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람보 (블루레이)

울프팩 2011. 5. 15. 13:15
실베스터 스탤론은 그 동안 맡은 배역 때문에 생각없이 힘만 쓰는 마초 이미지가 강하지만, '록키'와 '람보' 1편(Rambo: First Blood, 1982년) 같은 작품을 보면 이야기 구성력이 상당히 뛰어난 배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실베스터 스탤론은 록키 시리즈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다.

그때 제작진이 람보 1편의 출연을 제의했으나, 스탤론은 줄거리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 출연을 망설였다.
그러나 당시 그의 입장에서 적지 않은 액수인 13만5,000달러라는 출연료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

이후 스탤론은 대본 작업에 직접 참여해 상당 부분을 뜯어 고쳐 데이빗 모렐의 원작소설과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모렐의 소설에서는 람보가 250명을 죽이고 트로트먼 대령 손에 죽지만, 영화에서는 폭력성이 많이 완화되고 람보와 지역 경찰관들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이 영화는 2, 3편 때문에 오락물로 치부되지만, 뜯어보면 1편이 가장 재미있고 작품성도 뛰어나다.
단순 참전 용사의 사회 부적응이 빚는 난동이 아니라, 기존 체제와의 갈등을 다룬 록음악 같은 영화다.

람보는 단정하고 반듯한 인물상을 원하는 기존 사회에서 자유와 일탈을 꿈꾸는 반항아적인 존재다.
한국전 참전 용사로서 권위를 앞세우는 경찰관과 월남전 참전 후 방황하는 람보가 충돌을 빚는 내용은 원작 소설이 등장한 70년대 미국 사회의 단면을 압축했다.

이 같은 기성세대와 젊은 층의 갈등은 80년대 들어서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레이건 행정부 아래 더 보수 강경화로 흐른 미국 사회에서 젊은이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간절히 원했고, 이런 사회 분위기 아래 람보는 안티 히어로로 새롭게 부상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반전 메시지를 담은 사회 드라마이자,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송가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아무래도 30년 전 작품이다보니 암부 디테일과 샤프니스가 떨어지는 점은 어쩔 수 없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사운드가 전방에 몰려 있다.
부록은 과거에 나온 DVD와 다르다.

DVD는 원작자인 데이빗 모렐의 음성해설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으나, 블루레이는 스탤론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다큐가 수록됐다.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한진영화소설 시리즈로 국내 번역출간됐던 데이빗 모렐의 원작 소설을 보면 람보의 아버지뻘인 경찰관은 한국전에 참전해 죽을 고비를 넘기며 훈장까지 받는 고생을 해서 미국 사회를 일궜는데, 람보 같은 월남전출신 젊은 세대들이 영웅행세를 하며 양아치처럼 돌아다니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화는 이처럼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보수파와 자유파의 충돌에 모티브를 두고 있다.
촬영은 캐나다의 호프라는 곳에서 찍었다. 숲이 많은 이곳은 벌목이 주 산업이었으나, 촬영 당시 제재소가 문을 닫으면서 주민들이 실직하게돼 마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원작자인 모렐은 68년부터 반전 소설로 원작을 구상해 집필을 시작했으며 72년에 출간했다. 당시 람보의 실제 모델은 아티 머피라는 인물이었다.
마을 장면은 스탤론이 직접 오토바이를 운전했고, 마을을 벗어나서 점프하는 장면부터는 스턴트맨이 몰았다. 람보라는 이름은 원작자인 모렐이 프랑스 시인이자 군인인 람보와 부인이 가게에서 사온 사과 이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원래 람보 역할로 폴 뉴먼과 스티브 맥퀸이 물망에 올랐다. 특히 스피드 광인 맥퀸은 오토바이 질주 장면 때문에 람보 역을 강력히 원했으나 촬영 당시 46세로 나이가 너무 많아 스탤론에게 돌아갔다.
원작에서는 람보가 경찰서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누드로 탈출한다. 촬영 당시 사람들은 스탤론이 록키 1, 2편 이후 출연작이 모두 흥행에 실패해 이 작품 역시 잘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산에서 버려진 창고를 발견한 장면은 촬영 중 우연히 찾아냈다. 캔버스 천을 찢어서 몸에 두르는 것도 여기서 우연히 발견한 캔버스 천을 즉석에서 활용했다. 스탤론은 캔버스 천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칼 등에 톱날이 삐죽삐죽 솟은 유명한 람보의 칼은 지금은 고인이 된 아칸소의 유명 디자이너 지미 라일이 디자인했다. 이 칼은 손잡이에 나침반, 내부에 실과 바늘 등이 들어 있는 서바이벌 용이다.
제작진은 원작의 람보가 지닌 폭력성을 많이 완화시켰다. 원작에서는 람보가 산 속에서 만난 소년도 죽인다.
디지털카메라도 없던 시절, 후지필름과 고속렌즈를 사용해 실제 성냥개비 불빛 하나만으로 캄캄한 갱도 안에서 찍은 대단한 장면. '쇼군' '이너 스페이스' 등을 찍은 헝가리 출신 앤드류 라즐로 촬영감독의 솜씨다.
촬영지가 탄광 지역이어서 실제로 많이 존재하는 갱도에서 찍었다. 갱도에 나오는 쥐는 훈련된 흰색 쥐를 회색으로 염색해 촬영. 원작에서는 쥐가 아닌 박쥐가 우글거리는 동굴로 묘사됐다.
트로트먼 대령 역은 원래 커크 더글라스가 출연할 예정이었다. 커크는 대령이 람보를 죽이고 대신 람보처럼 활약하는 식으로 대본을 고치기를 원했으나 이를 거절하자 중도하차해 2003년에 사망한 리차드 크레나에게 돌아갔다.
유명한 이오지마 탈환 후 찍은 사진을 흉내낸 장면. 엑스트라는 모두 제재소가 문닫아 실직자가 된 마을 주민들이다.
추적하던 순출차가 뒤집힌 장면은 연출이 아닌 사고 장면을 그대로 썼다. 이 사고로 운전한 스턴트맨은 등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스탤론은 절벽에서 람보가 뛰어내리는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가 나무에 부닥치면서 갈비뼈가 골절됐다.
제작진은 촬영용으로 준비한 고가의 무기들을 전문 털이범들에게 몽땅 털려서 다른 무기로 촬영했다.
극중에서는 한 개의 마을 주유소가 불타지만 원작소설에서는 람보가 여러 개의 주유소를 폭파한다.
원작 소설은 영화와 달리 람보가 사람들을 죽이고 도망가다가 자신을 훈련시킨 트로트먼대령 손에 죽는다.
제작진은 람보가 트로트먼 대령의 권총으로 자살하는 장면도 찍었으나 임시 시사회때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지 않아 체포되는 장면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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