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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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울프팩 2017. 2. 8. 08:10

도쿄에 대한 인상을 한 가지 꼽으라면 정갈함이다.

편의점이나 식당, 상점 등을 들어가보면 모든 것들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으며 길거리에도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첫 인상이 중요한 것이, 도쿄를 여러 번 갔지만 정갈하다는 느낌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도쿄를 찾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인상을 가졌을까.

 

옴니버스 영화인 '도쿄!'(Tokyo!, 2008년)는 이에 대한 해답이다.

모든 사람들의 인상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미셀 공드리, 레오 카락스, 봉준호 등 세 감독에 대한 답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세 감독이 도쿄를 주제로 만든 서로 다른 내용의 작품 세 편으로 구성됐다.

미셀 공드리의 '아키라와 히로코'는 독특하다.

 

가브리엘 벨의 원작 만화를 각색한 이 영화는 쓸모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여인이 독특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다뤘다.

색다른 아이디어와 이를 잘 표현한 영상 등이 눈에 들어오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작품은 장소만 도쿄일 뿐 전혀 '도쿄스럽지 않은' 영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벨의 원작 만화 자체가 일본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일본과 가까운 소재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도쿄를 배경으로 한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 정도로 볼 만 하다.

 

레오 카락스 감독의 '광인'은 기대 이하다.

도쿄의 지하에 숨어 사는 광인이 느닷없이 나타나 일본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는 얘기다.

 

개연성도 없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내용은 만화나 공상과학(SF) 영화에 가깝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로 굳이 도쿄가 아니어도 촬영이 가능한 내용이며 심지어 대사 속에는 일부러 웃기려고 넣은 것 같지만 경우에 따라 일본인들이 기분 나쁠 만한 비하적인 내용도 들어 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것은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드니 라방의 광인 연기다.

불편한 몸짓과 기행을 천연덕스럽게 해내면서 캐릭터 자체로 녹아 들었다.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는 세 작품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다.

11년째 집 밖에 나가지 않은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코모리 남성이 우연히 피자배달부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뤘다.

 

히키코모리의 집은 물론이고 덩굴로 뒤덮인 집 등을 보면 봉 감독 특유의 꼼꼼함을 미장센느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주인공을 맡은 카가와 테루유키와 국내에도 팬이 많은 아오이 유우, '쉘 위 댄스'로 낯익은 타케나카 나오토 등 유명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이들은 극적인 이야기나 사건 없이 표정과 몸짓 만으로도 히키코모리의 절절한 고독과 이를 둘러싼 범상치 않은 사건의 긴박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처럼 색깔이 완연하게 다른 세 편의 이야기 속에서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외로움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게 이해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어우러져 그대로 군중 속의 고독을 보여준다.

이 같은 외로움이 빚어내는 구성원 간의 단절과 소통 부재는 굳이 히키코모리를 들먹이지 않아도 일본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꼽고 있는 사항이다.

 

하지만 애써 외로움이란 코드를 찾아가며 세 편의 작품을 꿰어 맞출 필요는 없다.

'흔들리는 도쿄' 외에 나머지 두 작품이 그만큼 인상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디테일이 뛰어난 편은 아니며 윤곽선도 예리하지 못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봉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감독 인터뷰, 아웃테이크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은 2장의 디스크에 나눠 수록됐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미셀 공드리 감독의 '아키라와 히로코'. 가브리엘 벨의 만화가 원작이다.

미셀 공드리 특유의 재치가 묻어나는 영상. 세트인데도 부감촬영을 통해 공간의 협소함과 번잡스러움을 잘 표현했다.

마치 카프카의 변신을 보는 듯한 여인의 변이 과정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잘 묘사했다.

레오 카락스 감독의 '광인'. 드니 라방이 광인 연기를 잘했다.

레오 카락스 감독은 긴자 거리에서 촬영 허가가 나지 않아 오다이바에서 배우들과 연습을 한 뒤 긴자 거리에서 도둑 촬영을 했다.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 히키코모리를 소재로 다뤘다.

봉 감독이 도쿄시내에서 우연히 발견한 덩굴 집을 배경으로 사용.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란다.

피자 배달 로봇은 와세다대 공학부 대학원생들이 만들었다.

도쿄!SE
감독:봉준호, 미셸 공드리, 레오 까락스 출연:아오이유우,카세 료,드니 라방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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