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홍콩 누아르 3

강호정(블루레이)

1980, 90년대 무수하게 쏟아져 나온 홍콩 누아르는 감독에 따라 작품이 천차만별로 갈린다. 서극이나 오우삼 같은 감독들은 자기 개성을 살리며 스타일리시한 작품들을 만들었고, 왕가위 감독은 결이 다른 홍콩의 우수 어린 정서를 반영했다. 나머지 감독들 중에는 서극이나 오우삼의 영향을 받아 흥행을 노리고 흉내를 낸 사람들이 많다. 그나마 흉내를 잘 내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면 아주 보기에 곤혹스러운 작품이 돼버린다. 1980년대 '영웅본색'이후 숱하게 쏟아져 나온 온갖 영웅 시리즈들이 대부분 그런 작품들이다. 당시 이런 작품들의 제목에 속아 비디오 가게에서 돈과 시간을 날린 씁쓸한 기억이 있다. 황태래 감독의 '강호정'(江湖精: Rich And Famous, 1987년)도 그런 허접한 작품 중 하나다. 1..

첩혈가두 (블루레이)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홍콩 영화의 인기는 대단했다. 특히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등이 출연하는 홍콩 누아르는 당시 청춘들의 필수 감상 영화였다. 오우삼 감독의 '첩혈가두'(牒血街頭, 1990년)는 홍콩 누아르의 인기 끝물에 등장한 작품이다.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으로 유명해진 오우삼 감독의 작품이어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극장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원래 오우삼 감독이 3시간 분량으로 기획한 대작이었으나 극장 상영을 위해 145분으로 줄였고, 다시 국내에 들어오면서 추가로 25분을 더 잘라내 2시간 분량으로 축소했다. 그러니 이야기가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쓸데없이 스케일만 큰 엉성한 영화라는 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비디오테이프가 출시되면서 상,..

지존무상 (블루레이)

1980년대 말 큰 인기를 끈 홍콩 누아르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영웅본색' '첩혈쌍웅'류의 액션물, 또 하나는 '지존무상' '정전자'로 대표되는 도박물이다. 물론 도박물 또한 총싸움과 주먹다짐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도박이 메인 스토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기에 남자들 간의 의리, 사랑과 우정을 위한 처절한 복수 등은 액션물과 도박물을 가리지 않고 기본으로 가져가는 홍콩 누아르의 공통점이다. 홍콩 누아르 중 도박물의 효시가 된 작품이 바로 1989년 국내 개봉한 왕정, 향화승 감독의 '지존무상'(至尊無上)이다.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는 두 명의 도박사가 일본 갱단과 일생일대의 도박 게임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도박을 이용한 반전 스토리와 유덕화의 매력이다. 다른 도박류와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