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사쿠란 (블루레이)

울프팩 2015. 4. 18. 22:27

롭 마샬 감독의 '게이샤의 추억'이 운명에 순응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렸다면 니나가와 미카 감독의 '사쿠란'(2007년)은 정 반대로 운명을 개척하는 강인한 여성이 주인공이다.
에도 시대, 어린 나이에 유곽에 팔려온 소녀가 최고의 게이샤가 되기까지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대단히 감각적이다.

사진작가인 미카 감독 특유의 영상미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색감이 더 할 수 없이 강렬하다.
온통 인주처럼 묻어나는 강렬한 주홍색이 지배하는 영상은 눈이 부실 정도.


너무나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은 츠치야 안나가 연기한 여주인공 키요하의 성격과 삶을 나타내는 듯 하다.
실제로 키요하는 게이샤로서는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사랑을 찾아 부귀영화를 포기할 줄 아는 주체적 여성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게이샤의 추억'과 대척점에 서 있다.
그렇지만 강렬한 색감 외에는 눈에 들어오는게 없다.

 

오히려 너무나 자극적인 색상들은 후반부로 갈 수록 눈을 피곤하게 하며 촌스럽다는 인상을 준다.
다소 퓨전스타일로 배열한 문과 벽지 디자인, 꽃꽂이 등이 이야기 몰입에 방해가 된 셈이다.

 

츠치야 안나에게 특별한 매력을 못느낀다면 더더욱 이야기에 빠져들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영상은 화질이 DVD보다 좋지만 블루레이 치고는 그저 그렇다.

윤곽선이 두텁고 입자감이 거칠다.

 

그렇지만 색감 만큼 강렬하게 잘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활용도가 높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삭제장면, 인터뷰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주연을 맡은 츠치야 안나는 모델로 데뷔해 가수,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1984년생이지만 2004년 유명 모델과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다. 출연작으로 '불량공주 모모코' '녹차의 맛'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이 유명하다. 

"소리는 내는 게 아냐. 흘리는 거다." "사랑해도 지옥, 사랑받아도 지옥." 이 영화는 대사도 감각적이다. 

마치 여체를 탐구하듯 느리게 움직이는 카메라는 대단히 탐미적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금붕어가 든 어항이 자주 등장한다. 어항 속에 갇힌 금붕어는 유곽에 팔려와 그 속에서만 살아가는 게이샤들의 운명을 뜻한다. 예쁜 모습은 결국 어항 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 

원래 사진작가로 활동한 니나가와 미카는 이 작품이 감독 데뷔작이다. '사쿠란'은 착란을 뜻한다. 

영화의 무대가 된 곳은 에도(도쿄)시대 유곽인 요시와라다. 에도 시대에 조성돼 2차 세계대전 이후 공창제가 폐지되기까지 오랜 세월 유지됐다. 

이 작품은 색으로 말한다. 벽지, 기모노, 수없이 등장하는 꽃꽂이까지 붉고 푸른 색을 통해 강렬한 여인의 운명을 암시한다.

니나가와 미카 감독은 영화감독 니나가와 유키오의 딸이다. 시이나 링고의 음악도 좋았다. 

감독의 과욕이 지나쳤다. 촌스러운 색의 사용을 조금만 더 절제했더라면 오히려 덜 피곤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작은 안노 모요코가 그린 만화다. 마지막 꽃밭을 달리는 장면은 실제 야외 촬영이다.

사쿠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사쿠란 : 풀슬립 500장 한정판 (스카나보케이스 북클릿) - 블루레이
니나가와 미카 감독/시이나 깃페이 출연/츠치야 안나 출연/Yoshino Kimura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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