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브람 스토커의 드라큐라'(Bram Stocker's Dracula, 1992년)는 기존 흡혈귀 영화들과 다르다. 단순히 공포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원작에 없는 로맨스를 곁들여 더 할 수 없이 아름답고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로 바꿔 놓았다.
내용은 영국에 집을 구하려는 트란실바니아의 드라큘라(게리 올드만 Gary Oldman) 백작에게 계약차 방문한 변호사 조나단(키아누 리브스 Keanu Reeves)이 겪는 이야기다.
조나단이 백작의 성에 구금된 동안 드라큘라는 몰래 런던에 도착해 조나단의 약혼녀 미나(위노나 라이더 Winona Ryder)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조나단과 친구들은 드라큘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퇴마 능력을 지닌 반 헬싱(앤서니 홉킨스 Anthony Hopkins) 교수를 불러 드라큘라 추적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드라큘라 가문의 비극과 잃었던 사랑을 현실에서 되찾으려는 드라큘라의 안타까운 비밀이 드러난다.
슬픈 사랑으로 승화한 이야기는 반기독교적 인물인 드라큘라가 신의 품에서 안식을 찾는 결말을 통해 뜻밖에 기독교적 구원으로 막을 내린다. 원작과 다른 결말이지만 이를 통해 코폴라 감독은 종교적, 인간적 사랑을 모두 담았다.
과거 '노스페라투'처럼 독일 표현주의 영화들과 그림을 참조한 코폴라 감독은 상징과 기호로 영화를 가득 채웠다.
따로 움직이는 거대한 드라큘라의 그림자, 기차를 따라 움직이는 눈, 미나와 드라큘라 주변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은 여러 가지 사건과 메시지를 암시한다.
더불어 공포물 치고는 상당히 관능적이다.
원작이 갖고 있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성적 억압에 대한 반발이 영화 속 미나와 친구 루시를 둘러싼 사건, 조나단을 감시하는 여성 흡혈귀들을 통해 표출됐다.
그만큼 동성애적 코드나 다채로운 성애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야기와 더불어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영상이다.
무엇보다 이시오카 에이코가 담당한 화려한 의상과 미술, 화사한 색감이 갖는 흡입력은 대단하다.
캐스팅도 성공적이다.
흡혈귀로 변신한 게리 올드만과 당시 신예인 위노나 라이더와 키아누 리브스, 탄탄한 연기파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어우러져 조화로운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연극적 액션과 대사처리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 게리 올드만의 연기가 뛰어났다.
영상과 연기를 뒷받침한 또 다른 숨은 조역은 보이체크 킬라르가 담당한 음악이다.
폴란드 클래식 작곡가 킬라르의 음악은 서정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비감한 서사를 부각시켰다.
한마디로 역대 드라큘라 영화 중에 찾아보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작품으로, 코폴라 감독의 수작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블루레이 타이틀보다 개선됐지만 필름 입자가 거칠게 두드러지고 지글거림이 보인다.
그러나 강렬한 색상이 충분히 살아있고 무엇보다 깊은 블랙이 잘 표현됐다.
영상의 디테일 또한 블루레이보다 좋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웅장하다.
리어 채널의 활용도가 높아서 드라큘라의 포효 소리가 사방 스피커를 울린다.
부록으로 코폴라 감독의 음성해설, 코폴라 감독과 제작진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의상, 시각효과, 작품 배경, 삭제 및 확장 장면 등 풍성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