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9

마지막 4중주 (블루레이)

베토벤은 총 16곡의 현악 4중주를 작곡했는데 1824년 이후에 만든 12~16번 다섯 곡과 '대푸가'를 일컬어 후기 현악 4중주라고 부른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A Late Quartet'은 '마지막 4중주'가 아니라 바로 이 후기 4중주란 의미다. 야론 질버맨 감독의 '마지막 4중주'(A Late Quartet, 2012년)는 바로 이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 가운데 14번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베토벤의 전기영화가 아니다. 베토벤의 현악4중주 14번을 연주하는 4중주단의 얘기다. 영화를 보면 질버맨 감독이 클래식에 상당히 조예가 깊은 감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토벤은 9번 교향곡 '합창'을 작곡한 뒤 소편성의 실내악 위주로 돌아섰다. 그때 주로 쓴 것이 현악 4중주인데, 그의 현악 4중주..

리플리 (블루레이)

이미 한 번 제작된 영화를 다시 만드는 리메이크는 두 배로 부담스럽다. 기존 작품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 특히 그 작품이 꽤 괜찮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면 부담은 더 커진다.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1999년)는 이 같은 부담을 뚫고 성공을 이룬 금자탑 같은 영화다. 밍겔라 감독은 작가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베스트셀러 소설 '리플리'를 토대로 만든 르네 클레망 감독의 명작 '태양은 가득히'(http://wolfpack.tistory.com/entry/태양은-가득히-블루레이)를 다시 만들었다. 하지만 '태양은 가득히'를 잊어도 좋을 만큼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 음악, 영상, 이야기 등 모든 것을 새로 구성했고, 그 결과가 아주 훌륭하다. 알랑 들롱..

트위스터 (블루레이)

지난달 미 중남부를 강타한 토네이도로 죽은 사람이 300명을 넘었다. 자연재해의 무서움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중에서도 바람의 위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얀 드봉 감독이 만든 '트위스터'(Twister,1996년)는 바람의 공포를 다룬 작품이다. 오클라호마를 휘젓는 토네이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당연히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회오리 바람이다. 그것도 집을 통채로 삼키고 거대한 유조차와 소를 장난감처럼 허공으로 감아 올리는 엄청난 바람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ILM에서 작업한 컴퓨터그래픽과 제트기 엔진으로 만든 인공바람을 이용해 그럴 듯 하게 토네이도를 묘사했다. 특히 블루레이 타이틀로 감상하면 거대한 회오리 바람의 소리가 압권이다. 그만큼 특수 효..

여인의 향기 (블루레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서, 이제는 쓸모없는 존재가 돼버렸다는 자각만큼 사람을 절망시키는 것은 없다. 사고로 장님이 된 퇴역한 육군 중령은 절망의 끝을 봤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그는 자존심 하나로 버텼지만 그마저도 종이장처럼 구겨지자 자살을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와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가족이 아닌 간병인 역할을 하게 된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이다. 집안이 어려운 고등학생도 다를 바 없다. 친구의 못된 장난을 밀고하지 않은 탓에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날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게 절망의 끝에 선 두 사람이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그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이자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 된다. 마틴 브레스트 감독은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