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맥기건 감독의 '럭키 넘버 슬레븐'(Lucky Number Slevin, 2006년)은 지독히 운이 없는 사내의 희한한 모험담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슬레빈(조시 하트넷)은 바람난 애인 때문에 홧김에 집을 나와 친구집을 방문하다가 강도를 만나 몽땅 털린다.
할 수 없이 외출한 친구 집에 머물게 되는데 그때 하필 친구의 얼굴을 모르는 빚쟁이들이 들이닥친다.
범죄조직원인 빚쟁이들에게 친구 대신 끌려간 슬레븐은 빚을 갚거나 살인을 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이 작품은 얼핏 보면 매사에 모든 일들이 꼬이기만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연상케한다.
또 사건의 진실을 궁금하게 만드는 끝없는 수수께끼의 연속은 '유주얼 서스펙트'를 닮았다.
아울러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차례로 익사시키기'처럼 영화는 숫자를 암시하는 주인공의 이름과 마권 숫자 등으로 관객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며 두뇌 게임을 벌인다.
그러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유주얼 서스펙트' '차례로 익사시키기'가 모두 조합된 것처럼 화려하게 시작한 영화는 후반부로 갈 수록 힘을 잃는다.
예측 가능한 복선과 다소 억지스런 상황 전개,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 구조 때문이다.
감독이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너무 쉽게 봤거나 우수한 스릴러로 단련된 관객의 수준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무난한 화질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윤곽선이 부드러우며 필름의 입자감이 곱게 느껴지는 화질이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있다.
각종 효과음과 차분하게 깔리는 배경음악은 대사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소리가 약간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고음이 날카롭지 못해 시원하게 쭉 뻗는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파워 DVD 캡처 샷>
스토리는 극중 대사인 '캔자스 시티 셔플'처럼 일종의 눈속임이다. 캔자스 시티 셔플이란 모두 한 방향을 볼 때 반대방향을 보는 놀이란다.
피터 소바 촬영감독이 담당한 촬영은 의외로 감각적이다. 특히 시각효과를 사용해 마주보고 있는 건물의 창에서 창으로 180도 수평 회전하는 팬 장면이 인상깊다.
브루스 윌리스가 무게잡는 킬러로 출연.
'간디' '쉰들러리스트' 이후 오랜만에 보는 벤 킹슬리와 모건 프리맨이 악역으로 나온다.
예측가능한 복선,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 등이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