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미래의 미라이(블루레이)

울프팩 2021. 4. 11. 00:09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未来のミライ, 2018년)는 첫 장면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감 샷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풍경이 마치 항공사진을 보는 것처럼 정교하고 세밀하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수채화처럼 아련한 느낌을 주는 색감의 그림들이 편안하게 펼쳐진다.

이 속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사실적으로 그린 배경과 달리 둥글둥글하고 간략하게 선처리를 한 전형적인 만화풍 그림체다.

 

이 점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등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사실적인 풍경 속에서 움직이는 만화 같은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내용은 4세 소년이 갓난아기인 여동생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다뤘다.

부모의 관심이 온통 아기에 집중되면서 철부지 꼬마는 여동생을 시샘하며 말썽을 부린다.

 

여기에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판타지 요소를  섞어서 나이 터울이 적은 자식들이 있는 집이면 겪을 수 있는 성장담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아이가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마치 유령 같은 미래와 과거의 존재들이 나타나 깨우침을 준다.

 

그런 면에서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유사한 구성이다.

디킨스의 소설에 나오는 초현실적인 존재는 스크루지의 악행을 바로잡기 위한 무시무시한 존재이지만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환상적인 존재들은 사랑스럽고 유쾌하며 재기 발랄하다.

 

언뜻 보면 평범한 이야기를 판타지풍 영상과 그림으로 풀어낸 감독의 재주가 놀랍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아이를 키우며 느낀 경험을 소재로 삼은 이 영화는 한마디로 가족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결국 그 과정은 양보와 이해가 필요한 지난하고 힘든 일이지만 내면에 희망과 사랑이 녹아 있기에 기쁘고 반갑다.

특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초현실적인 존재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이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몇 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핏줄을 타고 전해져 오는 끈끈한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기에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과거 작품들보다는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나이 터울이 얼마 나지 않는 동생과 함께 자란 사람들이라면 작품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영화 본편과 부록 디스크 등 2장으로 구성됐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수채화풍의 맑고 투명한 색감이 깨끗하게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일본어와 우리말 녹음 등 두 가지 모두 수록됐다.

 

수중 장면에서 음악 소리와 물고기떼 움직이는 소리가 리어 채널을 가득 채우는 등 서라운드 효과도 적당하다.

부록으로 제작진 무대 인사, 감독 인터뷰, 칸 국제영화제 영상, 출연진 인터뷰, 배우들 좌담회, 제작과정, 감독의 고향인 도야마현 가미이치마치 마을 방문 영상, 스튜디오 영상 등 다양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모든 부록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마치 항공사진처럼 세밀한 도시 풍경은 요코하마를 배경으로 했다.
4세 남자아이인 주인공 쿤의 목소리는 18세 여배우 카미시라이시 모카가 연기.
갓난아기 미라이가 미래의 여고생으로 등장할때 목소리 연기를 성인 여배우 쿠로키 하루가 했다. 
기름하면서 언덕처럼 비탈진 주인공의 집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 다니지리 마코토가 작품을 위해 설계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아빠 역할은 독신인 배우 호시노 겐, 엄마 역할은 이소 구미코, 할아버지 목소리는 유명한 배우 야쿠쇼 코지가 연기했다.
미라이 목소리를 연기한 일본의 유명 배우 쿠로키 하루는 감독의 전작인 '늑대아이'에서 유키 목소리를 연기했다.
일본의 그림책 작가 투페라 투페라가 작품 속 동화책을 만들었다. 투페라 투페라는 카메야마 타츠야와 니카가와 아츠코 부부의 필명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영화처럼 아이가 둘 있다. 그의 아이들은 작품 구상 당시에 캐릭터들과 비슷한 3세와 갓난아기였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만든 스튜디오 치즈에서 3년 동안 제작한 작품이다.
배우들은 녹음 당시 모두 부스에 같이 들어가 마치 연기하듯 대사를 녹음했다.
이 작품은 2018년 5월 칸영화제에서 첫 시사회를 가졌다.
도쿄역 장면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세밀하고 사실적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영화 공간에 언덕처럼 고저차가 있으면 역동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해 집을 비탈진 언덕 형태로 그렸다.
도쿄역의 안내 로봇 역시 투페라 투페라가 종이를 오려 만들었다.
수 많은 철도차량을 디자인한 가와사키 중공업의 가메다 요시타카가 괴물같은 검은 신칸센 열차를 디자인했다.
이 작품은 4세 아이의 눈높이에서 진행되는 육아일기다. 앵글 또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영상이 많이 나온다.
원래 미라이를 연기한 쿠로키 하루는 쿤 역할로 오디션을 봤고, 쿤을 연기한 카미시라이시 모카는 미라이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