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케이트 블란쳇 14

블루 재스민(블루레이)

우울한 재스민. 제목처럼 '블루 재스민'(Blue Jasmine, 2013년)의 주인공 재스민은 우울하다. 그의 우울은 극적인 신분 변화에서 찾아왔다. 뉴욕 상류사회에서 명품으로 휘감고 호화롭게 살던 재스민은 어느 날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이를 빌미로 급기야 헤어진다. 졸지에 남편의 집을 뛰쳐나온 재스민은 여동생에게 의지하기 위해 뉴욕의 부촌에서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허름한 동네로 옮겨간다. 그때부터 재스민의 생활은 생존이 된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며 스스로 돈을 벌어 먹고살아야 하는 생활전선에 뛰어들면서 급기야 재스민은 우울증 약까지 먹게 된다. 가진 자들에게 삶의 변화가 가져오는 충격이 얼마나 큰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그러면서 우디 앨런은 특유의 유머를 잃..

신데렐라 (블루레이)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만든 '신데렐라'(Cinderella, 2015년)는 '말레피센트'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미녀와 야수' '정글북'과 함께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으로 성공했던 작품들을 실사로 다시 만드는 작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내용은 그림 형제의 동화를 읽지 않았더라도 워낙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해 널리 알려져 있다. 계모의 구박을 받던 신데렐라가 요정의 도움으로 하룻밤 공주처럼 변신해 왕자의 무도회에 참가한 뒤 왕자의 아내가 되는 이야기다. 왕자는 무도회장에 흘린 유리구두의 임자를 찾아 사라져 버린 신데렐라를 다시 만나게 된다. 졸지에 하룻밤에 무도회가 사람 팔자를 바꿔 놓는 이야기 덕분에 벼락출세를 한 사람에게 곧잘 신데렐라라는 호칭이 따라붙는다. 이 작품은 철저하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재현에 ..

리플리 (블루레이)

이미 한 번 제작된 영화를 다시 만드는 리메이크는 두 배로 부담스럽다. 기존 작품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 특히 그 작품이 꽤 괜찮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면 부담은 더 커진다.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1999년)는 이 같은 부담을 뚫고 성공을 이룬 금자탑 같은 영화다. 밍겔라 감독은 작가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베스트셀러 소설 '리플리'를 토대로 만든 르네 클레망 감독의 명작 '태양은 가득히'(http://wolfpack.tistory.com/entry/태양은-가득히-블루레이)를 다시 만들었다. 하지만 '태양은 가득히'를 잊어도 좋을 만큼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 음악, 영상, 이야기 등 모든 것을 새로 구성했고, 그 결과가 아주 훌륭하다. 알랑 들롱..

한나 (블루레이)

영화 속에 여전사들이 등장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에이리언'부터 '지아이 제인''니키타' '툼레이더' '레지던트 이블' 등 숱하게 많다. 그런데 최근 여전사들이 어려지기 시작했다. '킥 애스'를 필두로 '서커펀치'에 이어 '한나'까지 10대 소녀들이 눈하나 깜짝 않고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다. 세상이 흉악해진 탓도 있지만, 신기한 볼거리와 자극을 찾는 요즘 영화들의 추세와도 무관치 않은 듯. 조 라이트 감독의 '한나'(Hanna, 2011년)도 마찬가지. 16세 소녀 한나는 숲 속에서 세상과 격리된 채 아버지와 둘이서만 살았다. 아버지가 그에게 가리킨건 필살의 격투기와 사격술. 아버지의 목적에 따라 숲에서 나온 한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세상과 충돌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탄생 비밀이 하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블루레이)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물었던 '봄날은 간다'가 이상이었다면,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하는 이 작품은 현실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9년)는 '영원히 완벽한 사랑은 없다'는 평범하면서도 무서운 진리를 이야기한다. 주인공 벤자민(브래드 피트)은 노인으로 태어나 청년으로 인생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서 연인의 늙어가는 모습을 봐야하고 남들처럼 아빠 노릇을 하기도 힘들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과 인생이 엇갈리는 순간 남는 것은 불행 뿐이다. 결국 남과 다른 삶은 고통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랄드의 단편 '재즈이야기'를 훌륭한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