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컨테이젼(블루레이)

울프팩 2020. 3. 1. 14:58

홍콩 출장을 다녀온 미국 여인이 열이 나면서 기침을 한다.

결국 고열에 몸을 가누지 못한 여인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미처 손 쓸 겨를도 없이 남편과 자식을 남겨둔 채 숨을 거두고 만다.

 

같은 시기 영국과 일본, 홍콩 등에서도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한다.

어떤 사람은 버스 안에서 자는 듯 조용히 숨을 거두고 누구는 호텔 욕실 안에서, 누구는 길거리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최후를 맞는다.

 

사람들은 급속도로 세계를 휩쓰는 신종 플루 전염병에 속수무책이다.

병원에서는 치료는커녕 감염 원인조차 모른다.

 

급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보건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

급기야 시카고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되고 사람들의 이동이 금지된다.

 

미국 대통령은 비상 대피처로 피신하고 국회도 인터넷으로 운영된다.

거리 곳곳에 먹을 것과 치료약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나오며 약탈과 범죄가 잇따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CDC는 발병 지역에 의사와 과학자들로 구성된 조사관을 파견해 원인 규명에 나선다.

의사들은 목숨을 걸고 실험실에 들어가 병으로 죽은 사체를 해부하고 백신 개발에 나선다.

 

이 와중에 인터넷 블로거는 사람들을 공포에 빠트리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개나리꽃이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미확인 정보로 돈을 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Contagion, 2011년)은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다.

 

평소라면 그럴듯한 재앙 영화로 봤겠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휩쓰는 요즘 현실과 영화가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사람들과 이를 이겨내기 위한 보건당국의 분투,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과 이를 악용한 자들의 등장까지 영화 속 내용은 현실의 판박이다.

 

소더버그 감독은 이 영화 제작을 위해 WHO, CDC를 비롯해 의사와 과학자들의 철저한 자문을 거쳤다.

그래서 바이러스의 전파와 보건 당국의 대책, 백신 개발 과정 등이 아주 사실적이다.

 

코로나 19의 위협 속에 영화가 보여준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의 재앙은 엄청난 공포를 선사한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공포와 긴장이 더 배가 된다.

 

특히 보이지 않는 적인 바이러스와의 싸움도 문제지만 혼자 살아남겠다고 약탈과 살인을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또한 바이러스 못지않게 무섭다.

사람들의 이기심도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며 생활터전을 아비규환의 싸움터로 바꿔 놓는다.

 

결국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자위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영화적 현실과 경고가 씁쓸하게 다가온다.

영화는 코로나 19와 흡사한 바이러스의 전파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끝에 바이러스가 아닌 사람이 있다는 것을 영화는 경고한다.

무분별한 개발 열기 속에 서식지가 파괴된 박쥐들은 사람들이 사는 근처로 몰려오면서 돼지우리 등 가축 축사 위에 둥지를 튼다.

 

박쥐의 배설물이 돼지 먹이 등에 섞이고 이를 먹은 돼지를 사람들이 잡아 식재료로 쓰는 과정에 맨 손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요리사의 손을 거쳐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결국 이 작품은 바이러스의 시작과 끝에 사람이 있다는 경고를 보낸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경제개발이 스스로 제 무덤을 파고 제 발등을 찧는 행위일 수 있다는 우려다.

소더버그 감독은 이런 메시지를 뛰어난 고증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통해 확실하게 전달한다.

 

레벨 4 수준의 실험실과 방호복을 그대로 재현하고 백신 개발 과정을 알기 쉽게 표현했다.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주드 로, 로렌스 피시번, 마리옹 꼬띠아르, 케이트 윈슬렛 등 줄줄이 등장하는 호화 출연진들의 뛰어난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탄탄한 스토리, 뛰어난 연기, 깔끔한 연출과 확실한 메시지 등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잘 조화를 이룬 훌륭한 작품인데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코로나 19 때문에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 기회에 많은 사람들이 보고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우울하게 바랜듯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절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서라운드 효과가 요란하거나 자주 나타나는 편은 아니지만 헬기가 이동할 때 리어 채널에서 로터 소리가 들리는 등 필요할 때 제대로 발휘된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설명, 고증 과정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를 역추적하는 WHO의 조사관과 백신을 개발하려는 의사들의 노력 등 두 축으로 전개된다.
영화 속 신종 플루의 치사율은 20%를 조금 넘는다. 영화 속 바이러스는 1990년대 후반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퍼진 니파 바이러스와 유사하다. 니파 바이러스 역시 박쥐와 돼지를 거쳐 농부에게 전염됐다.
CDC의 조사관으로 나오는 케이트 윈슬렛. 영화속 대사처럼 사람은 하루에 3,000번 얼굴을 만지는 만큼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손을 씻으면 매년 100만명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사실 그대로 재현한 4등급 방역 실험실. 미국 CDC는 최고 안전 등급인 4등급 실험실에 전파 경로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위험한 바이러스를 보관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미 CDC. 이 영화는 레드 디지털카메라로 촬영. 첫 시퀀스에서 기네스 팰트로와 통화하는 남성 목소리의 주인공이 소더버그 감독이다.
미 CDC 국장을 연기한 로렌스 피시번. 바이러스는 세포의 서식하며 세포의 성질을 바꿔놓고 자체 복제를 통해 몸 전체에 증식한다.
영화 속에서는 홍콩이 바이러스의 최초 전파지가 된다. 바이러스는 매분마다 진화해 달라진다.
인간이 살면서 접하는 전염병의 60%는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된다.
과거에도 숱한 바이러스가 있었지만 과거보다 요즘 더 급속하게 퍼지는 이유는 도시화와 빠른 교통수단의 발달로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이고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장면 같지 않게 낯익은 풍경이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바뀔 때마다 변이한다.
1918년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으로 전세계에서 5,000만명이 죽었다. 1차 세계대전 때 죽은 사람들보다 많다.
문제는 도시화와 글로벌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요즘 전염병 없이 살 수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예방책이 중요하다.
보건 전문가들은 매년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라고 권고한다. 새로운 변종 독감에 대처하는 백신들이 매년 추가되는 만큼 예방 접종이 중요하다.
전염병이 퍼지며 도시에 공동화가 진행된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등 도시는 제 기능을 잃어간다.
급기야 약탈과 범죄까지 횡행해 사람들은 스스로 자구수단을 강구하게 된다.
공기로 가득찬 방호복은 공기를 끊임없이 밖으로 뿜어내 외부에서 세균이 들어갈 수 없다.
전문가들은 영화속 장면처럼 전염병이 대유행하면 과학자나 정치인, 유명인들을 납치해 치료약을 요구하는 사건이 빈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쌍황련이 코로나 19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처럼 영화 속에서는 개나리꽃 추출물이 신종 플루 치료제라는 소문이 퍼진다. 이를 악용하는 블로거를 연기한 주드 로.
박쥐는 바이러스 저항력이 강해서 스스로 병에 걸리지 않지만 대신 다른 종을 감염시킨다.
역으로 바이러스 전파 경로를 추적해 가는 과정은 한편의 추리소설처럼 긴장감 넘친다. 제니퍼 코넬리도 기네스 팰트로가 연기한 베스 역 물망에 올랐다.

 
 
컨테이젼
 
컨테이젼 : 블루레이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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