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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반딧불의 묘(블루레이)

울프팩 2015. 6. 6. 11:35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딧불의 묘'(1988년)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애니메이션이다.

2차 세계대전말, 일본의 패망으로 고아가 된 남매가 비참하게 살다가 죽어가는 가슴 아픈 이야기로, 흔히 말하는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원작은 나오키상을 수상한 노사카 아키유키의 소설이다.

1930년생인 그는 유년기에 입양돼 어린 시절을 고베에서 보냈는데,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고베가 폭격당할 때 다시 전쟁 고아가 되는 비극을 겪었다.

 

그때 겪은 경험을 소설로 펴냈고, 이를 읽은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역시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겪었던 폭격의 경험을 살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더러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죄과를 덮어둔 채 희생자의 측면만 부각시켰다는 비난을 받지만 사실적인 그림과 이야기는 그 어떤 웅변보다도 반전 메시지를 뚜렷하게 부각시킨다.

 

이 작품의 메시지는 결국 전쟁이란 승자나 패자에게 모두 비극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전쟁은 죽거나 죽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단순 명제를 눈물이 쏟아지는 두 남매의 이야기를 통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최고의 작품이다.

 

보고 나서 산다는 것이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축복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가히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애니메이션이다.

 

오래전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들어올 수 없었던 시절, 복사한 CD로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밤새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렇기에 너무도 생생한 화질로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가 더 할 수 없이 반갑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지글거리는 현상이 나타나긴 하지만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이 생생하다.

과거 국내 출시된 DVD타이틀도 디지털 노이즈를 제거하고 나오긴 했으나, 블루레이 화질이 월등 뛰어나다.

 

음향은 DTS-HD 2.0 채널을 지원하는데, DVD에 들어 있던 우리말 녹음은 제외됐다.

부록은 과거 국내 출시된 2장짜리 DVD 타이틀과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

 

블루레이 부록은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인터뷰, 미술감독과 작화감독, 색채감독 및 음향감독, 음악담당인 마미야 미치오 등의 다양한 인터뷰를 한글 자막과 함께 담았다.

과거 나온 DVD 타이틀은 노사카 아키유키와 다카하타 이사오 대담, 감독과 로저 에버트 인터뷰, 장소 소개 등이 들어 있는데, 오히려 DVD 부록이 더 볼 만 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나오키상을 받은 노사카 아키유키의 소설 '아메리카 히지키'와 '반딧불의 묘'를 읽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 소년이 죽어가는 곳은 코쿠테츠 산노미야 역으로, 1981년 재건축 및 확장했다. 

원작자인 노사카 아키유키는 1930년생으로 유년기에 입양돼 어린 시절을 고베에서 보냈다. 제 2 차 세계대전 때 고베시가 미군의 폭격을 당하면서 가족이 흩어지며 다시 전쟁고아가 됐다. 훗날 친가족과 재회한 그는 그때 경험을 살려 소설을 썼다. 가수와 TV연기자로도 활동한 그는 1971년 참의원을 지냈다.

1935년생인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도 1945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오카야마에서 미군의 폭격을 겪었다. 집이 불타고 가족이 흩어졌는데, 그때 상처를 입은 누나는 지금까지 흉터를 갖고 살고 있다고 한다.

작품 속 등장하는 학교는 고베의 미카게 초등학교다. 제작진은 실감나는 그림을 위해 두 번이나 현장 답사를 했다.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림이 가슴을 친다. 

제작진의 답사 당시 원작자인 노사카 아키유키가 배경이 된 고베시 장소들을 안내했다.

작품 속에 나오는  시쿠마사탕은 당시에 아주 귀했다. 원작 소설에서는 사탕상자가 아이의 유골을 담는 도구로 쓰이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보다 더 의미를 부여했다.

감독은 관서 사투리를 살리기 위해 현지 초등학교 1,2학년생을 대상으로 4세 소녀 세츠코 역할의 오디션을 진행했으나 찾지 못했다. 이후 우연히 찾은 5세 소녀인 시라이시 아야노를 기용해 목소리 녹음을 했다. 

5세 아이에게 후시 녹음은 무리여서 작화 작업 중이었으나 이를 무시하고 자유롭게 목소리 녹음을 시킨 뒤 여기에 그림을 맞췄다. 필요하면 완성한 그림도 변경했다.

공교롭게 이 작품은 같은 지브리 작품이면서도 분위기가 정반대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와 함께 개봉했다. 그 바람에 먼저 토토로를 본 관객들은 어두운 분위기에 실망해 중간에 나가버렸단다.

제작진은 어린 소녀가 죽어가는 장면의 목소리를 위해 시라이시 아야노를 졸렵게 만들어 자면서 웅얼거리는 소리를 녹음했다. 

만치다니 지역의 니테코 연못은 1995년 고베 지진때 훼손됐다. 어린 남매가 토굴 생활을 하는 연못 주변 방공호는 실제 있는 장소가 아니라 제작진이 임의로 만들었다. 

원작자인 노사카 아키유키는 전쟁 통에 죽은 여동생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원작 소설에 담았다.

너무 가슴 아팠던 장면. 아멜리타 갈리 쿠르치가 부르는 '홈 스위트 홈'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세츠코는 물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와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미국의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이 작품을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가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며 "깜짝 놀랄 만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역시 평론가 어니스트 리스터도 이 작품을 '쉰들러 리스트'와 비교하며 "내가 본 작품 중 가장 심오하고 인간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언급했다.

반딧불의 묘 (2disc)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반딧불의 묘 (넘버링 2000장 한정판)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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