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달러 베이비(블루레이)

사람은 아무리 되풀이해도 고통받는 것에 익숙치 않다.
남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통과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이 영화가 더 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고통받는 사람보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의 고통이 절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고통의 무게를 어찌나 무겁게 잘 표현했던지 훌륭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가슴이 아파 두 번 보고 싶지 않을 정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 감독, 출연하고 음악까지 작곡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 2004년)는 흔치 않게도 여자 권투선수와 그를 키워내는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다뤘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밀도있게 다룬 감독의 연출력은 물론이고 보는 이를 사로잡는 배우들의 연기가 빼어났다.

이야기는 가난한 여성 복서가 고집불통이지만 훌륭한 트레이너를 만나 차근 차근 챔피언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다뤘다.

 

겉으로 보면 나이든 노장 트레이너와 여성 복서의 이야기지만 속을 까보면 인간의 정을 다뤘다.

어떻게든 딸과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트레이너는 가족과 떨어져 힘들게 혼자 사는 여성 복서에게 부정을 느낀다.

 

트레이너 덕에 날로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복서는 반대로 트레이너에게서 따뜻한 내면을 끌어 낸다.

그들은 그렇게 가족같은 끈끈한 관계로 다가가며 서로를 변화시킨다.

영화를 보면 골든글로브 감독, 여우주연상과 아카데미 작품, 감독, 여우주연, 남우조연상 등을 휩쓴 이유가 쉽게 납득이 간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영상은 색감도 선명하고 화질이 괜찮다.
과거 DVD 시절 윤곽선이 두텁고 필름 입자가 두드러졌던 영상이 물로 씻은 듯 말끔해졌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활용도가 좋고 채널분리가 잘 돼 있어 서라운드 효과가 탁월하다.
권투 경기의 타격음이 묵직하게 다가와 경기 장면이 실감난다.

 

과거 DVD 타이틀이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는데도 불구하고 음성해설 하나 없고 제작과정 등이 부실해 아쉬웠는데,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에는 제작자인 알버트 루디의 음성해설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있다.

그러나 그다지 들을 만한 내용은 별로 없다.

 

더불어 HD 영상으로 수록된 제작비화, 배우들 인터뷰, 제임스 립톤이 진행한 3명의 주연 배우 인터뷰, 기획자 설명 등 다양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클린트 이스트우드, 많이 늙었다. 더 이상 번개같이 빠른 총솜씨를 선보인 황야의 무법자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그는 이 작품에서 여자 복서를 길러내는 트레이너 프랭키로 나온다.

가난을 딛고 권투에 빠져드는 비운의 복서 매기를 연기한 힐러리 스웽크. 매기 역할은 산드라 블록과 할 베리도 탐을 냈다고 한다.

 전도 유망한 복서에서 경기 중 한쪽 눈을 잃고 프랭키의 체육관일을 도우며 살아가는 스크랩을 연기한 모건 프리먼. 그는 특유의 울림좋은 목소리로 영화의 나레이션도 맡았다. 

흔한 슬로 모션 하나없이 재현한 권투 시합은 실제 경기처럼 박진감 넘친다. 힐러리 스웽크는 고된 훈련을 거쳐 대역을 쓰지 않고 모든 경기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

경기 도중 부러진 코뼈를 면봉을 이용해 세우는 장면. 끔찍하다.

이 작품의 원작은 실제로 권투 트레이너, 투우사 등 다양한 일을 했던 F.X 툴의 '불타는 로프'라는 단편이다. 이를 '크래쉬'를 감독하고 '007 카지노로얄'의 각본을 쓴 폴 해기스 감독이 각색했다.

힐러리 스웽크가 연기한 매기의 영화속 일화들은 극중 '블루베어'로 나온 여성 복서 루시아 라이커의 실제 이야기다. 부러진 코뼈를 맨 손으로 맞추고, 엄마에게 집을 사줬다가 도리어 현금으로 주지 않았다고 야단을 맞은 이야기 등이 모두 리커의 실화다.

이 작품은 제작사들이 제작을 꺼렸다. 내용이 너무 우울했기 때문이다. "노인 둘과 여자 복서가 나오는 영화를 누가 보겠느냐"는 것이 제작사들의 주된 반응이었다.

힐러리 스웽크는 석 달간 일주일에 6일씩 복싱 훈련을 했다. 하루 서너 시간 동안 매일 2시간 30분에 걸쳐 복싱을 훈련하고 나머지는 근력 운동을 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처음에 출연할 생각이 없었다. 연출과 출연을 동시에 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릭터와 줄거리가 너무 마음에 들여 출연하게 됐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엔딩을 마지막 날에 촬영했다. 촬영장에 있던 사람들은 마지막 장면을 지켜보며 모두 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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