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니콜 감독이 극본을 쓰고 연출한 데뷔작 '가타카'(Gattaca, 1997년)의 매력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그가 이 작품에서 다룬 미래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우성과 열성 유전자에 따라 장래가 결정된다.
열성 인자를 갖고 태어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꿈을 이룰 수 없다.
그저 건물 청소나 하고 허드렛일만 하며 연명할 뿐이다.
정작 사회를 이끌어 갈 중요한 일은 우성 인자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의 몫이다.
이런 사회에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사회에도 편법은 있다.
유전자를 사고팔고 조작해서 열성 인간을 우성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완벽을 꿈꾸는 사회에 이런 비즈니스는 치명적 오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그 치명적 오점에 희망을 걸고 토성행 우주 비행사가 되려는 꿈을 키운다.
이런 오점에 사람들이 희망을 거는 설정 자체가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니콜 감독 특유의 통렬한 풍자다.
니콜 감독은 후속작 '시몬', 각본을 쓰고 제작을 맡은 '트루먼쇼'처럼 이 작품에서도 수동적 삶을 마다하고 스스로 꿈을 가꾸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존재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인간성 회복을 꿈꾸며 철저한 통제 사회에서 탈출하려는 그의 작품관은 이 작품에서 비롯됐다.
비록 그 과정이 험난하고 힘들지라도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니콜 감독은 서정적 영상으로 전달한다.
벌판 가득 펼쳐진 패널 너머로 우주선이 날아오르고 힘든 물결을 헤치고 수영을 하는 장면 등은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다.
여기에 마이클 니먼이 담당한 음악까지 더해져 감동을 더한다.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탄탄한 이야기와 짜임새 있는 연출, 서정적 영상과 배우들의 명연을 통해 명확하게 전달되는 잘 만든 수작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필름의 입자감이 강조돼 영상이 거칠어 보일 수 있다.
과거 출시된 블루레이와 비교하면 명암대비가 넓어져 밝은 부분은 좀 더 밝아졌고 암부는 더 깊어졌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의 서라운드 효과는 놀랍다.
도로를 건널 때 앞뒤로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리어와 프런트 등 사방 스피커를 휘감으며 사실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삭제 장면, DNA에 대한 설명 등이 들어 있는데 한글 자막이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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