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라이온 킹(4K)

울프팩 2019. 7. 18. 00:30

디즈니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로저 알러스와 롭 민코프 감독의 '라이온 킹'(The Lion King, 1994년)이다.
이야기와 그림보다 음악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영화 성공 이후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며 황금빛으로 떠오르는 해와 함께 아프리카 말로 힘차게 터져 나오는 'Circle of Time'을 들으면 가슴이 벅차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스카가 야욕을 드러내는 장면에 흐르는 'Be Prepared'.
제레미 아이언스의 낮게 깔리는 목소리와 합창이 더해지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음악들은 기사 작위를 받은 영국의 팝가수 엘튼 존이 작곡을 하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에비타' 등 록 뮤지컬에 빛나는 작사가 팀 라이스가 가사를 썼으며, 유명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가 편곡을 맡았다.
그러니 음악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나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 들어도 가슴이 뛸 만큼 곡들이 훌륭하다.
더불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모티브로 정글의 왕권을 다룬 이야기와 그림도 깔끔하다.

 

내용은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긴 어린 사자가 돌아와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언뜻 보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는 서정적인 그림체에 어울리지 않게 잔혹한 권력 투쟁을 다뤘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원칙이 지배하는 정글이니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속에서 은연중에 드러나는 계급의식과 패권주의는 인간 세상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

사실 이 작품은 월트 디즈니가 1942년에 만든 애니메이션 '밤비'를 따라 했다.

 

어미의 죽음을 아비의 죽음으로 대체했으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새끼가 절치부심해 돌아와 당당하게 다시 서는 구성은 '밤비'를 그대로 가져왔다.

동물만 사슴에서 사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디즈니는 제2차 세계대전의 한 복판에서 밤비를 만들며 전쟁으로 부모형제를 잃은 가정들이 위로받고 희망을 얻기를 바랐다.

그런 디즈니의 생각이 잘 맞아떨어져 전후 이 작품은 재개봉하며 주목을 받고 인기를 끌었다.

 

디즈니는 그때의 영광과 모티베이션을 이 작품으로 되살린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 장면에 컴퓨터 그래픽이 쓰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손그림을 바탕으로 한 만큼 디즈니 스튜디오 애니메이터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최고의 음악과 노래가 그림과 제대로 궁합이 맞아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유의 뮤지컬적인 요소가 잘 살아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훌륭하다.

색감이 빼어나며 윤곽선도 깔끔하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특히 묵직한 저음이 둔중한 코끼리의 발소리를 잘 살렸다.

 

옥에 티가 있다면 '지금의 넌'을 '지금은 넌'으로 표기한 한글자막의 오자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한 일반 블루레이 타이틀도 화질이 좋다.


웅장한 자연미를 살린 그림이 깔끔한 샤프니스와 화사한 색감으로 살아났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제대로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삭제 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원래 이 작품은 당시 디즈니에 몸담았던 제프리 카젠버그가 기본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아프리카 얘기를 하다가 영감을 얻었다.
영화 시작과 함께 스와힐리어로 힘차게 'Circle of Time'이 터져 나오며 해가 떠오르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 장면에서 아프리카 노래는 레보M이 불렀다. 한스 짐머가 LA 주차장에서 일하던 그를 우연히 알게 돼 영화음악 작업에 끌어들였고 영화 '파워 오브 원'의 음악도 함께 했다.
제작진들은 아프리카 묘사를 위해 케냐를 다녀왔다. 코뿔새 자주는&nbsp;'미스터 빈' 로완 앳킨슨이 맡았다.
원래 제목은 '정글의 왕'이었다. 하이에나 음성 중 하나는 우피 골드버그가 담당.
동생이 형을 죽이고 왕권을 차지하며 왕자마저 내쫓는 기본 구조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가져왔다. 이 작품은 디즈니 스튜디오가 동화에 의존하지 않고 처음으로 스토리를 만든 창작극이다.
스카가 야욕을 드러내는 장면에 흐르는 'Be Prepared'는 &nbsp;제레미 아이언스가 불렀다. 스카가 하이에나를 사열하는 장면은 레니 리펜슈탈이 나치 전당대회를 찍은 다큐멘터리 '의지의 승리'를 흉내 냈다.
영양 떼의 질주 장면은 어보이던스 프로그램을 사용. 이 프로그램은 질주하는 각각의 영양들이 서로를 뚫고 지나가지 않고 충돌직전 피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
가장 경쾌한 곡인 '하쿠나 마타타'는 스와힐리어로 '다 잘 될 테니 걱정하지 마'라는 뜻. 케 세라세라와 비슷하다. 이 말은 케냐 답사 시 현지 가이드가 제작진들에게 가르쳐줬다. 케냐인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심바의 모습엔 목소리를 연기한 매튜 브로데릭의 이미지가 반영돼 있다. 심바의 노래는 유명 영화음악가 존 윌리엄스의 아들 조 윌리엄스가 불렀다. 그는 록밴드 토토의 보컬이다.
이 작품은 곡이 워낙 좋아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과 제52회 골든글로브에서 음악상, 주제가상을 모두 받았다. 이후 여성 연출가 줄리 테이머가 연출 및 무대의상, 가면까지 제작해 뮤지컬로 만들어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