 요소가 만나 무겁게 가라앉는 작품이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여주인공처럼 심한 우울증을 앓아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이 작품에는 그의 개인적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감독은 애써 희망을 이야기하거나 미화하려 들지 않는다. 어찌 세상이 즐겁고 희망 가득한 일 뿐이겠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감독은 지구의 종말이라는 다소 황당한 주제를 들어 이야기한다..

모나리자 스마일 (블루레이)

'죽은 시인의 사회'나 '코러스' 등의 영화는 한 사람의 교사가 여러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잘 보여준다. 마이크 뉴웰 감독의 '모나리자 스마일'(Mona Risa Smile, 2003년)도 마찬가지. 미국 동부의 전통 명문 여대인 웰슬리 여대에 미술 강사 왓슨(줄리아 로버츠)이 부임한다. 웰슬리 여대는 여성의 사회 활동보다 품위 있는 가정주부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강조하는 학교다. 하지만 왓슨은 틀에 박힌 생활과 사고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틀을 깨고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는 학교와 보수층 아이들에게 적이 된다. 언뜻보면 '죽은 시인의 사회'의 여성판 같다. 심지어 제도적 틀을 못견뎌 자의든 타의든 교사가 학교를 떠나는 결말도 닮았다...

쥬만지 (블루레이)

조 존스톤 감독의 '쥬만지'(Jumanji, 1995년)는 어려서 즐겨하던 주사위 게임을 소재로 다룬 가족영화다. '블루마블' 등 주사위 게임류는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만큼 칸을 이동해 정해진 보상이나 벌칙을 받는 식인데, 이 작품은 게임 속 내용이 현실로 일어난다는 점이 색다르다. 거대한 식인 꽃이 등장하고, 정글에 사는 동물들이 길거리를 휩쓴다. 무시무시한 곤충과 모기떼, 무지막지한 저격수까지 등장하니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이다. 그만큼 영화는 흥미진진한 주사위 게임과 각종 볼거리를 결합해 눈길을 끈다. 어려서 한 번 쯤 상상했을 법한 게임이 현실화된다는 내용을 그대로 옮긴 점이 히트 포인트다. 원작은 '폴라 익스프레스' 등으로 유명한 동화 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책이다. 요즘 영화..

브링 잇 온

페이튼 리드(Peyton Reed) 감독의 데뷔작 '브링 잇 온'(Bring It On, 2000년)은 치어리더를 소재로 다룬 하이틴물이다. 전국 고교 치어리더 대회를 앞두고 라이벌인 두 학교의 치어리더팀이 경쟁을 벌이는 내용의 이 작품은 대사처럼 '춤과 체조와 짧은 치마가 결합돼 즐거움을 주는' 영화라서 볼거리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묘하게도 경쟁을 벌이는 팀이 한쪽은 부유한 백인학교, 한쪽은 가난한 흑인학교라는 설정이어서 미국 사회의 단면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영화가 끝나고 흘러나오는 토니 베실(Toni Basil)의 'Mickey'를 오랜만에 들어볼 수 있는 점도 반갑다. 고교시절 들었던 '믹키'는 '99 루프트발룬'과 더불어 1980년대 중반의 대표적 히트곡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