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년) 블루레이가 최근에 국내 출시되자마자 화질 논란에 휩싸였다.
DVD프라임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문제제기를 한 부분은 두 가지다.
검은 부분에서 기름때가 번지듯 둥글게 곡선을 그리며 번지는 현상(벤딩)과 파편처럼 깨지는 현상, 그리고 전체적으로 블랙의 밝기가 떠서 회색에 가깝게 보인다는 것.
급기야 전량 회수(리콜) 논란이 일고 일부 이용자가 봉 감독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제작사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봉 감독이 직접 나섰다.
불거진 화질 논란...제작사 측, '리콜은 없다'는 의견
그가 DVD프라임 게시판에 전달한 글을 보면 자신의 소장기기(삼성DLP 프로젝터 800B)에서는 문제 없었다는 것이고, 이용자들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프랑스판과 비교했을 때 장단점이 있다는 요지였다.
봉 감독에 따르면 프랑스판은 영화처럼 어둡게 표현한 대신 어두운 부분의 세세한 묘사(암부 디테일)가 떨어졌고, 국내판은 암부 디테일을 살리려는 봉 감독의 의도에 따라 약간 밝아졌지만 그렇다고 블랙이 둥둥 뜰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봉 감독은 블루레이 제작진과 함께 화질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어제(6일) 봉 감독과 제작사인 CJ E&M, 블루레이 유통을 맡은 아트서비스 관계자들이 모여 화질 점검을 하는 자리(http://www.hankookilbo.com/v/b05a3b71d6394f17978705c7352d5d67)를 가졌다.
제작사 등 참석자들에게 확인 전화를 해 본 결과, 결론은 문제 없다는 쪽이었다.
참석자 측에 따르면 일부 이용자들이 이의제기한 부분은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취향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청 환경과 기기, 감상자의 화질 선호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6일 점검 분위기는 "리콜 대상까지는 아니라’는 것.
관계자는 “블루레이 타이틀 출시 전에 봉 감독이 참여해 충분히 사전 검수를 했고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이날도 봉 감독 의견에 따라 다시 모여 이용자들이 문제 제기한 부분을 살펴 봤지만 문제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참석자들 의견”이라고 전했다.
화질 어떻길래...
일부 이용자들이 제기한 설국열차의 블루레이 타이틀은 충분히 논란거리가 될 만 하다.
실제로 여러 기기에서 테스트해 보니 기기에 따라 문제점이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모든 블루레이 타이틀은 DLP 프로젝터로 감상을 하는데, 프로젝터로 볼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픽엔진이 좋기로 유명한 소니 46인치 풀HD LCD TV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PC에 연결된 LG의 23인치 LED 모니터로 보니, 얘기가 달라졌다.
밝기가 뜨고, 벤딩과 암부가 깨지는 현상을 여러 군데서 확인할 수 있었다.
PC 사양과 그래픽카드, 모니터 특성상 이런 부분이 두드러질 수도 있고, 3~4미터 떨어져서 보는 프로젝터나 TV와 달리 1미터 이내 거리에서 보는 PC 모니터 시청 특성상 더 잘 보였을 수도 있다.
그만큼 이용자들도 어떤 기기, 어떤 환경에서 보느냐에 따라 문제의 부분을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블랙이 뜨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볼 때는 너무 어두워서 꼬리칸의 디테일이 잘 살지 않아 조금만 밝았으면 좋겠다는 불만을 같이 본 사람들에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그 부분이 밝게 조정돼 오히려 극장보다 좋았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딥 블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만일 수 있을 듯 싶다.
이렇다 보니 리콜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문제가 나타나면 단연 리콜이지만, 경우에 따라 문제 여부가 달라진다면 리콜 판단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모두가 만족하는 제품이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이용자들은 제품 구매 여부로 결정할 수 밖에 없다.
이 작품의 블루레이가 필요한 사람들 중에 국내판이 거슬린다면 해외판을 구매할 것이고, 그만큼 국내판 판매가 줄어드는 것은 제작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봉준호표 SF
'괴물' '설국열차'(http://wolfpack.tistory.com/entry/설국열차) 등 봉준호 감독의 SF는 특징이 있다.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
가상의 괴물이 등장하는 '괴물'이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설국열차'도 시대적 배경을 가리면 현재로 보일 만큼 요즘 그림과 다를게 없다.
사람들의 의상 무기 먹을거리 등 모든 게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SF 장르를 빌어서 현실을 비판하는데 무게를 둔 점이 봉 감독 SF의 특징이다.
뱅자맹 르그랑과 자크 로브, 장마크 로세트의 원작 만화를 영화로 만든 '설국열차'는 봉 감독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에, 기대치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아직까지 그의 작품 중에서는 '살인의 추억'을 최고로 꼽고 싶다.
내용은 지구에 한파가 몰아쳐 빙하기를 맞은 뒤 무한궤도를 달리는 열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재산 규모에 따라 앞 칸은 돈 많은 사람들이 차지해 쾌적한 생활을 하고, 소위 꼬리로 불리는 뒷 칸은 가난한 사람들의 전쟁터다.
그만큼 달리는 열차는 인간들의 생태계를 옮겨 놓은 축소판이다.
그 속에 빈부격차, 계급 갈등, 식량 부족 등 온갖 문제가 모두 녹아 있다.
따라서 세계 어디서나 설국열차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주제에 쉽게 공감할 만 하다.
작품이 제시하는 문제 해결 방안은 원작 만화의 좌파석 성향을 녹여내 결국 전복적이고 파격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일부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배경, 설국열차 세계의 메카니즘 등은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기차의 무한 에너지는 원자력으로 추측되지만 과연 윌포드가 자신의 생활공간에 방사능 덩어리인 원자로를 놓아 두었을까 싶기도 하고, 끊임없이 제공되는 육고기와 각종 공업용품 문제 등은 어떻게 해결하는 지 알 길이 없다.
거기에 태평양을 가르지르는 기차라면 추측컨대 해저로 통과할 텐데, 에카테리나 다리를 건너 나타나는 몇 분에 불과한 터널이 어떻게 궤도에서 가장 긴 터널이 될 수 있는 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준호 식으려 그려낸 기차 내부의 디테일은 상당히 뛰어나다.
특히 대형 짐벌을 이용해 실제 기차 내부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재현한 장면과 후반부 장관을 이루는 장면 등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여기에 무채색에 가까운 영상 또한 긴박한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려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줬다.
다만 기차라는 폐쇄 공간이 주는 답답함은 어쩔 수 없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DLP 프로젝터에서 봤을 때 필름의 고운 입자감이 느껴지는 괜찮은 화질이다.
적당히 억누른 블랙과 밝은 부분에서 화사하게 살아나는 색감 등이 만족스럽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도가 뛰어나 서라운드 효과가 압권이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부록은 풍성하다.
제작과정, 인터뷰, 세트디자인, 5분짜리 프리퀄 격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내용이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다만 봉 감독 특유의 차분한 설명이 돋보이는 음성해설이 빠져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C에서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이 작품이 띄운 숨은 스타는 영양갱이다. 꼬리칸의 빈자들이 먹는 단백질 덩어리는 영락없이 영양갱을 연상킨다. 아들을 빼앗긴 여인을 연기한 옥타비아 스펜서는 촬영 도중 '헬프'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몰라볼 만큼 변신한 틸다 스윈튼. 원래 그가 맡은 총리역할은 남자로 설정됐으나 스윈튼이 맡으면서 여자로 바뀌었다. 원래 당분간 영화 촬영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그는 이 작품에 출연해 가발, 틀니를 착용해 외모를 바꾸었다.
원작 만화는 1982년 11월 프랑스 최고의 만화잡지 '아쉬브르'에서 처음 선보였다. 1990년 타계한 스토리 작가 자크 로브가 글을 쓰고, 장마크 로세트가 그림을 그렸다. 이후 2,3권의 스토리는 뱅자맹 르그랑이 썼다.
이 장면에서는 오손 웰즈가 보인다. 거대한 쇠파이프가 권력을 향해 질주할 때 마치 보는 이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듯한 장면은 '시민 케인'촬영 때 오손 웰즈의 방법처럼 바닥을 파고 카메라가 들어가 촬영했다.
'괴물'에 이어 송강호와 고아성이 또다시 부녀로 등장. 봉 감독은 2004년 '괴물'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때 새로운 영감을 찾기 위해 자주 가던 서점에 만화를 사러 갔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선 채 1권을 다 읽었단다.
봉 감독 이전에 프랑스 극작가 로베르 오센이 영화화를 시도했으나 원작자 자크 로브가 영화에 관심이 없어서 거절했다. 봉 감독은 원작의 테마와 정신을 살리고 내용을 그의 방식대로 다르게 재해석했다.
'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반스가 프롤레타리아의 영웅으로 등장. '빌리 엘리어트'의 꼬마였던 제이미 벨이 어느새 늠름한 청년이 됐다.
체코 프라하의 바란도프 스튜디오에 열차 세트를 만들어 놓고 촬영. 원작자 장마크와 뱅자맹도 부랑자칸에 빈자로 잠깐 등장한다.
세뇌교육에 가까운 아이들의 수업 광경은 제도 교육을 비판한 핑크플로이드의 '더 월'을 연상케 한다.
봉 감독은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밀크'를 보다가 앨리슨 필을 발견하고 교사 역으로 섭외. 제작진은 26칸의 기차세트를 만들었다.
음악은 '아이로봇' '월드워Z' 등의 영화음악을 맡은 마이클 벨트라미가 담당했다. 영화는 항상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달리는 기차, 앞칸은 항상 오른쪽이라는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했다.
제작진은 짐벌 위에 열차 세트를 올려놓고 모터로 작동하는 6개의 에어스프링을 통해 열차를 흔들며 움직임을 재현했다.
에드 해리스가 기차의 주인 격인 윌포드로 등장. 액션 장면들은 '이스턴 프라미스'의 액션연출을 맡은 줄리안 스펜서가 액션지도를 했다.
봉 감독은 현장 편집기를 활용해 시퀀스 촬영이 끝나면 바로 편집해 모니터로 시청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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