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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일병 구하기(4K 블루레이)

울프팩 2018. 8. 2. 00:00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1998년)는 전쟁 영화의 새 장을 연 작품이다.
전장의 참상을 핸드 헬드 카메라를 이용해 심하게 흔들리는 영상과 팔, 다리가 잘리고 내장이 쏟아지는 극사실주의 영상으로 고스란히 재현했다.

 

특히 초반 10여분 동안 이어지는 상륙작전 장면은 마치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는 것처럼 사실적이다.

그래서 2시간 동안 반전을 주장한 전체 이야기보다 초반 10분의 메시지가 더 강렬하게 와닿는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닐랜드 형제와 설리번 형제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닐랜드 3형제의 경우 제101 공수부대에 배치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됐으나 2명이 죽고 1명만 남게 되자 미국 정부에서 구출 부대를 투입해 하나 남은 형제가 무사 귀환했다.

 

설리번 5형제는 미 육군에서 5명의 부대 배치를 모두 다르게 해서 살려낸 케이스.
내용은 라이언 일병의 5형제가 전쟁터에 투입됐으나 모두 죽고 막내인 라이언 일병만 남게 되자 미 정부에서 특공대를 보내 꼭 살려서 네 아들을 잃은 어머니 품으로 되돌려 보내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하지만 영상은 아주 냉철하다.

전투의 잔혹한 참상을 가감 없이 거친 영상으로 그대로 보여준다.

 

이를 위해 스필버그 감독은 영상의 질감까지 고려했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기록물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블리치 바이 패스 기법을 동원해 거친 영상을 만들었다.

 

블리치 바이 패스는 필름을 현상할 때 남아 있는 은 입자를 덜 씻어내 거친 질감을 강조하는 기법으로, 영화 '친구'에서도 쓰였다.

전쟁은 고도의 효율성, 즉 누가 얼마를 투입해서 어느 정도의 이득을 얻었냐는 확률과 통계의 게임이라는데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공식이 맞지 않는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여러 명이 목숨을 걸고 전장으로 달려갔고 수많은 사람이 쓰러지면서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준다.

물론 효율성만 따지면 있을 수 없는 작전이지만, 이면에는 효율성보다 중요한 인간애를 강조하는 드라마인 셈이다.

 

물론 전쟁이라는 극한의 파괴적 행위 속에서 인간애를 찾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일어나기 힘든 드라마라는 설정을 통해 극적 효과를 더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근본적인 질문을 피해 갔다.

 

어쩌면 그런 상황이 더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조기가 온 하늘을 가리며 펄럭이는 영상은 지나친 애국주의와 미국 우월주의로 비쳐 개운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전투 장면 연출과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구성 등은 참으로 훌륭하다.

 

과연 스필버그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잘 만든 걸작 전쟁물이다.

4K로 나온 블루레이 타이틀은 4K 디스크와 일반 블루레이 디스크를 함께 수록했다.

 

2160p U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하지만 4K 타이틀에서 기대할 만한 최상의 조건은 아니다.

 

물론 영상 자체를 거칠게 찍어서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최신 영화의 4K 타이틀과 비교하면 암부 디테일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클로즈업의 디테일은 4K 답게 훌륭하다.

 

4K 타이틀의 진가는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에 있다.
원래 이 작품은 DVD 타이틀 시절부터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나 음향 과시용으로 곧잘 쓰였다.

 

초반 노르망디 해안 상륙작전에서 독일군이 쏴대는 기관총 소리를 들어보면 사방으로 날아가는 총알 방향까지 가늠할 수 있을 만큼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뛰어나다.

그 정도로 현장감이 사실적이라는 뜻.

 

저음도 묵직하게 울린다.

일반 블루레이 타이틀에 실린 부록이 모두 실렸다.

 

아쉬운 것은 4K 본편에 수록된 한글자막에 '오늘 쪽'처럼 오타가 있다는 점이다.

좀 더 꼼꼼한 검수가 필요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1944년 6월 6일, 제2차 세계대전의 분수령이 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시작됐다.
개봉 당시 너무나 리얼한 초반 상륙작전 장면을 극장에서 숨도 못 쉬고 봤던 기억이 난다.
리얼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영상. 야누즈 카민스키 촬영.
오마하 비치 상륙작전 장면은 프랑스 노르망디가 아닌 아일랜드 해안에서 촬영. 오마하 비치와 똑같은 황금색 모래를 가진 해안이 필요했기 때문.
해안가 상륙정은 미국에서 공수해 왔다. 30척을 제외하고 대부분 CG다.
이 작품은 전쟁영화답지 않게 의외로 영상이 부드럽고 아름답다.
필름 현상 단계에서 원래 색감의 40%만 살렸기 때문에 원색의 푸른 하늘이 한 번도 안 나온 점이 특징.
부드러운 영상의 비결은 파나비전에 주문 제작한 특수렌즈다. 이 렌즈는 빛의 산란을 제거해 포근하며 따스한 그림을 만든다.
이 작품은 철저한 고증으로 유명하다. 영국 전쟁 박물관에서 끌어온 실제 타이거 1호 전차는 찌메리트 코팅까지 그대로 재현해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맷 데이먼은 라이언 일병 역할을 따내려고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다가 병까지 났다.
라이언을 구하기 위한 후반 시가전은 전쟁영화의 묘미를 느끼게 해 줬다.
폐허가 된 마을은 해트필드 비행장에 건설된 세트.
이 영화의 영웅은 밀러 대위, 즉 톰 행크스다. 빛바랜 성조기처럼 먼지 묻은 군복이 미국을 수호하는 영웅의 유니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