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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블루레이)

울프팩 2017. 1. 20. 06:09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O Brother, Where Art Thou?, 2000년)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영화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코엔 형제가 고대 그리스의 작가 호머의 작품 '오딧세이'를 현대판으로 재미있게 바꾼 영화다.

그것도 원전처럼 영웅담을 그린 것이 아니라 완전히 비틀어 어수룩한 3인조가 뜻하지 않은 모험과 행운을 누리는 코미디로 만들었다.

 

내용은 율리시즈라는 이름의 좀도둑이 다른 두 명의 어리벙벙한 죄수들과 탈옥해 벌이는 소동을 다뤘다.

3인조는 엉뚱하게도 라디오 방송국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이 노래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뜻하지 않은 일을 겪게 된다.

 

이들이 부른 노래는 그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열쇠 역할을 한다.

이처럼 뜻하지 않은 열쇠가 3인조의 운명을 바꿔 놓는 과정은 슬그머니 웃음을 베어물게 만든다.

 

요절복통 코미디는 아니지만 상황의 반전이 부르는 희극과 비극의 교차가 이 영화의 묘미다.

여기에 오딧세이에 등장하는 외눈박이 거인 사이클롭스, 노래로 뱃사람들을 꾀어 죽게 만드는 사이렌 등도 각각 색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원전의 현대판 비틀기가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코엔 형제는 코미디적 상황 속에 인종차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원치 않은 운명의 엇갈림 등을 꼬집었다.

 

그들이 꼬집은 요소는 미국이 애써 드러내려 하지 않는 부분들이기도 하다.

이 또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처럼 정색하며 드러내지 않고 눙치듯 슬쩍 비춘다.

 

즉 코엔 형제는 언제나 그렇듯 메시지를 밑에 깔아 놓는 식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 냈다.

이 과정이 결코 어색하지 않은 것은 코엔 형제가 장면과 장면이 이어지는 과정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구성을 잘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코엔 형제가 함께 쓴 탁월한 각본과 조엘 코엔의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물론 3인조를 연기한 조지 클루니, 존 터투로, 팀 블레이크 넬슨의 흡입력있는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1080p 풀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코엔 형제가 의도한 세피아톤 색감이 은은하게 잘 살아 있다.


DTS HD 5.1 MA를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스토리보드, 뮤직비디오가 수록돼 있는데 뮤비를 제외하고 한글자막이 모두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 제목은 프레스턴 스터지스 감독의 1940년 영화 '위대한 맥긴티'에서 따왔다. 영화의 결말에 책이 한 권 등장하는데 제목이 가상의 작가 싱클레어 벅스타인이 쓴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이다.

십자로 위에 서 있는 흑인 기타리스트의 모습은 전설적인 블루스 기타리스트인 로버트 존슨의 얘기를 연상케 한다. 그는 십자로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신들린 듯한 기타 솜씨를 얻었다는 소문이 있다.

3인조 탈옥수를 연기한 조지 클루니와 존 터투로, 팀 블레이크 넬슨. 조지 클루니는 이 역할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사람을 홀리는 노래로 배를 난파시키는 사이렌은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시골의 육감적인 세 처녀로 바뀌었다.

길거리 날강도로 변신한 외눈박이 거인 사이클롭스. 존 굿맨이 연기했다.

깔끔한 촬영은 '파고' '바톤 핑크' '위대한 레보스키' '레이디 킬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시리어스 맨' '더 브레이브' 등 코엔 형제의 작품은 물론이고 '쇼생크 탈출' '007 스카이폴' '시카리오' 등 유명 작품을 찍은 로저 디킨스의 솜씨다.

미국 인종차별의 상징인 백인우월주의 단체 큐클럭스클랜(KKK)의 집회 모습.

이 영화에서 음악은 중요한 요소다. 3인조가 히트시키는 노래 '슬픔에 빠진 남자'(I am a man of constant sorrow)는 컨트리 가수인 댄 티민스키가 불렀고 여기 맞춰 조지 클루니가 립 싱크를 했다. 'farewell song'으로 알려진 원곡은 가수 리차드 버넷이 1913년에 발표했다.

조지 클루니는 상체를 고정시키고 다리만 움직이는 춤을 춘다. 그가 자란 켄터키에서 보고 배운 춤이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는 처음으로 컴퓨터로 후반작업을 했다. 네거티브 필름을 스캔해 2K 해상도의 데이터시네로 분리한 뒤 일정한 세피아 톤이 나타나도록 디지털을 이용해 최적화된 색상 조정 작업을 거쳤다.

디지털 색보정을 거친 파일을 코닥의 레이저 레코더로 필름에 다시 옮긴 뒤 극장 상영용 프린트를 위한 프린트 마스터를 만들었다.

떠내려가는 집 위의 소는 디지털도메인에서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500장 풀슬립 한정판) : 블루레이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HD 리마스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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