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장국영 9

찬실이는 복도 많지(블루레이)

김초희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년)는 유쾌하면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내용은 영화 기획자로 살아가던 찬실(강말금)이 어느 날 제작 준비 중이던 영화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실업자가 되는 이야기다. 찬실은 실업자가 된 뒤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본다. 영화 외에 아는 것은 없는데 영화제작사에서는 써주려고 하지 않으니 결국 호구지책으로 친한 여배우 소피(윤승아)의 가사 도우미 노릇을 한다. 새삼 찬실이는 신세한탄과 함께 계속 영화 관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정체모를 러닝셔츠 바람의 자칭 장국영(김영민)과 불어 강사를 하며 영화 준비를 하는 감독(배유람), 셋집 할머니(윤여정), 소피 등이 엮이며 갖가지 우스우면서도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진다. 이 작품..

백발마녀전2(블루레이)

'백발마녀전 2'(天下無敵, 1993년)는 홍콩과 한국, 미국 등에서 히트한 '백발마녀전'의 속편이다. 그러나 감독은 전작을 맡은 우인태가 아니라 후다웨이(호대위)다. 우인태는 제작에만 합류했다. 후다웨이는 감독보다 편집이 전문이다. 우인태 감독의 '야반가성'을 비롯해 '영웅본색' 2편과 3편, '소오강호' '첩혈가두' '종횡사해' '첩혈속집' '크라잉 프리맨' 등을 후다웨이가 편집했다. 특이하게 '영웅본색' 1편과 2편의 음악도 담당했다. 이 작품은 전편과 이어지기는 하지만 전편만큼 사랑의 애틋함을 살리지는 못했다. 내용은 결혼 후 첫날밤에 신부를 백발마녀에게 납치당한 무당파의 남자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신부를 되찾는 이야기다. 전편이 마교와 무술 집단 간에 싸움, 여기에 희생된 탁일항(장..

백발마녀전(블루레이)

우인태 감독의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 1993년)은 과거 홍콩 영화가 국내에서 한창 인기 있을 때 비디오테이프로 빌려보고 반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당시 홍콩 영화라면 의례히 떠올리는 누아르나 무협, 황당한 코미디가 아닌 판타지 영화다. 굳이 따지자면 무협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협보다는 안타깝고 슬픈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무술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고 로맨스를 거들기 위한 양념에 가깝다. 우인태 감독도 이 영화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적 사랑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내용은 명나라 말기에 유명 무술 일파인 무당파의 후계자 탁일항(장국영)이 밀교에서 암살자처럼 키운 연예상(임청하)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서로 배신하지 않..

동사서독 리덕스(블루레이)

'동사서독'은 왕가위 감독의 처음으로 만든 무협영화다. 원래 김용의 소설 '사조영웅전'을 바탕으로 그 앞 얘기를 다룬 프리퀄 같은 작품이다. 따라서 사조영웅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림고수가 되기까지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지를 왕가위가 나름의 해석을 곁들여 풀어낸 영화다. 김용의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를 갖고 볼만한 작품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인물들 간에 얽히고설킨 이야기와 과정이 어리둥절할 수 있다. 내용은 동사 황약사(양가휘)와 서독 구양봉(장국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사막 한가운데 객점을 차려놓고 살인청부를 중개하는 구양봉과 바람둥이 무림고수인 황약사, 황약사를 사랑했다가 농락당한 뒤 죽이려 드는 모용연(임청하), 구양봉을 사랑하지만 그의 형과 결혼하게 된 비운의 여인 자애인(..

종횡사해 (블루레이)

오우삼 감독의 '종횡사해'(縱橫四海, 1991년)는 유쾌한 도둑영화 중 하나다. '오션스 일레븐' '이탈리안잡'처럼 낭만적인 도둑들이 기발한 방법으로 물품을 훔친 뒤 이를 노린 악당들과 싸우는 이야기다. 유쾌한 도둑들 이야기의 특징은 중심에 돈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복수가 됐든 사랑이 됐든 다른 이유로 물건을 훔치고 부수적으로 돈이 따라 붙는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에 대해 면죄부와 정당성을 부여하고 아울러 재미를 추구한다. 이 작품 역시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자가 낀 3인조 일당이 세계적인 명화를 훔치는 과정에서 음모에 휘말리고 급기야 동료를 잃는 비극을 겪는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 굴하지 않고 다시 뭉쳐 명화도 되찾고 악당을 응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