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시동(블루레이)

울프팩 2021. 8. 9. 00:24

최정열 감독의 '시동'(2019년)은 유명한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2014년 연재가 시작된 조금산의 동명 웹툰은 평점 9.8을 기록한 인기 만화였다.

 

감독은 원작의 캐릭터를 잘 살려 영화로 만들었다.

내용은 공부에 뜻이 없는 주인공 택일(박정민)이 엄마(염정아)와 다투고 집을 나가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며 겪는 일들을 다룬 일종의 성장담이다.

 

택일은 중국집에서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을 통해 조금씩 철이 들며 성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갖가지 사연을 지닌 인간 군상이다.

 

그중에 압권은 거대한 덩치와 험상궂은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트와이스의 춤을 추는 주방장 거석(마동석)이다.

마동석은 주먹 한 방으로 사람을 날려 보내는 괴력을 발휘하면서도 깐죽거리는 유머와 수수께끼에 쌓인 과거로 흥미를 끄는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

 

여기에 무뚝뚝한 말투로 사춘기 고교생 택일 역할을 똑 떨어지게 보여준 박정민을 비롯해 권투를 하면서도 갈 곳 없이 떠도는 빨간 머리 소녀 경주를 연기한 최성은, 사채업자를 따라다니며 돈을 벌지만 마음은 여리디 여린 상필 역할의 정해일, 과거 배구선수를 해서 따귀 한 방에 사람을 날려 보내는 엄마를 맡은 염정아 등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이런 배우들이 어울려 빚어내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웃음을 자아낸다.

 

다만 크게 터뜨리는 한 방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아기자기한 유머가 있지만 포복절도할 정도는 아니며 요란하고 시원하게 작렬하는 액션도 부족하다.

 

한마디로 결정적인 카타르시스가 없다.

중국집에 쳐들어온 악당들을 물리치는 거석의 활약처럼 필요할 때 시원하게 터져줘야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내려가지 않는 묵직한 체증처럼 답답하다.

 

그렇다 보니 거석은 마동석에 대한 기대치를 밑도는 배역이 돼버렸다.

액션에 치우치지 않고 드라마에 초점을 맞춰 너무 순하게만 가려고 한 감독의 연출이 오히려 패인이 됐다.

 

여기에 원작 내용 중 일부를 생략하는 바람에 인물들의 깊이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경주는 왜 가출을 했는지, 상필은 무슨 사연을 지녔는지 등 인물들의 배경 설명이 부족하다.

 

영화는 끝까지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한다.

좋은 구슬은 많은데 제대로 꿰지 못한 목걸이처럼 쟁쟁한 배우들을 잘 섭외해 놓고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이 약한 작품이 돼버렸다.

 

그래도 마동석의 유머와 경주의 발견, 믿고 보는 박정민의 연기는 빛을 발했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필터링된 색감이 잘 살아 있고 윤곽선이 깔끔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리어 채널에서 울리는 배경음악과 채널별로 적절하게 안배된 효과음을 들어보면 소리의 방향감이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액션 연출, 삭제 장면 등이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박정민과 정해일이 오토바이를 타고 밤에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은 구로에서 찍었다.
제작진은 중고 오토바이를 구입해 도색한 뒤 박정민이 타도록 했다.
강렬한 빨간 머리가 인상적인 경주 역할의 최성은. 그는 배역을 위해 3개월 동안 액션 스쿨과 체육관을 오가며 권투를 배우고 운동을 했다.
최 감독은 우연히 원작 만화를 보고 영화를 만들게 됐다. 그는 신인을 쓰고 싶어 최정은을 섭외했다.
높다란 계단을 오르며 짜장면 한 그릇을 배달하는 장면은 원주에서 촬영.
항구 장면을 군산에서 촬영. 감독은 원작 속 중국집이 있는 도시로 나온 원주가 서울과 별로 다르지 않아 색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군산으로 바꿨다.
택일 엄마의 토스트 가게 장면은 하남에서 촬영. 하남시 신장동에 토스트집 세트를 만들었다.
주요 무대인 중국집 장풍반점은 영화에서 군산에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 촬영지는 충북 청주였다. 실제 중국집이 아닌 촬영을 위한 설정이다.
영화 속 여러 설정들이 원작만화와 다르다. 원작에서 택일과 상필은 아이들에게서 돈을 뺏는 등 못된 짓을 서슴치 않는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들을 모두 생략했다.
결정적으로 아쉬운 점은 원작만화의 폭력 묘사를 많이 순화시킨 점이다. 아울러 사채업자들과 중국집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사연 및 다면적인 성격들이 모두 생략됐다.
원작만화에서는 거석이 노래방에서 EXID의 '위 아래'를 부르는데 영화에서는 트와이스의 노래로 바뀌었다. 감독은 거석의 춤이 트와이스의 노래와 잘 어울려 바꿨다고 한다.
결말도 원작 만화와 다르다. 감독은 불법 사채업자들을 미화하지 않으려고 원작에서 상필 때문에 좋게 변하는 사채업자 모습 등을 다르게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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