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코미디 18

위험한 상견례 (블루레이)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르는 지역감정은 해묵은 갈등이다. 김진영 감독은 이를 소재로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2011년)를 만들었다. 지금은 덜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영호남 갈등은 꽤 심각했다. 그래서 작품 속 배경도 1980년대 말이다. 전라도 총각이 경상도 아가씨를 만나 지역감정의 골을 뛰어넘어 결혼에 골인하는 내용. 여기에 두 사돈은 과거 고교시절 얽힌 구원(舊怨)까지 있으니 영락없이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여기에 김 감독은 걸죽한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비벼서 한바탕 요절복통 코미디로 만들었다. 뻔한 줄거리이지만 이것저것 웃음을 주는 요소가 많기에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 송새벽, 이시영 등 두 주연배우는 물론이고 백윤식 김수미 김응수 박철민 김정난 ..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로완 앳킨슨이 창조한 미스터 빈은 코미디 분야에서 손꼽을 만한 성공적인 캐릭터다. 1990~95년 영국 BBC에서 TV시리즈로 방영한 '미스터 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애니메이션과 영화 '빈'으로 재탄생했다. 스티브 벤디랙 감독이 만든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는 작품이다. 우연히 프랑스 여행상품권에 당첨된 빈이 말이 안통하는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각종 소동을 그렸다. 영화는 여정을 함께하는 소년과 단역 여배우가 동행하면서 로드 무비의 형식을 띤다. 소년과 여자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키드' '라임라이트' 등 찰리 채플린의 작품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닌게 아니라 로완 앳킨슨의 코미디는 말보다는 행동과 표정으로 웃기는 무성 영화의 특성을 갖고 있다. 즉 스크류볼보다는..

서유기2-선리기연

유진위 감독의 '서유기2-선리기연'(1994년)은 주성치 팬들을 위한 선물이다. 중국 4대기서 중 하나인 서유기에 토대를 둔 이 작품은 타임머신을 응용한 공상과학물에 주성치 특유의 코미디가 가미됐다. 500년후 지존보라는 인간으로 환생한 손오공.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여인네들을 만나며 인연이 얽히여 사건이 벌어진다. 주성치 코미디의 특징은 한마디로 황당무계. 말도 안되는 상황을 태연자약하게 연출하고 시치미를 뚝떼는 점이 주성치 코미디의 특징이다. '선리기연'도 마찬가지. 삼장법사가 팝송 'Only You'를 개사해 부르는 장면에서는 절로 실소가 나온다. 그만큼 주성치 특유의 컬트적인 재미가 이 작품에 가득하다. 그러나 무조건 황당무계로만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지존보와 자하의 이뤄지지 않는 사랑은 나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