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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첩혈가두 (블루레이)

울프팩 2019. 4. 10. 02:17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홍콩 영화의 인기는 대단했다.

특히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등이 출연하는 홍콩 누아르는 당시 청춘들의 필수 감상 영화였다.

 

오우삼 감독의 '첩혈가두'(牒血街頭, 1990년)는 홍콩 누아르의 인기 끝물에 등장한 작품이다.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으로 유명해진 오우삼 감독의 작품이어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극장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원래 오우삼 감독이 3시간 분량으로 기획한 대작이었으나 극장 상영을 위해 145분으로 줄였고, 다시 국내에 들어오면서 추가로 25분을 더 잘라내 2시간 분량으로 축소했다.

그러니 이야기가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쓸데없이 스케일만 큰 엉성한 영화라는 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비디오테이프가 출시되면서 상, 하 2개로 나눠 145분의 홍콩판을 그대로 수록했으나 극장에서 보고 실망한 사람들은 비디오 대여점에서도 외면했다.

따라서 그나마 오우삼 감독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홍콩판을 온전하게 본 사람들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원래 이 작품은 '영웅본색 3'편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제작자인 서극 감독은 오우삼 감독이 쓴 시나리오에 불만이 많았다.

 

무엇보다 베트남 출신의 화교였던 서극 감독 입장에서 베트남 사람들을 잔인하게 묘사하고 월남전 당시 베트남의 부정부패를 극도로 부각한 점이 못마땅했다.

그 바람에 서극과 오우삼은 갈라서게 됐고, 서극은 따로 시나리오를 준비해 '영웅본색 3'편을 찍었다.

 

오우삼도 서극이 거부한 시나리오를 들고 사재를 털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

내용은 '피로 얼룩진 길'이란 제목처럼 홍콩의 세 젊은이가 우여곡절 끝에 전쟁 중인 베트남까지 흘러 들어가 갖은 고생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얘기다.

 

당연히 액션물인 만큼 총질이 주를 이루며, 오우삼의 전매특허인 목숨보다 중요한 사나이들의 의리를 총싸움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오우삼의 홍콩 누아르가 항상 그렇듯 등장인물들이 스테레오 타입이다.

 

늘 주인공들은 옳고 악인은 나쁘다는 이분법적 사고에 따라 세 청년의 운명이 갈린다.

물론 이 과정에서 친구였던 등장인물이 적으로 변하는 과정이 금덩어리라는 물질욕으로 단순하게 묘사된다.

 

그만큼 인물들의 성격이 이분법적으로 묘사됐고 이야기 또한 복잡하게 꼬이지 않고 단선적이어서 줄거리가 명쾌하고 이해하기 쉽다.

어찌 보면 그 점이 홍콩 누아르의 매력일 수 있다.

 

즉 복잡한 성격 묘사보다는 단순하고 명쾌한 스토리를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액션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이 작품도 그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각 등장인물들을 묘사한 영상을 보면 '영웅본색' '첩혈쌍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흰 옷을 입은 킬러가 마구잡이로 총질을 해대고 여인이 부르는 애잔한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대신 오우삼 영화의 상징 같은 흰 비둘기가 날아오르지 않는 점이 다르다.

'람보'와 '디어 헌터'의 영향인 듯 베트콩이 등장하는 월남전 장면까지 나와 스케일이 커진 점 또한 이전 작품과 차이점이다.

 

다만 베트콩에게 잡혀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은 '람보' '디어 헌터' 등 할리우드 영화들과 비슷해 기시감이 든다.

오우삼 특유의 액션에 할리우드 스타일을 가미해 스케일을 키웠는데도 인기를 끌지 못한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배우들 영향도 있다.

 

양조위 장학우 임달화 이자웅 등 홍콩 누아르에 자주 등장해 익숙한 얼굴들이 나오지만 아무래도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등과 인기를 비교하면 밀린다.

즉 부족한 스타파워도 부진에 한몫했다.

 

비록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지만 1980년대에 인기 있었던 홍콩 누아르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어서 나름 의미 있다.

물론 영화의 완성도 하고는 별개의 이야기다.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131분 분량이다.

국내 개봉한 극장판 보다는 길지만 홍콩판과 비교하면 14분가량이 부족한 애매한 판본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떨어진다.

DVD 타이틀보다 약간 나은 편으로, 디테일이 부족해 중경, 원경 장면에서 인물의 눈 코 입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다.

 

전체적으로 화면도 뿌옇고 입자도 거칠고 색감이 깨끗하지 못하다.

클로즈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블루레이 화질 치고는 많이 부족하다.

 

돌비 트루 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은 편이다.

리어 채널에서 바람 소리 등 각종 효과음이 적절하게 울린다.

 

부록으로 5분가량의 다른 결말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국내에서 극장 개봉 당시 15만명이 들었다고 알려졌다. 그렇게 흥행에 크게 성공한 작품은 아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세 청년 역할은 이자성(왼쪽부터), 양조위, 장학우가 연기.
양조위의 부인으로 출연한 원결영. '동방불패 1,2' '소오강호' 등에 출연.
1960년대말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영국 통치에 반대하던 홍콩의 시위 장면을 묘사했다. 이를 통해 영화 제작 당시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둔 어수선한 현지 분위기를 반영했다.
베트남 장면은 태국에서 촬영.
구정 공세 당시 베트콩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즉결 처형한 로안 서장의 사진을 비슷하게 재현한 장면도 등장.
가수 겸 배우인 견초천이 극 중 홍콩가수로 등장. '첩혈쌍웅'처럼 극중에서 부르는 '포공영지가'(蒲公英之歌)를 직접 불렀다.
1990년대 중반 오우삼 스튜디오에 발생한 화재로 이 작품의 원본 필름이 소실됐다고 한다. 후에 165분 가량의 감독 재편집판이 발견돼 1997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오우삼은 개인 돈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나 홍콩에서도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아 경제적으로 고생했다.
이 작품은 홍콩에서 서극이 제작한 '영웅본색 3'와 맞붙었다. 성적은 영웅본색 3가 앞섰다.
'디어 헌터'와 '람보2'에 나온 베트콩의 미군 포로수용소와 비슷한 장면이 등장.
이 작품은 '첩혈가두2' '첩혈가두3' 등이 국내에 나왔으나 이 영화와 상관없이 제목을 붙인 다른 작품들이다.
영화 속 두 청년의 대립이 마치 오우삼과 서극의 갈등을 보는 것 같다.
영화 곳곳에 오우삼식 신파, 즉 감정과잉이 흐른다.
2007년 알렉시 탄이 리메이크작 '천당구'를 만들었다. 장첸과 유엽이 출연.
오우삼 감독이 초반 홍콩에서 세 청년이 살인 때문에 쫓길 때 이를 수사하는 형사로 등장.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첩혈가두 777 (풀슬립 한정판) : 블루레이
포춘스타 시리즈 No. 015 : 첩혈가두 (일반판)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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