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픽사 20

메리다와 마법의 숲 (블루레이)

픽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매끈한 질감의 컴퓨터그래픽이 특징이다. 그래서 장난감(토이스토리) 로보트(월E) 자동차(카) 등 사람보다는 사물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이 더 많다. 그런 점에서 '메리다와 마법의 숲'(Brave, 2012년)은 독특한 작품이다. '업'과 '라따뚜이'처럼 픽사가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지만, 픽사 최초로 여성이 주인공이며 시대극이다. 고대 스코틀랜드의 작은 왕국에서 시집을 보내려는 왕비에 맞서 고집을 부리는 공주의 이야기다. 기본적인 틀은 서로 같으면서도 다른 엄마의 딸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딸을 둔 집이라면 있을 법한 이야기여서 시대극 형식을 빌어 공주를 모델로 삼았지만 현대의 평범한 가정으로 바꿔 놓아도 어색하지 않은 내용이다. 엄마와 다른 삶을 살고 싶은 딸은..

토이스토리3 (블루레이)

책장 한켠에 국민학교때 읽던 계림문고가 아직도 꽂혀있다. 소중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들어 있기에 그 가치는 책값을 뛰어 넘는다. 중학생 시절 가방에 넣어 갖고 다니던 삼중당문고, 아리랑사의 학생소설선집 등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렇기에 '토이스토리3'(Toy Story3, 2010년)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앤디가 차마 장난감을 떼어놓지 못하는 심정을 알 것 같다. 리 언크리치 감독의 이 작품은 추억과의 이별을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 수록 좋든 싫든 이별하는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별이란 생각만큼 쉽지 않은 법, 특히 좋았던 추억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작품은 장난감이라는 소재를 통해 추억과 이별하면서 나이를 먹어가는 법을 그렸다. 정작 장난감들이 벌이는 소..

업 (블루레이)

대부분의 만화가 그렇듯 디즈니, 정확히 말하면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업'(Up, 2009년)은 황당하다. 풍선을 잔뜩 매달아 집을 띄운 뒤, 소위 날아다니는 집을 타고 남미까지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는 누가 생각해도 맹랑하다. 그렇지만 그 황당함 속에 가슴을 녹이는 따뜻함이 들어 있다. 어차피 애니메이션이란 액면 보다는 그 속에 들어있는 정서가 중요하기에,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따뜻함의 본질을 봐야 한다. 이 영화는 노년까지 간직하는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꿈을 오래도록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지, 지금 그 꿈은 어디에 있는 지, 어떻게 됐는 지 되묻는다. 집이 하늘을 날고, 개가 말을 하는 세상에서도 사람들이 가슴 속에 간직하는 저마다의 꿈은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품었던 꿈은 ..

픽사 스튜디오가 내놓은 10번째 애니메이션 '업'(Up, 2009년)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닮았다. 단순히 주인공이 78세의 노인이라서가 아니다. 오랜 세월 간직한 꿈을 버리지 않고 노년에도 주저없이 꿈을 찾아 집을 나선 점이 닮았다. 대신 목적을 이루고 난 뒤의 결말은 서로 다르다. 가족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감안한 결론이다. 길 위에 선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그동안 누려온 것을 툴툴 털고 미련없이 떠나야 하기 때문. 대신 '업'의 주인공은 소중한 추억들을 한아름 챙겼다. 그마저도 자신의 절대 가치를 위해서는 미련없이 던지는 용기를 보여준다. '던진다'는 것은 나이를 먹을 수록 하기 힘든 행동이다. 소유의 무게만큼 미련도 늘기 때문이다. 그와 비례해 꿈은 바래져 간다. 그것이 ..

영화 2009.08.11

월E (블루레이)

앤드류 스탠튼 감독의 애니메이션 '월E'(Wall-E, 2008년)는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통찰이 깃든 훌륭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를 청소하기 위해 우주로 피난을 떠난 인류와 청소로봇을 통해 과소비로 치닫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꼬집었다. 이 작품에는 푸른 지구가 없다. 쓰레기로 뒤덮여 누렇게 변해버린 지구의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은 그대로 환경 오염과 과소비에 대한 경고다. 특히 우주로 피난을 떠난 인류가 편리함에 익숙해져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앉아서만 생활하는 모습은 소름 끼친다. 그 상황에서 스탠튼 감독은 작은 식물을 통해 희망을 잃지 않는 인류의 의지를 강조했다. 여기에 곁들여진 로봇의 낭만적인 사랑이 작품을 아름답게 빛낸다. 픽사의 작품답게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