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만화가 그렇듯 디즈니, 정확히 말하면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업'(Up, 2009년)은 황당하다.
풍선을 잔뜩 매달아 집을 띄운 뒤, 소위 날아다니는 집을 타고 남미까지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는 누가 생각해도 맹랑하다.
그렇지만 그 황당함 속에 가슴을 녹이는 따뜻함이 들어 있다.
어차피 애니메이션이란 액면 보다는 그 속에 들어있는 정서가 중요하기에,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따뜻함의 본질을 봐야 한다.
이 영화는 노년까지 간직하는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꿈을 오래도록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지, 지금 그 꿈은 어디에 있는 지, 어떻게 됐는 지 되묻는다.
집이 하늘을 날고, 개가 말을 하는 세상에서도 사람들이 가슴 속에 간직하는 저마다의 꿈은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품었던 꿈은 어디에 있는가.
영화를 보는 내내 조용히 되묻게 된다.
지금 다른 꿈을 다시 꿀 수 있는가.
사람들은 직장 생활을 하고 어느 정도 나이를 먹게 되면 어린 시절처럼 다시금 또다른 꿈을 꾸게 된다.
타의에 의해서도 그렇게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또다른 꿈을 꿔야 하는 상황을 두려워 하기도 한다.
'업'은 그런 성인들을 위한 영화다.
비록 해답을 주지는 못했지만 세상의 어른들에게 주인공 노인이 풍선으로 집을 띄워 남미까지 끌고 간 것처럼 두려워하지 말고 꿈을 가질 것을 설파한다.
그렇기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고운 발색의 깔끔한 그림들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그 밑에 어린 시절과 앞으로 만들어야 할 시간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영화 속처럼 우리네 남은 시간들이 따스하고 정겹기를 바랄 뿐이다.
1080p 풀HD 영상의 블루레이 타이틀은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생생한 색감과 칼 끝 같은 샤프니스는 최상의 화질이라는 블루레이 타이틀의 진수를 보여준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사방을 휘도는 효과음은 물론이고 편안한 음악까지 청취공간을 포근하게 감싼다.
부록으로 2편의 단편 애니메이션과 제작과정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제공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초반 등장하는 고운 노부부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늙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곱게 늙는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이다.
이 작품에 동원된 70여명의 애니메이터들이 집을 띄우기 위해 그린 풍선은 1만여개. 진짜인 지 모르겠지만 헬륨풍선으로 저 정도 집을 띄우려면 2,650만개의 풍선이 필요하단다.
영화 속 모델이 된 꿈의 폭포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베네수엘라의 엔젤 폭포다. 블루레이 타이틀에 들어 있는 부록을 보면 이 작품의 제작진이 직접 가서 찍어 온 폭포 영상이 있다. 폭포가 어찌나 높던 지 물이 끝까지 떨어지지 못하고 거의 아래쪽에서는 포말로 부서져 구름처럼 흩날린다.
제작진은 마치 극기훈련하듯 베네수엘라의 봉우리가 평평한 산인 테푸이에 답사를 다녀왔다. 아드리안 워런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제작진이 배경으로 결정한 이 곳은 600~900미터 높이의 꼭대기가 평평한 12개의 봉우리로 돼 있다. 제작잔의 답사 여행에는 아드리안 워런이 동행했다.
미지의 새는 타조를 참조해 그렸고, 꽥꽥 거리는 울음 소리는 피터 닥터 감독이 연기했다. 또다른 공동 감독 밥 피터슨은 개의 목소리를 맡았다. 노인인 칼의 네모난 얼굴은 집에만 갇혀사는 고집불통 노인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
실증을 강조한 제작진은 사람, 동물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비행선까지 직접 타본 뒤 작품을 만들었다. 또 노인의 집은 미니어처를 제작해 3차원 그래픽으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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