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171

세레나

영화 홍보물은 수잔 비에르 감독의 '세레나'(Serena, 2014년)를 격정 멜로드라마라고 소개한다. 이 문구 때문에 그저 그런 남녀의 뜨거운 사랑이야기로 안다면 오산이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팽팽한 대립이 숨막히는 긴장감을 유발하며 끝날 때 까지 한 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피가 피를 부르고, 뜻하지 않은 공포를 몰고 오는 이야기의 변화는 스릴러에 가깝고, 섬뜩한 인물들의 달라지는 모습은 공포물을 연상케 한다. 덴마크가 자랑하는 여류 감독 수잔 비에르 감독의 차분하면서도 응집력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두 남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뜻하지 않는 사고로 온 가족을 잃고 홀로 남은 여인 세레나(제니퍼 로렌스)가 벌목사업을 하는 남자 조지(브래들리 쿠퍼)를..

영화 2015.04.25

스물

"누가 스무살이 좋을 때래?" 영화 속 동우(준호)가 내뱉는 대사가 이병헌 감독의 '스물'이 어떤 영화인 지 말해 준다. "그때가 좋은 때"라고 지나가듯 말하는 어른들의 얘기에 과연 그런지 반문하듯 전개되는 영화다. 그런데 그 내용이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배꼽빠지게 웃기고 재미있다. 고교 친구인 치호(김우빈), 경재(김하늘), 동우(준호) 세 친구가 맞는 스무살은 어른들이 생각하듯 마냥 푸르고 즐겁지 많은 않다. 연애는 뜻대로 되지 않고 꿈을 향한 길은 멀다. 그렇게 좌충우돌 깨지고 부딪치며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이 웃기면서도 안타깝다. 그럼에도 절대 심각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Y담을 섞어 자조하며 넘기는 것도 어찌보면 청춘이기에 가능하다. 버디 무비의 형식을 띠면서도 이들이 빚어내는 갖가지 에..

영화 2015.03.27

위플래쉬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위플래쉬'(Whiplash, 2014년)는 선혈이 낭자한 음악 영화다. 마치 실베스터 스탤론의 출세작 '록키'(http://wolfpack.tistory.com/entry/록키-DE)를 연상케 한다. 무명의 음악가가 피나는 노력을 통해 정상급 밴드의 드러머 자리를 꿰차는 과정은 3류 건달 록키 발보아가 세계 헤비급 챔피언과 한 판승을 벌이는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최고의 자리는 워낙 노리는 사람이 많아 결코 만만치 않다. 무수한 도전자들과 경쟁을 벌여 살아남기 위해 주인공은 손바닥 살이 갈라져 터지도록 쉼 없이 드럼을 두드린다. 스네어와 탐탐 위에는 만만찮은 맞수들이 치열한 주먹 다짐을 한 것처럼 여기저기 핏방울이 얼룩져 있다. 영화의 단선적인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놓치 않은..

영화 2015.03.14

버드맨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각본, 촬영상 등 4개 부문을 몰아서 받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Birdman, 2014년)은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한 영화다. 주인공이 겪는 내적 갈등과 혼란을 쉽게 공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배우 리건은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처럼 원작 만화를 토대로 만든 블록버스터 '버드맨'으로 한때 잘나갔던 할리우드 배우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 더 이상 버드맨으로 설 수 없게 된 그는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서 배우로서 제 2의 인생에 도전한다. 리건은 진정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고 싶어하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버드맨의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감독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영상으로 주인공의 고뇌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문제는 그의 고뇌가 ..

영화 2015.03.11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마크 밀러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The Secret Service, 2015년)는 참으로 유쾌한 영화다. 고전적인 스파이 영화의 서사 구조에 현대적 액션을 가미했다. 그만큼 첩보물의 긴장을 유지하면서 '본' 시리즈나 '킬 빌' 같은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 영화의 묘미는 신화와 고전 영화들의 결합이다. 영국인들에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전설인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를 차용한 킹스맨 집단이 펼치는 모험은 곳곳에 유명 영화들과 고전 영화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배치했다. 엄마가 화장실 문을 도끼로 때려부수는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의 유명한 영화 '샤이닝', 각국 정상들의 비상 회의 장면은 역시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악당의..

영화 201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