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신 감독의 '몽정기'(2002년)는 성장기 청소년들이 한창 가질 만한 성적 호기심을 다룬 성장 영화다.
중학생들이 교생을 둘러싸고 꿈꾸는 성적 판타지가 주된 내용이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내용은 화장실 코미디로 흐른다.
2002년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1988년을 배경으로 다룬 이유는 요즘 아이들이 훨씬 더 조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의 발달로 초등학생때부터 성적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 수는 없는 셈.
그래서 80년대 후반 아이들을 택한게 아닐까 싶은데, 그러고보면 그 시대 아이들이 더 순진했던게 아닐까 싶다.
하긴 그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기껏해야 빨간 책으로 통하던 야한 만화나 소설 나부랭이,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도색 잡지가 전부였다.
이 같은 시대 환경에 맞춰 중학생들의 성적 환상을 적절한 유머를 섞어 다뤄낸 이 작품은 부담없이 볼 만 하다.
아이들의 성장통을 짚어낸 특별한 메시지는 없지만 당시 아이들의 성적 고민을 다룬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작품이다.
다만 일부 장면에서 지나치게 과장한 유머와 억지가 흠이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더러 잡티와 스크래치도 보이고 일부 장면에서는 붉은 색이 지나치게 강조됐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평범한 편.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지만 부록은 별로 볼 게 없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1980년대 초반 중학교를 나왔지만 도대체 이 장면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80년대 후반 정서는 이랬나보다.
80년대 학교괴담 중 하나가 여깡패들 이야기였다. 면도칼을 질근질근 씹다가 얼굴에 훅 뱉는다는 무시무시한 얘기였는데 영화속에도 등장한다. 정초신 감독의 코멘터리를 들어보면 이 장면에서 여배우가 날을 무디게 한 면도칼을 실제로 씹었다고 한다.
면도칼 여깡패와의 해후 결과다. 80년대 불량배들은 곧잘 아이들의 신발과 옷을 빼앗아갔다. 80년대 중반 나이키, 미즈노, 프로스펙스 등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유머가 과했다. 여관출입을 부끄럽게 여긴 남녀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만난다는 설정.
청소년기 성적 환상은 곧잘 훔쳐보기로 연결된다. 특히 목욕탕이나 여관 창문 등으로 훔쳐본 이야기들이 영웅담처럼 전해졌다.
역시 과장된 유머. 남학교에서 흔히 벌어지는 손거울을 이용한 여선생의 치마 속 훔쳐보기를 과장한 장면.
이렇게까지 한 아이들이 있을까 싶은 장면. 물을 뿌려놓고 미끄러지는 장면은 와이어를 이용해 촬영.
여교생으로 나온 김선아는 여러 장면에서 대역을 썼다. 이범수가 놓친 비누가 가슴으로 뛰어들어간 장면과 교실에서 엉덩이를 노출한 장면 등은 모두 대역이 연기했다.
컵라면을 이용해 자위하는 장면. 정말 황당했다. 80년대 초반에는 컵라면이 없었기에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다.
사이다에 '미원'이라는 조미료를 타서 먹이면 여자가 잠든다는 이야기 또한 80년대 전해지던 전설이었다.
앉아있는 액세서리 상인이 바로 정초신 감독이다.
몽정기를 보내는 중학생으로 등장한 배우들.
운동회에서 양복을 입은 이범수가 어퍼컷 세레모니를 하는 장면은 2002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을 추억한 정초신 감독의 오마주란다.
막판 교생으로 잠깐 등장한 싸이. '몽정기2'의 등장을 예고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