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호 감독의 '강적'(2006년)을 보면서 내내 궁금했던 것은 제목이었다.
영화는 폭력조직의 하수인 노릇을 하다가 살인누명을 뒤집어 쓴 사나이(천정명)와 난치병에 걸린 아들을 둔 가난한 형사(박중훈)의 혈투를 다루고 있다.
쓰러지고 깨지는 두 주인공을 보면서 과연 강적의 의미가 무엇이며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못내 궁금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풀리지 않았던 의문은 DVD에 실린 감독의 음성해설을 듣고서야 풀렸다.
감독 왈, "빈주먹이 강적"이라는 것.
가진 것 없어도 자기 생각이나 주관을 당당하게 펼칠 수 있다면 강적이라는 소리다.
감독의 해설을 듣지 않으면 영화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 작품의 한계다.
메시지 전달에 실패하다보니 영화는 계속 이야기가 겉돌며 늘어진다.
조 감독이 액션물에 초점을 맞춘게 아닌만큼 화끈한 액션도 기대하기 힘들다.
인질이 인질범에 동조하는 스톡홀름 증후군과 인질범이 인질에 공감하는 리마 증후군을 동시에 다뤘다고 하는데 사실상 작품 속에서 그렇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의외의 발견은 천정명이다.
타락한 형사를 맡은 박중훈의 연기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투 가이즈'에서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 힘든 반면 천정훈은 드라마와 다른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한국 영화 타이틀로는 화질이 훌륭한 편이다.
명암대비를 강조한 탓에 초반 화면에서 백색이 과도하게 튀는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중윤곽선이나 스크래치 등 잡티가 전혀없이 깨끗한 영상을 보여준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후방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주로 전방에 집중돼 있어 할리우드 액션식의 화려한 서라운드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파워 DVD 캡처 샷>
이 작품의 무대는 서울 한복판이다. 종로 뒷골목, 청계천, 잠수교 등 그동안 스쳐지나가듯 다룬 공간들을 집중 활용했다. 박중훈의 연기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강력계 형사와 '투가이즈'의 악덕 폭력배에서 크게 진전된게 없다. 늘 비슷한 역할을 해서 그런지 연기를 잘해도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는게 단점.
반면 기대하지 않았던 천정명은 꽤 진지하고 열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체육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몸놀림이 날렵해 액션연기가 잘 어울렸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배우인 오순택이 악당 두목역으로 등장. 그는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를 비롯해 '데스위시4' 등에 출연했으며 '뮬란'에서 아버지 목소리를 연기했다.
갑갑한 액션도 문제. 나름대로 개싸움 식의 리얼 액션을 추구했지만 핸드헬드 촬영의 남발로 정신이 없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처럼 개싸움을 그리더라도 한 발 떨어져 조망하거나 스피드를 달리해서 촬영했더라면 현장 느낌이 더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분할화면은 식상하다. 왕가위의 '열혈남아' 이후 한동안 스텝 프린팅이 유행하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블리치바이패스가 당연시되더니 '24'이후 다중 또는 분할화면이 안들어가는 영화가 거의 없다.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포티 (6) | 2006.09.13 |
---|---|
럭키 넘버 슬레븐 (6) | 2006.08.26 |
아파트 (6) | 2006.08.13 |
터치다운 (SE) (0) | 2006.07.31 |
태극기 휘날리며 (SE) (10) | 2006.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