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크리스토퍼 놀란 9

메멘토 (블루레이)

보험조사원인 레너드(가이 피어스)의 아내가 강간 당한뒤 살해된다. 레너드는 그때 충격으로 방금 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그때부터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 사라지는 기억대신 단서를 온 몸에 문신으로 새기며 범인을 쫓는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Memento, 2000년)는 여러가지로 신선하고 충격적인 작품이다. 우선 이야기가 다른 작품과 달리 결말을 보여주고 거꾸로 거슬로 올라간다. 그렇다고 과거 사건의 자초지종을 차례대로 짚는 전통적인 플래시 백은 아니다. 마치 10, 9, 8, 7... 숫자를 거꾸로 세며 우주선 발사 카운트다운을 하듯 사건이 결말부터 차례로 거슬러 올라가다가 다시 현재 시점의 이야기가 뒤섞인다. 이렇게 시제를 오가는 ..

다크나이트 라이즈

배트맨이 나오는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꽤 재미있게 봤기에 이번 작품도 기대가 컸다. 다크나이트는 밤을 좋아하고 박쥐 복장으로 숨어 다니는 배트맨 특유의 음울한 서정을 잘 담아낸 시리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년)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암울한 분위기는 참담할 정도로 깊어져 도시 하나가 파멸의 위험에 잠긴다. 악이 강할수록 영웅은 돋보이는 법. 언제나 그렇듯 무력한 공권력을 대신해 악을 응징하는 배트맨의 활약이 전작 못지 않게 요란하다. 하지만 전작들보다 배트맨의 등장이 많이 줄었다. 영웅도 나이를 먹어 관절이 예전 같지 않고 주먹도 많이 약해졌다. 그 바람의 영웅은 강철같은 악당 베인을 만..

영화 2012.07.21

인셉션

'인셉션'(Inception)은 현대판 판타지다. 마법과 괴물이 오가는 대신 사람들의 생각과 꿈을 훔친다. 사람들의 꿈 속에 침투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지닌 둠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일본 기업가 사이토(와타나베 켄)의 의뢰로 거대 합병 기업의 총수 후계자인 피셔(킬리언 머피)의 꿈에 침투한다. 그곳에서 코브는 피셔의 무의식과 싸워가며 사이토의 의뢰와 자신의 미래를 위한 싸움을 벌인다. 감독은 기발한 작품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가 온 몸에 문신을 새겨 기억하는 '메멘토', 세계 최고 마술사들이 환상적 대결을 벌이는 '프레스티지', 배트맨을 느와르의 영웅으로 만든 '다크나이트'와 '배트맨 비긴즈' 등 화제작들을 줄줄이 만든 인물이다. 놀란 감독은 전작들에 매..

영화 2010.07.24

배트맨 다크나이트

새로운 배트맨을 예고하며 '배트맨 비긴즈'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더 할 수 없이 어둡고 우울한 배트맨을 내놓았다. 이번에 개봉한 '배트맨 다크나이트'는 '배트맨 비긴즈'보다 더욱 어둡고 음습해졌다. 대신 오락적 재미도 '배트맨 비긴즈'를 뛰어넘는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우울하고 어둡고 불행하다. 배트맨은 정의의 사도에서 졸지에 시민들의 불행을 무시하는 악인이 돼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배트맨을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도 더 늙어 보인다. 팀 버튼의 '배트맨'에서 다소 우스꽝스럽던 조커는 무시무시한 절대 악이 돼서 돌아왔다. 이 작품을 끝으로 유명을 달리한 히스 레저의 광적인 연기 덕분에 조커의 캐릭터는 배트맨보더 더욱 부각된다. 마치 게임처럼 단순한 적들을 물리치면 평화가 찾아오는 과거 시리즈..

영화 2008.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