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크롤(블루레이)

울프팩 2020. 3. 5. 21:43

미국 남부의 플로리다주는 매년 악어 때문에 사건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2009년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닥쳤을 때 커다란 홍수가 발생했고 늪에 살던 악어떼가 밀려드는 물을 타고 마을로 들이닥치면서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플로리다 야생동물센터(FWC)에 따르면 1948년부터 2017년까지 악어가 사람을 공격한 사건이 401건이었다.

이 때문에 죽은 사람은 20명이 넘는다.

 

오죽했으면 플로리다는 약 40명의 공식적인 악어 사냥꾼을 주 정부가 고용하고 있다.

주 정부에서 면허를 받은 이들은 악어 출몰 신고를 받으면 출동해 악어를 도살한다.

 

플로리다는 1988년부터 악어의 지나친 증식을 막기 위해 악어 포획기간을 정해서 이 기간에 악어 사냥꾼들의 도살을 용인한다.

FWC에 따르면 연간 6,000마리 악어가 도살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플로리다주는 악어에게 먹이를 주거나 다가가서 놀리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1978년부터 신고제도도 만들었다.

즉 악어 관련 금지 행위를 어긴 사람을 신고하면 포상하는 제도다.

 

이 정도로 플로리다는 악어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이를 눈여겨본 알렉산드르 아자 감독이 만든 영화가 '크롤'(Crawl, 2019년)이다.

 

이 영화에는 집채만 한 괴물 악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킹콩'이나 '죠스'처럼 사람을 해치는 무서운 동물이 나오는 영화를 떠올리면 어머어마한 크기의 짐승이 나온다.

 

과연 살면서 그런 괴수를 볼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압도적 크기를 가진 영화적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괴수 대신 동물원에서 우리가 흔히 봐서 익히 알고 있는 평범한 악어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더 무섭다.

영화적 존재가 아닌 현실적 존재가 주는 실감 때문이다.

 

내용은 거대한 허리케인 때문에 집에 고립된 아버지(베리 페퍼)와 딸(카야 스코델라리오)이 불어 넘친 강물을 타고 집으로 들이닥친 악어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고 여러 마리의 악어가 등장하면서 공포와 긴장이 배가 된다.

 

허리케인 때문에 고립된 마을은 추리소설이나 공포영화의 밀실 같은 효과를 낸다.

불어 넘친 강물과 바람으로 도로는 잠겼고 이동이 불가능하다.

 

열린 마을이지만 움직일 수 없기에 밀실과 다름없다.

여기에 들이닥쳐 조용히 움직이는 악어떼는 소리 없는 암살자나 마찬가지다.

 

아자 감독을 칭찬하고 싶은 것은 마치 게임 속 던전 플레이처럼 사건의 배경을 지하실에서 지붕까지 점진적으로 변화를 준 점이다.

소수의 인원과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여서 자칫하면 단조로울 수 있는데 이 같은 던전식 구성을 통해 지속적인 흥미를 유발한다.

 

즉 현재 레벨을 깨고 다음 레벨로 진출하면 새로운 함정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지하실에서 1,2층을 거쳐 지붕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또 다른 모험을 유발한다.

덕분에 영화는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만큼 연속된 긴장 속에 빠르게 흘러간다.

 

그만큼 타이트한 구성으로 영화를 이끌어간 아자 감독의 연출이 돋보였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방법을 잘 아는 아자 감독은 원래 '엑스텐션'이라는 무시무시한 슬래셔 무비를 만든 공포영화 전문이다.

 

이후에도 그는 '피라냐' '미러' '힐즈 아이즈' 등 공포 영화를 주로 만들었다.

여기에 제작을 맡은 인물은 공포물의 고전 같은 '이블 데드'를 만든 샘 레이미 감독이다.

 

샘 레이미 감독도 '엑스텐션'을 보고 반해서 아자 감독에게 이 작품의 연출을 맡겼다.

그렇다고 무조건 영화가 악어와 싸우는 장면만 다룬 것은 아니다.

 

생존을 위한 싸움을 통해 소원했던 부녀가 서로에 대한 애정을 다시 확인하는 드라마도 설득력 있게 잘 녹아 있다.

아버지 역할을 한 베리 페퍼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개성 있는 저격수로 잘 알려진 배우다.

 

주인공인 딸을 연기한 카야 스코델라리오는 모델 출신 배우로 영화 '메이즈 러너' 시리즈와 '캐리비언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에서 주연을 도맡았다.

배우 몇 명과 악어 몇 마리로 엄청난 긴장을 유발하는 이 영화는 괴물 영화라기보다 제대로 된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재난 영화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디테일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리어 채널을 확실하게 살렸고 채널별로 각기 다른 효과음이 요란하게 울려서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현장 분위기를 실감 나게 재현한다.

 

부록으로 애니메이션 오프닝, 삭제 장면, 제작과정, 특수효과 설명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원래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오프닝 영상이 따로 있었으나 삭제됐다. 블루레이에 애니메이션 오프닝이 따로 들어있다.
알렉산드르 아자 감독은 그래픽노블의 광팬이어서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준비했다.
영화의 무대인 플로리다 마을은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 만든 세트다.
플로리다 남부에는 150만 마리 이상의 악어가 산다. 플로리다에 사는 마이클 라스무센은 아파트 옆으로 악어가 헤엄쳐 다니는데 사람들이 무심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각본을 썼다.
플로리다 사람들은 허리케인이 닥쳐도 집에 숨어있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마이클 라스무센은 악어와 태풍을 결합한 이야기를 구상했다.
샘 레이미 감독은 아자 감독의 '엑스텐션'을 본 뒤 15년전에 연출 제의를 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무산됐고 이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됐다.
악어는 평소에 공격적이지 않다. 그러나 알이 있는 둥지 근처에서는 사나워진다. 문제는 악어가 꼭 늪지대에만 알을 낳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악어는 알이 부화하기에 적당한 온도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알을 낳는다.
제작진은 베오그라드의 다뉴브강가 부두에 위치한 컨테이너 창고 5,6개를 빌려서 마을을 통째로 만들었다.
제작진은 창고 안에 마을 세트를 만들고 블루 스크린을 둘러쳐 촬영을 한 뒤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했다.
마을 세트에 모두 500만리터의 물을 채웠다. 제작진은 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도록 깨끗한 물을 37도까지 데웠다.
제작진은 고화질 수중촬영이 가능한 노티캠 카메라도 사용했다.
악어는 모두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지하실과 지붕 장면은 마을 세트와 별도로 만든 세트에서 촬영.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크롤 (1Disc)
 
크롤 (1Disc)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파이언스(블루레이)  (0) 2020.03.09
동사서독 리덕스(블루레이)  (2) 2020.03.07
트루스(블루레이)  (0) 2020.03.03
컨테이젼(블루레이)  (0) 2020.03.01
레이디와 트램프(블루레이)  (2) 2020.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