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년)에 대한 평 중에 한 달 전 작고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짧은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매일 도둑의 손수레를 검사하는 경비원이 있다. 경비원은 도둑이 훔쳐가는 게 뭔지 알아낼 수가 없다. 도둑이 훔치는 건 손수레다. 유대인들은 쉰들러의 손수레다."
촌철살인, 그야말로 이 영화의 의미를 몇 개의 문장에 함축적으로 잘 담아냈다.
이 작품은 나치당원이면서 독일인 사업가였던 오스카 쉰들러가 수용소에 갇힌 수많은 유대인들을 살려낸 실화다.
쉰들러는 나치 군인들에게 뇌물을 써서 유대인들을 자신의 공장 직공으로 빼돌려 목숨을 구했다.
물론 그가 세운 냄비와 군수공장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비록 공장은 망했지만 그는 1,200명의 유대인들을 구했다. 아니,
그 후손들이 번성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수천 명의 유대인 목숨을 쉰들러 혼자서 구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독일인이면서 나치 당원인 쉰들러가 나라에서는 죽이고 싶어 한 유대인을 살렸다는 점이 그렇고, 유대인들이 나치 독일을 위한 군수공장에서 일하며 목숨을 부지했다는 점이 그렇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은 엄혹한 시절 내내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며 혹독한 외부 환경 및 자신과 싸워야 했다.
이 영화가 위대한 것은 바로 그 점 때문이다.
쉰들러 한 사람이 아닌 살아남은 모든 사람들의 처절한 투쟁기이자 인간 승리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스필버그는 알알이 흩어진 생생한 육성 기록을 하나씩 꿰어 찬란한 보석 목걸이를 만들었고, 야누스 카민스키 촬영 감독은 깊이 있는 영상으로 빛을 더했다.
더불어 존 윌리엄스의 애수에 찬 멜로디와, 이를 유려한 바이올린 연주로 뒷받침한 이차크 펄만의 연주도 훌륭하다.
홀로코스트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그린 작품으로 막판 쉰들러와 유대인들의 이별 장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국내 출시된 4K 블루레이 타이틀은 4K, 일반 블루레이, 부록 디스크 등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깊이 있는 흑백 영상을 잘 살렸다.
디테일이 뛰어나 화질이 좋고, 명암대비가 뛰어나 사진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 같다.
다만 요들을 조들, 크라코프를 크라코우로 번역하는 등 한글 자막에 오류가 많다.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번역자가 한글 자막 작업을 한 모양이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각 채널에서 울리는 생활소음이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25주년을 회고하는 영상과 여러 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을 채집하는 쇼아재단 활동을 담은 영상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노의 역류(4K 블루레이) (2) | 2019.05.19 |
---|---|
에이리언 (4K 블루레이) (16) | 2019.04.22 |
미스 슬로운(블루레이) (0) | 2019.04.07 |
시티 오브 갓: 블루레이 (4) | 2018.12.07 |
블레이드 러너-파이널컷(4K 블루레이) (16) | 2018.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