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를 보면 '친구' '형사'를 찍은 황기석 촬영감독이 생각난다.
'태극기...'를 보고 강남의 사무실로 그를 찾아간 적이 있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멀미가 날 정도로 어지러운 이유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온 유학파인 그는 대뜸 실크 스크린 때문이라고 했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보통 부드러운 영상을 얻기 위해 실크 스크린으로 햇빛을 걸러내면서 촬영한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물론이고 '게이샤의 추억' 같은 영화는 엄청난 야외 세트를 몽땅 실크 스크린으로 덮었다.
그런데 국내에는 엄청난 크기의 실크 스크린이 없다.
돈 때문이다.
당시 가장 큰 실크 스크린은 황기석 감독이 갖고 있던 40미터짜리였단다.
40미터짜리로 해를 가려봐야 카메라로 잡을 수 있는 인원은 7~8명 정도란다.
따라서 수십, 수백명이 우글거리는 풀 샷을 잡을 수 없으니 적은 인원을 많이 보이도록 하기 위해 카메라를 소수의 인물에게 바짝 들이댈 수 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카메라를 주기적으로 흔드는 이미지 쉐이커와 핸드헬드까지 섞었으니 멀미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였다.
황기석 감독도 시시화에서 보다가 너무 어지러워 혼났다는 얘기를 했다.
또 내용까지 도덕교과서처럼 진부하다보니 영화가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전쟁 전 단란한 가족이 전쟁을 겪으며 풍비박산나는 과정을 지나친 감상주의로 다뤘다.
그렇다보니 '배달의 기수'식의 뻔한 스토리를 풀어낼 수 밖에 없다.
차라리 3년의 긴 전쟁을 관통하는 커다란 시대극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국지전에 초점을 맞췄더라면 훨씬 밀도 높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국내 영화 타이틀 중에서는 최고의 화질이다.
극장에서 본 영상보다 톤이 약간 밝은 편이지만 색감도 좋고 잡티하나 없이 깨끗하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 또한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다만 폭발음 등을 들어보면 소리의 중량감이 약간 부족한 느낌이다.
<파워 DVD 캡처 샷>
멀미가 나는 문제의 전투장면. 특히 렌즈를 주기적으로 미세하게 흔드는 할리우드의 이미지 쉐이커가 워낙 고가여서 제작진이 국내에서 모터를 이용해 따로 만든 이미지 쉐이커를 사용했는데, 카메라 헤드 전체를 흔들다보니 '라이언...'보다 훨씬 심하게 흔들렸다.
이미지 쉐이커를 사용하는 이유는 땅이 흔들리는 폭발의 충격을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
병사들의 죽음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참혹한 분위기를 살렸다. 이 장면은 인형이나 CG가 아닌 실제 배우가 분장을 하고 촬영. 실크스크린을 사용하는 낮장면보다 밤 장면에 의외로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잡은 와이드 앵글이 많다. 50Kw 대형조명을 설치한 덕분에 밤 장면도 다른 한국영화와 달리 깨끗하고 잘 보인다.
실제 세트를 만들어 촬영한 평양 시가전. 강 감독은 시가전이 전쟁의 백미라고 생각해 이 장면에 공을 들였다.
최민식, 그 뒤에 정두홍, 다른 장면의 김수로 등 낯 익은 얼굴들이 우정출연했다.
개각도 촬영도 많이 사용. 조리개를 180도로 활짝 열지 않고 25~45도 정도로 조금만 여는 개각도 촬영은 한순간 작은 틈새로 많은 빛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사물의 움직임이 끊어져 보여 강렬한 느낌을 준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동시의 3대의 카메라를 동원, 다양한 그림을 만들었다. 하나는 장동건, 하나는 원빈, 하나는 풀샷을 잡는 식이다.
순 제작비 147억원이 든 이 작품은 하루 12시간씩 촬영을 했다.
중공군이 떼로 밀려드는 이 장면은 실사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
제작진이 밝힌 이 작품의 마케팅 포인트는 20대 여성이었다. 그래서 전쟁물보다는 형제애, 가족애가 강한 휴머니티 드라마를 강조했다.
두밀령 전투에 등장하는 꽤나 큰 고지와 교통호는 제작진이 땅을 파서 만들었다.
야포를 비롯해 13종류의 실제 총 45자루가 사용됐다. 탱크는 외관을 똑같이 금속으로 만들고 내부에 모니터가 장착돼 운전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CG로 만든 미군 콜세어 전투기. CG가 꽤 쓰여서 돈이 많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깃발부대의 등장. 깃발부대는 실제 역사에 없는 가상 부대다.
시사회에 참석했던 성룡은 기자회견때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너무 흡사하다"고 했다. 아닌게 아니라 여러가지가 '라이언...'을 연상케한다. 졸지에 한국판 라이언이 돼버린 장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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