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각본, 감독에 음악까지 담당한 '디 아더스'(The Others, 2001년)는 심령 스릴러물에 가깝다.
엄마와 두 자녀만 사는 집에 낯선 하인들이 찾아오면서 발생하는 이상한 일들을 다룬 이야기.
'식스센스'처럼 영화 내내 숨죽이며 보다가 막판에 허를 찔린듯 당황하게 만드는 작품.
그만큼 마지막 반전이 뛰어나다.
식스센스와 이 작품을 전후해서 서양의 공포물은 두 갈래로 나뉜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빠른 장면 전환과 액션을 통해 짜릿한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 하드 보일드파와, 피냄새를 배제한 단정한 두뇌게임파이다.
후자의 경우 산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 점이 특징.
그래서 누가 귀신인 지, 산 사람인 지 구분이 안간다.
옥사이드팡의 '디 아이'도 유사한 경우.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초반 화면이 미세하게 떨리며 일부 장면에서 입자가 두드러져 보인다.
DTS HD 5.1 MA를 지원하는 음향은 DVD 타이틀과 마찬가지로 음량이 작은 편이다.
하지만 갑자기 소리가 커지면서 놀라게 만든다.
채널 분리가 좋아서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시각효과, 광선공포증에 대한 설명 및 감독의 작업과정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촬영은 마드리드에서 했다.
영화 속 아이들은 빛을 보면 안되는 희귀질환을 앓는다. 실제로 같은 내용의 색소성 건피증(Xeroderma pig-mentosum)이 존재한다. XP로 부르는 이 병은 매우 희귀한 유전병이다.
보통 사람들은 햇빛의 자외선 때문에 피부의 DNA가 손상돼도 이를 복구하는 체계가 작동하는데 색소성 건피증 환자들은 복구되지 않아 심각한 화상과 각종 암에 걸린다. 치료 방법이 따로 없어 외출을 하지 말고 온 집안에 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깜깜하게 차단해야 한다.
색소성 건피증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가 햇볕 차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한다고 한다. 부모 모두 열성 유전자를 가졌을 때 4분의 1 확률로 자식들에게 발병한다. 전세계에 약 1,000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영화는 안개의 영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안개가 많이 나온다. 안개는 모호한 이야기를 상징하기도 한다. 제작진은 배우들의 뒤에 블루스크린을 세우는 크로마키 촬영을 한 뒤 디지털로 안개를 집어 넣었다.
아메나바르 감독은 촬영장에 직접 작곡한 음악을 가져와 틀어놓고 촬영을 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여성제작자인 박선민이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너무나 순수한'이라는 영화로 감독 데뷔했으며 '원더풀 데이즈'를 연출하기도 했다.
아메나바르 감독은 메타포 설정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색소성 건피증이 그 역할을 했다. 그래서 영화는 어둠과 촛불 아래서 진행했다. 여기에 침묵과 속삭임 깔리며 공포를 유발한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 (0) | 2017.02.08 |
---|---|
스타트렉 다크니스(블루레이) (0) | 2017.01.27 |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블루레이) (0) | 2017.01.20 |
죽음의 안토니오 (0) | 2017.01.18 |
매그니피센트 7(블루레이) (0) | 2017.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