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로저 알러스와 롭 민코프 감독의 '라이온 킹'(The Lion King, 1994년)이다.
이야기와 그림보다 음악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영화 성공 이후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며 황금빛으로 떠오르는 해와 함께 아프리카 말로 힘차게 터져 나오는 'Circle of Time'을 들으면 가슴이 벅차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스카가 야욕을 드러내는 장면에 흐르는 'Be Prepared'.
제레미 아이언스의 낮게 깔리는 목소리와 합창이 더해지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음악들은 기사 작위를 받은 영국의 팝가수 엘튼 존이 작곡을 하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에비타' 등 록 뮤지컬에 빛나는 작사가 팀 라이스가 가사를 썼으며, 유명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가 편곡을 맡았다.
그러니 음악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나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 들어도 가슴이 뛸 만큼 곡들이 훌륭하다.
더불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모티브로 정글의 왕권을 다룬 이야기와 그림도 깔끔하다.
내용은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긴 어린 사자가 돌아와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언뜻 보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는 서정적인 그림체에 어울리지 않게 잔혹한 권력 투쟁을 다뤘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원칙이 지배하는 정글이니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속에서 은연중에 드러나는 계급의식과 패권주의는 인간 세상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
사실 이 작품은 월트 디즈니가 1942년에 만든 애니메이션 '밤비'를 따라 했다.
어미의 죽음을 아비의 죽음으로 대체했으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새끼가 절치부심해 돌아와 당당하게 다시 서는 구성은 '밤비'를 그대로 가져왔다.
동물만 사슴에서 사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디즈니는 제2차 세계대전의 한 복판에서 밤비를 만들며 전쟁으로 부모형제를 잃은 가정들이 위로받고 희망을 얻기를 바랐다.
그런 디즈니의 생각이 잘 맞아떨어져 전후 이 작품은 재개봉하며 주목을 받고 인기를 끌었다.
디즈니는 그때의 영광과 모티베이션을 이 작품으로 되살린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 장면에 컴퓨터 그래픽이 쓰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손그림을 바탕으로 한 만큼 디즈니 스튜디오 애니메이터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최고의 음악과 노래가 그림과 제대로 궁합이 맞아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유의 뮤지컬적인 요소가 잘 살아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훌륭하다.
색감이 빼어나며 윤곽선도 깔끔하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특히 묵직한 저음이 둔중한 코끼리의 발소리를 잘 살렸다.
옥에 티가 있다면 '지금의 넌'을 '지금은 넌'으로 표기한 한글자막의 오자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한 일반 블루레이 타이틀도 화질이 좋다.
웅장한 자연미를 살린 그림이 깔끔한 샤프니스와 화사한 색감으로 살아났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제대로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삭제 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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