뤽 베송 감독의 '루시'(LUCY, 2014년)는 허탈한 영화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감독의 전작인 '니키타'나 또다른 여성 전사물 '한나' '웉트라 바이올렛' 같은 액션을 기대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러웠다.
내용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생각하지도 못한 능력을 획득하게 된 여인이 복수를 벌이는 이야기다.
감독은 이를 통해 인간의 뇌 활용 능력에 궁금증을 던졌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뇌 용적의 10% 가량을 활용한다고 한다.
이를 개발해 20% 이상을 활용하게 되면 놀라운 일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아무도 거기까지 가보지 못했으니 감독의 황당한 상상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 수는 없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폭주 기관차처럼 무한 상상궤도를 달린다.
극 중 루시(스칼렛 요한슨)가 보여주는 능력은 손을 대지 않고 상대를 쓰러트리는 무협지 수준부터 마음먹은 대로 형태를 바꾸고 시간까지 되돌리는 슈퍼맨을 넘어 거의 신에 가까운 신기를 보여준다.
그렇다 보니 극 중 액션이 참으로 싱겁다.
떼로 몰려든 악당들이 각종 무기를 동원해 아무리 애를 써도 루시에게는 그저 아이들 장난일 뿐이다.
레옹이나 니키타처럼 목숨을 내걸고 벌이는 처절한 결투가 없다.
그만큼 악당 또한 초라해 보인다.
뤽 베송 감독은 최민식이 연기한 악당 배역에 대해 '레옹'의 게리 올드만 이후 최고의 악당이라고 강조했지만 결코 레옹의 악당 만큼 주인공을 위협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어폐가 있다.
그렇다 보니 결말도 갑작스럽다.
루시의 변신을 통해 용두사미격으로 허무하게 막이 내리는 결말은 마치 고대 그리스 희곡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느닷없다.
그런 점에서 루시의 전지전능한 능력은 놀랍기는 하지만 감탄을 자아내는 매력적인 요소는 아니다.
비록 최민식 등 낯익은 얼굴과 우리 말이 들려서 반갑기는 한데, 뤽 베송이라는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도 손에 묻어날 듯 선명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활용도가 높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탁월하다.
부록은 제작과정과 뇌 과학에 대한 설명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돼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C에서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루시 역에 안젤리나 졸리를 먼저 섭외했다고 알려졌으나 뤽 베송 감독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다만 두 여배우를 만났고 스칼렛 요한슨에게 확신을 얻어 섭외했다고만 설명했다.
루시가 천장과 벽을 타며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은 방 세트를 360도 회전시키며 찍었다. 영화 전체에 걸쳐 아이맥스로 찍은 부분도 있다.
제작진은 대만 타이페이, 프랑스 파리 등을 오가며 촬영.
뤽 베송 감독은 배우들을 가까이 찍는 것을 좋아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자주 찍는다. 그는 중간에 커트도 잘 하지 않는다.
뤽 베송 감독은 파리병원의 의사 중 하나로 카메오 출연했다. 그는 유명 신경과학자 이브스 아지드에게 뇌 과학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뇌는 크게 두 번 활용도가 확대된다고 한다. 첫 번째는 0~3세, 두 번째는 15~18세여서 이때 새로운 것들을 대거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막판 연구실 총격전 장면은 파리의 소르본느 대학에서 찍었다.
시각효과는 ILM에서 담당. 뇌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약은 존재한다. 주의력 결핍장애 치료제와 노인성 치매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뤽 베송 감독은 '올드보이'를 보고 마음에 든 최민식을 섭외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최민식은 극 중 우리말로 대사를 한다. 그런데 외국어 자막이 등장하지 않는다. 말을 알아듣지 못할때 느끼는 공포감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이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
'그랑블루' '레옹' '니키타' '제5원소' 등 뤽 베송 감독의 작품들에서 음악을 맡았던 에릭 세라가 이번에도 음악을 담당했다.
이 작품의 상영시간은 요즘 작품치고는 짧은 90분이다. 뤽 베송 감독은 "아무리 강렬한 액션도 사람들에게 30분 이상 탄성을 불러 일으키기 힘들고, 결말이 예측 가능해지는 순간 지루해지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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