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코미디 18

7년만의 외출 (블루레이)

마릴린 먼로하면 우선 떠오르는 모습이 밑에서 불어닥친 바람에 솟아오른 치마를 누르는 사진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이 사진은 바로 빌리 와일더 감독의 '7년 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 1955년)의 홍보 사진이다. 하지만 이 사진 때문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영화를 보면 실망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치마가 날리며 먼로의 팬티가 드러나는 장면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의 장면을 촬영하긴 했다. 하지만 당시 영화제작협회가 만든 검열방침인 헤이스코드 때문에 자진 삭제했다. 당시 헤이스코드는 5초 이상 키스를 하면 안되고, 침대에 앉아 키스를 나눌 때에는 반드시 한쪽 발이 바닥에 닿아 있어야 하는 등 지금보면 황당한 검열기준으로 당시 영화제작을 옥죄었다. 이것만 봐도 먼로가 활동하던 1..

과속스캔들 (블루레이)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2008년)은 원래 제목이 '과속 3대'였다. 말 그대로 속도 위반으로 모인 가족 3대의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신파나 무거운 주제로 흐르지 않고 쿨한 웃음으로 이어진다. 그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30대 젊은 나이에 할아버지가 된 라디오 DJ 남현수(차태현)와 20대 미혼모인 딸(박보영), 그리고 손자인 기동(왕석현)이 한 집에 모여 사는 설정 자체가 결코 흔하거나 가벼운 소재는 아니다. 이를 깨알같은 에피소드로 엮어 웃음을 터뜨린 강 감독의 연출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는 물론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한 배우들의 연기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한물 간 연예인을 연기한 차태현은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그만큼 이번 배역은 제 몸에 맞는 ..

아리조나 유괴사건 (블루레이)

1984년 '블러드 심플'로 데뷔한 코엔 형제의 영화는 언제나 특이한 소재로 허를 찌르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의 두 번째 작품 '아리조나 유괴사건'(Raising Arizona, 1987년)도 마찬가지.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부부가 아이가 많은 집에서 아기를 유괴해 키우는 이야기다. 부부의 조합도 특이하다. 어수룩한 전과자가 남편(니콜라스 케이지)이고, 전직 경찰이 부인(홀리 헌터)이다. 여기에 탈옥한 남편의 친구가 찾아오고 수류탄으로 무장한 현상금 사냥꾼이 아기를 잃은 부모를 대신해 추적에 나서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언뜻보면 무시무시하고 심각할 것 같지만 내용은 요절복통 코미디로 흐른다. 아기를 유괴하는 과정이나 아기를 위해 강도짓을 할 때, 탈옥한 죄수 및 현상금 사냥꾼과 싸울 때도 뜻하지 않은..

몬티 파이튼의 성배 (블루레이)

테리 길리엄과 테리 존스 감독의 '몬티 파이튼의 성배'(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1975년)는 황당 무계한 상황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패러디 코미디물이다. 당시로서는 말도 안되는 기발한 상황을 설정해 웃음을 터뜨리며 걸작 코미디로 칭송받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사실상 '총알 탄 사나이' 같은 패러디 코미디의 원조로 꼽히는 작품인 만큼, '총알 탄 사나이'류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그런 류의 영화를 싫어하면 오히려 말도 안되는 싸구려 영화로 보일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영국 아더왕의 전설을 이용해 원탁의 기사들이 성배를 찾아 떠난 모험담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아더왕 전설과 아주 아주 많이 다르다. 말도 없이 말타는 흉내를 낸..

라이어 라이어 (블루레이)

톰 새디악 감독의 코미디 영화 '라이어 라이어'(Liar Liar, 1997년)는 짐 캐리의 1인극이나 다름없다. 짐 캐리 특유의 과장된 표정 연기와 동작으로 시종일관 웃긴다. 내용은 승률과 처세술에 능한 변호사가 일에만 몰두해 가족들과 소원해지면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 뒤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얼핏보면 가족애와 정직함을 다룬 것 같지만, 역설적이게도 뒤집어보면 세상을 살아가려면 적당한 거짓말도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소위 선의의 거짓말이라는게 그런 범주에 든다. 내용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뻔한 이야기와 결말이고, 결국 갖가지 에피소드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벌어지는 각종 소동은 지나치게 과장돼 있고 억지스럽지만 짐 캐리기에 웃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