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2월 국도극장에서 개봉했던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 '라스트 모히칸'(The Last of The Mohicans, 1992년)을 처음 봤을 때 그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울창한 숲 속을 휙휙 날며 사슴을 사냥하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모습과 다른 인디언 부족에게 끌려간 여인을 되찾기 위해 총을 들고 달려가던 모습, 그리고 마지막 처절한 벼랑 끝 싸움.
그 위로 흐르던 트레버 존스와 랜디 에델만의 웅장한 음악이 어우러진 영상은 광할한 대자연 위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서사시였다.
어려서 계림문고 번역본으로 읽었던 '모히칸족의 최후'가 이렇게 훌륭한 내용이었던가 새삼 되짚어 보게 됐다.
작가인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는 원작 소설에서 미국 독립전쟁으로 이어진 7년 전쟁의 와중에 억울하게 죽어간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통해 백인들의 식민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쟁탈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식민지를 일군 청교도가 아니라 그 땅의 원래 주인인 인디언 부족들이었다.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아들을 잃어 대가 끊기며 마지막 모히컨이 된 칭가츠국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만큼 원작 소설도 훌륭하지만 이를 감동적인 영상으로 빚어낸 마이클 만 감독의 연출력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속도감있는 액션이 일품이다.
광활한 자연을 그대로 보여주는 와이드 스크린 안에서 들고 찍기로 촬영한 액션은 거대한 돌칼과 손도끼, 칼날이 번뜩이는 인디언 싸움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과격한 느낌을 잘 살렸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아일랜드 그룹 크래너드가 부른 'I Will Find You'이다.
주인공 일행이 휴런 족에게 끌려간 사랑하는 여인을 뒤쫓는 장면에 흐르는 이 노래는 청아하면서도 구슬픈 목소리로 주인공의 절절한 심정을 나타냈다.
더불어 주목할 만한 인물은 칭가츠국으로 출연한 실제 인디언 러셀 민즈다.
수우족 출신인 그는 대표적인 미국 인디언 인권운동 지도자다.
그는 1973년 인디언들의 권리 향상을 주장하며 동료들과 사우스다코타의 운디드니를 점거해 71일 동안 경찰, FBI와 총격전을 벌이며 대치했다.
운디드니는 1890년 새 보금자리를 약속한 미국 정부를 믿고 이동하던 인디언 350명이 몰살당한 곳이다.
마이클 만 감독이 그를 섭외한 것도 운디드니 사건 당시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러셀 민즈는 약 한 달 전인 10월22일 72세 나이로 사망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인디언이었다.
암 판정을 받은 뒤 백인들의 치료를 거부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인디언식 전통 치료를 받다가 숨을 거뒀다.
참고로, 요즘 나온 게임 '어쌔신 크리드3'도 이 영화와 시대 배경이 비슷하다.
콘솔 게임의 훌륭한 명작인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최신작인 이 게임에서 암살자로 나오는 주인공은 바로 모히컨족, 즉 카니아게하가이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색감은 선명하지만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이 묻히는 게 흠.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나다.
전방에서 후방으로 총알 날아가는 소리를 들어보면 방향감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과 제작과정이 들어 있으며 이중 제작 과정에만 한글자막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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