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은 뮤지컬 영화 '시카고'로 주목을 받은 롭 마샬 감독이 두 번째 들고 나온 뮤지컬 영화가 '나인'(Nine, 2009년)이다.
이 영화 역시 '시카고'처럼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옮겼는데 좀 독특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유명한 이탈리아 영화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8과 1/2'을 원작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작 영화를 뮤지컬로 바꾼 것을 다시 영화로 옮긴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영화는 자신의 9번째 작품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창작의 고통을 겪었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펠리니 감독의 원작 영화와 궤를 같이 한다.
9번째 영화를 만들게 된 이탈리아 영화감독 귀도는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아 고통을 겪는 가운데 그동안 숱한 염문을 뿌린 여성들과 관계도 뒤죽박죽된다.
귀도가 이 관계 속에서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 영화가 어떤 작품인지 깨닫고 돌아오는 과정을 다뤘다.
역시 묘미는 귀와 눈을 사로잡는 음악과 춤이다.
롭 마샬 감독은 뮤지컬 넘버 일부를 빼고 영화를 위해 'Guarda La Luna' 'Take it All' 등 3곡의 노래를 만들어 넣었다.
그는 '시카고'에서 보여준 것처럼 음악과 잘 맞아 떨어지는 영상으로 노래의 묘미를 살리면서 보는 즐거움을 준다.
특히 페넬로페 크루즈가 천을 타고 내려오며 부르는 끈적 끈적한 노래와 케이트 허드슨이 번쩍이는 의상을 입고 미남미녀 댄서들과 노래를 부르며 추는 군무 등이 매혹중이다.
그리고 퍼기가 탬버린으로 모래를 흩뿌리며 부르는 'be italian'은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을 만큼 아주 강렬한 인상을 준다.
흑백의 거친 화면과 컬러풀한 영상으로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주인공 귀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실과 판타지를 대치시킨 점도 흥미롭다.
다만 귀도의 고뇌가 그렇게 와닿지 않으며 여인들과의 관계 설정도 촘촘하지 못하고 헐렁하다.
그저 춤과 노래를 가볍게 즐기기에 좋은 작품이다.
특히 니컬 키드먼, 주디 덴치, 페넬로페 크루즈, 퍼기, 케이트 허드슨, 마리옹 꼬띠아르 등 기라성 같은 스타 여배우들의 춤과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주인공 귀도 못지 않게 행복한 일이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어두운 장면에서 거친 입자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오히려 1960년대라는 시대 배경과 잘 어울린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특히 저음이 박력있게 살아 난다.
부록으로 롭 마샬 감독과 존 드루카 프로듀서의 음성해설, 감독과 배우들 인터뷰, 제작과정, 의상 및 춤, 액터스 가이드 질의 응답,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극 중 이탈리아의 유명 스튜디오인 치네치타의 사운드스테이지5 내부 세트 장면은 영국 런던의 세퍼튼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실제 치네치타의 사운드스테이지5에서 촬영한 외관. 이 곳은 펠리니 감독이 작품들을 찍은 곳이다.
주인공인 영화감독 귀도를 연기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 그는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항상 이탈리아 액센트를 썼다.
주 무대가 1960년대 이탈리아인 만큼 로마를 비롯해 간간히 등장하는 이탈리아 도시 풍경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포지타노가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헬기로 촬영.
귀도가 기자회견 하는 호텔 외관은 로마 베네토 거리에 있는 엑셀시어 호텔이다. 베네토 거리는 펠리니가 영화 '달콤한 인생'을 찍은 곳이다. 하지만 호텔 내부의 기자회견장은 런던 세퍼튼 스튜디오에서 촬영.
이탈리아 안지오 해안가에 있는 벨라비스타 온천 호텔은 펠리니 감독의 '나는 기억한다'에 나온 곳이다. 이 곳은 지금 학교로 변했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고혹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어려서 발레를 배웠다.
퍼기가 'be italian'을 부르며 탬버린으로 모래를 뿌르는 군무가 압권이다. 이 장면 촬영을 위해 세트에 14톤의 모래를 깔아 놓고 두 달간 리허설을 했다.
댄서 출신인 롭 마샬 감독은 배우들에게 직접 춤을 보여주며 연출했다.
케이트 허드슨이 '시네마 이탈리아노'를 부를 때 입고 나온 의상은 스왈로브스키에서 일일이 수정을 그물처럼 엮어 만들었다.
반가운 얼굴인 소피아 로렌이 귀도의 엄마 역으로 등장. 그는 남편인 영화제작자 카를로스 폰티의 소개로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을 만났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주디 덴치 역할과 니컬 키드먼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 그런데 루이자 역할의 노래를 가장 잘 불러 이를 맡게 됐다.
귀도의 차는 1960년대 나온 알파 로메오이다.
니컬 키드먼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나오는 분수는 로마 근처 수트리에 있는 실제 분수를 그대로 재현한 모형이다. 두 사람이 밤거리를 거니는 장면은 실제 수트리에서 촬영.
대본은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감독 안소니 밍겔라가 썼다. 그는 이 작품 촬영 직전 타계했다.
주디 덴치 뒤로 보이는 앙귈라 라는 곳이다. 주디 덴치는 뮤지컬 '카바레'에도 출연하는 등 뮤지컬 경험이 있다. '캣츠'에도 캐스팅 됐으나 연습 도중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무대에 서지 못했다.
펠리니 영화를 좋아한 작곡가 모리 예스턴이 1973년부터 펠리니의 영화 '8과 1/2'의 뮤지컬화를 추진해 1982년 초연했다. 2003년 재공연 때 귀도 역할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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