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지글거리며 튀는 판, 그럼에도 이를 구하지 못해 안달하며 세운상가로, 청계천으로 백판을 찾아 헤매던 1970~80년대 추억을 갖고 있다면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올모스트 훼이모스'(Almost Famous, 2000년)를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이 영화는 록 밴드의 순회공연을 쫓아다니며 이를 기사화하려는 아마추어 프리랜서 리포터의 이야기다.
실제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등 한때 열광했던 밴드들의 이름이 나오면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주인공이 그랬듯, 록의 저항과 자유정신을 찾아 음악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록 밴드의 모습이 무대 위 모습처럼 무조건 멋있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는 광팬을 자처하며 '그루피'로 불리는 여성들과 그룹 밴드들이 뒤엉키는 모습, 그룹 멤버들 간의 갈등과 반목 등 무대 이면의 솔직한 모습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비록 '스틸워터'라는 가상의 밴드를 소재로 삼았지만, 이 영화는 록의 정신이 풍미했던 70년대의 단면을 드러낸 거울이기도 하다.
보면서 이채로운 것은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의 특이한 구성이었다.
영화 속 롤링 스톤스는 외부 필자의 글이 사실인지 취재원에게 전화해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팩트 체커를 따로 두고 있다.
국내 언론에서는 보기 힘든 직책이어서 눈에 띄었다.
물론 팩트 체커가 있다고 해서 사실 여부를 100% 가리기는 힘들다.
영화 속 스틸워터처럼 치부를 가리려고 팩트 체커에게 일부러 거짓말을 해서 사실을 부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사실 여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제법 잘 만든 작품인데도 국내 극장 개봉은 하지 못했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블루레이 없이 2장의 4K 디스크로 구성됐다.
2장의 4K 디스크에 123분 분량의 극장판과 이보다 38분 늘어난 161분 분량의 감독판이 각각 들어 있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전체적으로 샤프니스가 높은 편은 아니어서 소프트하고 부드러운 영상이지만 필름 라이크 한 자연스러운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요란하지 않지만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공연장 함성이 전후방 스피커에서 골고루 나오면서 현장감을 잘 살렸다.
부록은 감독의 음성해설, 삭제 장면, 실제 크림지 편집장이었던 레스터 뱅스의 인터뷰, 뮤직 비디오 등이 2장의 디스크에 나눠 수록됐다.
일부 부록은 한글자막이 들어있지 않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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