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스 르콩트(Patrice Leconte) 감독의 '걸 온 더 브릿지'(The Girl On The Bridge, 1999년)를 잊지 못하는 까닭은 음악 때문이다.
이 작품을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강렬한 흑백 영상과 함께 두고두고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한 곡의 노래였다.
남자(다니엘 오테유 Daniel Auteuil)가 여자(바네사 파라디 Vanessa Paradis)를 향해 칼을 던질 때마다 느릿느릿 끊어질 듯 흘러나오던 노래는 마리안느 페이스풀의 'Who Will Take My Dreams Away'였다.
삶의 극한까지 몰려 자살을 꿈꾸다 과녁으로 나선 여자와 생존을 위해 불안과 긴장 속에 칼을 던지는 남자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한 노래는 영상과 잘 어우러져 묘한 슬픔을 준다.
그 느낌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영화를 보고 나온 뒤 OST를 찾았으나 애석하게도 이 작품은 OST 음반이 없다.
그래서 DVD 타이틀을 구입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한마디로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윤곽선에 나타나는 계단 현상과 지글거림은 물론이고 언더스캔까지 버젓이 드러날 정도로 화질이 형편없다.
DVD플레이어나 디스플레이 기기에서 자동 오버스캔을 잡아주거나 이를 설정할 수 있는 기기라면 화질을 조금 희생하더라도(더 나빠질 것도 없다) 오버스캔 세팅을 하고 보는 게 좋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돌비디지털 5.1 음향.
서라운드 효과는 거의 없으나 마리안느 페이스풀의 노래를 묵직하게 전해준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