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하워드 감독의 '분노의 역류'(Backdraft, 1991년)는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들 이야기다.
주인공 브라이언(윌리엄 볼드윈)은 아버지와 형이 모두 화재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 집안 출신이다.
어려서 아버지가 화재 현장에서 사망하는 것을 지켜본 브라이언은 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러면서 아버지같은 소방관이 되려는 갈망이 있다.
그래서 소방학교에 들어가 소방관이 되지만 불을 정복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영웅적인 형의 행동을 보며 위축될 수 밖에 없는 브라이언은 잇따라 발생하는 방화 사건을 추적하면서 불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게 된다.
큰 줄기는 소방관의 영웅적인 행동을 다룬 영웅담이지만 그 속에 가족애와 형제애를 다룬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버지를 집어 삼킨 불을 봤던 소년이 소방관이 돼서 불과의 공포를 이겨내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불이다.
실제 불을 이용해 재생한 화재 현장이 참으로 그럴 듯 하다.
덕분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마와 소방관들의 싸움이 아주 실감난다.
그 바람에 이 영화 이후 '래더49' '싸이렌' '리베라메' 등 소방관의 활약을 다룬 여러 편의 아류작이 등장했다.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추리 기법을 따른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커트 러셀, 로버트 드니로, 윌리엄 볼드윈 등 배우들의 열연,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불을 사용한 화재 장면이다.
여기에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이 곁들여져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돋구었다.
특히 커트 러셀과 윌리엄 볼드윈이 갈등을 빚으면서도 끈끈한 정으로 맺어진 형제애를 눈물나게 연기해 감동을 선사했다.
비록 개봉 당시에는 '늑대와 춤을' '터미네이터2' 등 대작들에 묻혀 기대만큼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단연 '타워링' 이후 불과의 전쟁을 다룬 가장 우수한 영화로 꼽을 만한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DH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블루레이보다 좋다.
무엇보다 디테일이 발군이며 색감이 생생하다.
DTS X를 지원하는 음향도 리어 채널을 충분히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음향이 화재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1080p 풀HD의 2.35 대 1 화면비의 블루레이 타이틀도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DTS-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서라운드 효과가 실감난다.
특히 불이 벽을 타고 이동하는 소리는 각 스피커를 차례로 돌며 재생돼 실제 같다.
부록으로 삭제장면, 제작과정, 스턴트와 특수 효과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으며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위력적인 화마를 가장 잘 묘사한 이 작품은 소방관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주인공 형제 가운데 형 스티븐을 연기한 커트 러셀.
동생 브라이언을 연기한 윌리엄 볼드윈. '진주만' '노팅 힐' 등에 출연한 알렉 볼드윈의 동생이다.
로버트 드니로가 화재현장 조사관으로 출연.
극본을 쓴 그레고리 위든은 소방관 출신이다. 캘리포니아 라구나비치 소방서에서 소방관으로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잘 안다. 그래서 영화 내용이 실감난다.
폭발로 차 앞유리창에 날아가 꽂힌 사람은 그레고리 위든이 소방관 시절 실제 목격한 내용이다.
그레고리 위든에 따르면 영화 제목인 역류는 화재 현장에서 자주 목격된다. 역류는 불길이 산소를 모두 소비해 방 안이 뜨거워진 채 진공 상태에 이를 때 발생한다. 이때 누군가 문을 열면 순식간에 폭발하듯 발화한다.
론 하워드 감독은 처음에 안전한 촬영을 위해 CG로 불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촬영 6주 전에 완성된 불을 보니 시실과 너무 달랐다. 그래서 CG를 접고 대신 특수 효과로 진짜 불을 질러 촬영했다.
불이 나는 장소에는 발화지연제를 발라 불길을 억제하고, 건물 벽에 덧댄 가벽만 태우는 방법으로 화재 현장을 찍었다.
대부분 시카고에서 촬영했으며 막판 공장 화재 현장은 텅 빈 공장에 세트를 세운 뒤 촬영.
배우들은 실제 시카고 소방관들에게 훈련을 받은 뒤 촬영. 소방복과 장비 무게는 38kg에 이른다.
이 작품에는 실제 소방관이나 연고자가 대거 출연했다. 브라이언의 친구 역할인 제이슨 역을 맡은 팀 크리즈민스키는 아버지가 시카고 외곽의 소방서장을 지냈다.
막판 감동적인 장면은 스콧 글렌의 몸에 실제 불을 붙인 뒤 촬영. 매달려 있는 장면은 스콧과 커트의 몸에 벨트를 감은 뒤 붙잡은 팔의 소매 안쪽을 쇠줄로 연결해 찍었다.
잊지못할 명장면.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안 스콧 글렌이 자신의 팔을 붙잡은 커트 러셀을 쳐다보며 절망적으로 한마디 한다. "나를 보내줘." 커트는 힘에 부쳐 얼굴이 부들부들 떨리면서도 스콧을 놓지 않는다. 그때 흘러 나온 가슴이 절절한 명대사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You go, We go."(네가 가면 우리도 간다.) 블루레이의 한글 자막은 이 대사를 맛깔스럽게 못살리고 엉뚱하게 번역해 놓았다.
소방관 장례 행렬은 카메라 9대를 이용해 비 오는 날 찍었다. 실제 소방관들이 행진에 참여했다.
큰 건물 화재시 소방관들은 서있기 힘들 정도로 거센 열기와 자욱한 연기 때문에 앞이 안보여 영화와 달리 기어다니는 경우가 많단다. 화재시 문에서 열기가 느껴지고 연기가 나왔다 들어가면 역류 위험이 있으므로 통풍 후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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