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은 왕가위 감독의 처음으로 만든 무협영화다.
원래 김용의 소설 '사조영웅전'을 바탕으로 그 앞 얘기를 다룬 프리퀄 같은 작품이다.
따라서 사조영웅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림고수가 되기까지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지를 왕가위가 나름의 해석을 곁들여 풀어낸 영화다.
김용의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를 갖고 볼만한 작품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인물들 간에 얽히고설킨 이야기와 과정이 어리둥절할 수 있다.
내용은 동사 황약사(양가휘)와 서독 구양봉(장국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사막 한가운데 객점을 차려놓고 살인청부를 중개하는 구양봉과 바람둥이 무림고수인 황약사, 황약사를 사랑했다가 농락당한 뒤 죽이려 드는 모용연(임청하), 구양봉을 사랑하지만 그의 형과 결혼하게 된 비운의 여인 자애인(장만옥)이 관계가 얽히며 애증의 서사를 풀어낸다.
얼핏 보면 무술영화이지만 기본 서사는 남녀 간에 사랑의 초점을 맞췄다.
그것도 서로의 감정과 상관없이 운명의 실타래가 얽힌 어긋난 사랑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요란한 무술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더욱이 천하제일의 검객 홍칠공(장학우), 뜬금없이 객점 주위를 떠도는 여인 완사녀(양채니), 시력을 상실한 검객 맹무살수(양조위) 등 본류와 상관없는 뜬금없는 캐릭터들까지 등장해 가닥을 놓치면 헷갈리기 십상이다.
그만큼 왕가위 감독의 작품 중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액션보다는 사랑, 기다림 그리고 이별 등 인연에 초점을 맞춰 지난할 정도로 느리게 이야기를 끌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떠나 왕가위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만 놓고 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작품이다.
인물을 훑어내듯 클로즈업을 자주 사용하는 탐미적인 카메라 움직임, 물에 반사된 일렁이는 빛들을 잘 이용한 영상과 새장을 투영해 얼굴에 그림자를 만드는 빛, '열혈남아'에서 선보인 왕가위 특유의 스텝 프린팅 기법을 활용한 액션 등은 다시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동사서독 리덕스'(2008년)는 왕가위 감독이 손상된 '동사서독'의 원본 필름을 복원해 재편집한 뒤 2008년 칸영화제에서 상영한 버전이다.
원래 100분 길이의 '동사서독'보다 상영 시간이 6분가량 줄어들었다.
단순히 길이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내용과 형식에도 변화를 줬다.
우선 동사서독에 보이지 않던 자막들이 들어갔다.
등장인물의 심경을 나타낸 서사적 문장도 있지만 경칩, 하지, 백로, 입춘 등 절기를 표시하는 자막이 들어가면서 일종의 챕터 역할을 한다.
더불어 경칩부터 시작해 계절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경칩으로 돌아오기까지 돌고 도는 세상을 자막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구양봉, 황약사의 무술 장면은 일부 추가됐으나 도입부에 등장하는 황약사가 마적 떼와 싸우는 장면이나 구양봉이 객잔에서 악당들을 물리치는 장면은 삭제됐다.
또 일부 장면에 컴퓨터 그래픽이 새로 사용됐다.
음악도 변화를 줬다.
새롭게 OST를 작업하면서 요요마가 연주한 첼로 음악이 추가됐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입자가 굵고 거칠고 윤곽선이 두터우며 디테일도 떨어진다.
아름다운 영상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리어 채널을 간간히 활용했다.
예고편 외에 부록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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