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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트 원티드 맨(블루레이)

울프팩 2020. 5. 16. 21:48

안톤 코르빈 감독의 '모스트 원티드 맨'(A Most Wanted Man, 2014년)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마지막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가 선댄스 영화제에서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지 1주일 뒤 약물을 혼합 복용하고 뉴욕의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의 나이 46세였다.

뉴욕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5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그는 '리플리'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등에서 조연이지만 개성 강한 연기를 펼쳤다.

 

특히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미션 임파서블 3' 등에서 선보인 인상적인 악역은 호프만이 얼마나 다양한 색깔을 지닌 배우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그가 기획하고 주연한 '카포티'는 호프만의 독무대였다.

 

강렬하고 선 굵은 연기로 작가 카포티의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준 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LA 비평가협회, 미국 배우조합상 등의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그만큼 최고의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였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진중한 연기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아랍 테러리스트 단체를 추적하는 정보기관 이야기를 다뤘다.

 

유능한 스파이로 활동하다가 정보기관의 팀을 이끄는 귄터(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는 인터폴의 일급 지명 수배자인 아랍계 청년 이사(그리고리 도브리긴)가 독일 함부르크로 밀입국한 것을 발견하고 뒤를 쫓는다.

이사는 아버지의 유산을 찾기 위해 함부르크에서 인권 변호사 애너벨(레이철 맥아담스)과 유산 관리인인 은행장 토마스(윌렘 데포)의 도움을 받는다.

 

귄터는 이사가 자선활동가이면서 테러리스트들에게 자금을 대는 압둘라를 발견하고 애너벨과 토마스를 포섭해 압둘라를 잡기 위한 덫을 놓는다.

존 르 카레는 과거 냉전시절과 달리 아랍 테러리스트의 존재가 부각된 요즘 시대상을 반영해 각국 정보기관이 이들을 쫓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렸다.

 

단순히 잠재적 테러리스트 체포만 다룬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목적을 위해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는 정보기관의 비정한 면모를 가감 없이 묘사했다.

존 르 카레의 작품 속 스파이들은 영웅적 활약으로 일관하는 007 시리즈와 달리 공장의 기계 부속처럼 쓰고 버려지는 존재들이다.

 

중요한 것은 대의를 위한 목적 달성과 희생일 뿐 스파이의 안위나 도덕적 정의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스파이들은 적재적소에 배치돼 필요한 일을 하고 목적이 달성되면 소모품처럼 쓸쓸히 퇴장한다.

 

그런 역할에는 근육질의 잘 생긴 007은 필요 없다.

오히려 일반 회사의 부장처럼 세파에 찌들고 삶에 지친 아저씨 같은 배우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귄터 역할에 잘 어울렸다.

막판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은 덩달아 보는 사람 또한 씁쓸함과 회한을 느끼게 한다.

 

결국 그 모습이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호프만의 마지막이었다.

내용이 그렇다 보니 당연히 영화는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다.

 

요란한 격투기가 아닌 사람을 설득하고 위협하는 심리전이 주를 이룬다.

그 과정이 여느 첩보물과 달리 지루할 수 있으나 가장 현실적인 모습일 수 있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요하다.

다행히 이 작품에 등장한 배우들은 모두 심리묘사에 능한 연기파들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마음의 함정을 파놓고 그 속에서 서로 얽히고설키는 배우들의 연기를 눈여겨봐야 한다.

솔직히 감독의 연출보다는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로 살린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스산한 함부르크의 느낌이 청회색 영상 속에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리어 채널에서 울리는 등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영화 칼럼니스트 김세윤과 씨네 21의 이다혜 기자 공동 해설, 제작과정과 원작자인 존 르 카레 인터뷰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911 이후 달라진 첩보상을 다뤘다. 감독은 "911 테러가 오늘날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 부분을 원작에서 매력적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원작자 존 르 카레는 영국 정보기관 MI5와 MI6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함부르크에서 일한 적이 있다.
존 르 카레의 본명은 데이빗 코널이다.
촬영도 함부르크에서 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젊었을 때 함부르크에서 연극을 했다.
원작에서 귄터와 여비서는 연인 관계처럼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다.
윌렘 데포가 은행장으로 등장. 이 작품의 원작은 존 르 카레의 21번째 소설이다.
존 르 카레의 아들 중 하나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독일의 대표적 무역항인 함부르크는 많은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인종차별도 심하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등 뒤에 흰 머리 노인이 원작자 존 르 카레다.
감독은 인생에서 떠나가는 사람들을 다룬 가을 분위기가 풍기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가을에 찍었다.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한 배역은 존 르 카레의 막내 며느리와 그가 일한 로펌 대표를 섞었다. 로펌 대표는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을 위해 일한 인권 변호사였다.
정보기관 동료를 연기한 로빈 라이트는 숀펜의 부인이었다.
존 르 카레는 어릴때부터 독일어와 독일 문화를 좋아했다. 그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플루트펑크라는 망명자들을 위한 법률 지원 기관을 찾아가 사전 조사를 했다.
존 르 카레는 터키의 이슬람교도였던 무라 쿠르나즈의 실화를 토대로 이 소설을 썼다. 쿠르나즈는 독일에서 살다가 2001년 파키스탄에서 체포됐다. 이후 칸다하르 미군기지를 거쳐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5년간 갇혔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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