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원초적 본능 - 무삭제 감독판 (블루레이)

울프팩 2021. 7. 13. 00:27

*** 카카오에서 10년 전 올린 이 글의 원본을 이유 없이 블라인드 처리해서 다시 올립니다. 카카오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구체적 이유를 알려주지 않아 일부 사진을 흐리게 처리했습니다. 블루레이 원본은 캡처 사진과 달리 또렷하게 나옵니다. ***

 

1980년대에는 '애마부인' '어우동' '개인교수' '채털레이 부인의 사랑' 등이 남학생들 사이에 화제의 영화였다.
어떻게든 보고 싶어 안달을 했고, 덕분에 안소영과 실비아 크리스텔 등이 꽤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그 맥을 잇는 영화 중 하나가 폴 버호벤 감독의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 1992년)이다.
성애 영화는 아니지만 특정 장면과 농도 짙은 정사 씬 때문에 그런 대접을 받았다.

사실 이 작품은 꽤 잘 만든 스릴러다.
여류 추리소설 작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묘사됐다.

특히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로 남녀의 사랑을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정사와 더불어 벌어지는 살인 때문에 뻔한 영화라면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데 그쳤을 법한 정사 장면이 오히려 외줄 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여기에는 폭력과 사랑 묘사에 거침이 없는 폴 버호벤 감독 특유의 직설화법도 한 몫했다.
버호벤 감독은 처음부터 배우들에게 강도 높은 장면들을 사전 예고했고 배우들의 동의 아래 무지막지한 장면들을 찍었다.

무엇보다 국내외에서 화제가 된 것은 여주인공인 샤론 스톤이 경찰 취조실에서 다리를 꼬는 장면이었다.
치부 노출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일약 샤론 스톤을 유명한 스타로 만들었다.

여배우의 매력을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아는 버호벤 감독의 여우 같은 전략이 맞아떨어져, 샤론 스톤의 매력이 제대로 빛을 발한 결과다.
장르를 떠나, 뜨거운 성애 장면과 복잡하긴 하지만 복선 구조가 얽힌 스토리 만으로도 볼 만한 작품.

얼마 전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과거 DVD 타이틀처럼 미국과 국내 개봉 시 삭제된 정사 장면들이 추가된 감독판이다.
그만큼 노골적이며, 화질이 좋아진 탓에 DVD 시절보다 더 확실하게 문제의 특정 장면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DVD보다는 단연 좋지만, 최신작들과 비교하면 윤곽선도 두텁고 색감이 떨어진다.

DTS-HD HR 6.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역시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부록으로 버호벤 감독과 얀 드봉 촬영감독의 음성해설, 여류 비평가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배우들의 스크린 테스트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이 장면 하나로 게임 끝이다. 워낙 화제가 된 유명한 장면. 제작자는 인터뷰에서 샤론 스톤이 다리를 꼬며 잠깐 보이는 부분이 치부가 아니라고 했지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짓이다. 원래 이 장면은 대본에 없었다. 폴 버호벤 감독이 대학시절 행사에서 겪은 영화 속 장면 같은 일을 얘기하자, 샤론 스톤이 속옷을 입지 않고 나와 스스로 연출했다.
첫 장면부터 강도 높은 살인 사건이 벌어지며 긴장감의 수위를 높인다. 여성이 정사 도중 얼음송곳으로 난도질하는 살인 장면이 잔혹하다. 살인 현장과 경찰서 내부 장면은 모두 세트.
무대가 된 샌프란시스코. 히치콕 감독의 열혈 팬인 버호벤은 여러 부분을 히치콕 스타일로 구성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역도 히치콕 영화 '현기증'의 무대가 된 곳.
샤론 스톤의 애인 록시를 연기한 렐라니 세어렐은 이 작품이 유일한 출연작이다. 스톤 못지않게 매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주인공 형사를 연기한 마이클 더글라스. 버호벤 감독보다 대본을 먼저 보고 영화 제작을 제의한 그는 출연 계획이 없었으나 마땅한 배우가 없어 출연했다.
카르멜 지역에 있는 빌라에서 촬영. 해안 풍경이 아름답다.
성적 긴장감을 불어넣고 사람들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장면. 앵글처럼 형사는 여류작가가 옷 갈아입는 장면을 훔쳐본다. 여성은 형사의 시선을 알면서 모르는 척 남자의 심리를 장악하고 들어간다.
샤론 스톤이 도발하는 취조실 장면은 극적 효과를 위해 벽 쪽 바닥에 조명을 설치하는 등 꽤 공을 들였다.
차창에 흘러내리는 빗물이 조명을 받아 얼굴에 투영되는 이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윈도 효과가 돋보이는 장면.
중요 배역인 심리상담의를 연기한 진 트리플혼. 막판 엘리베이터 살인 때문에 그를 범인으로 오해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심리상담의와 형사가 벌이는 정사는 데이트 성폭행에 가깝다. 그 바람에 여성운동가들 사이에 대표적 마초 영화로 찍히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형사의 악몽을 표현하는 TV 속 영화는 클라이브 바커 감독의 유명한 공포물 '헬레이저'다.
일부 정사 장면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미국 개봉 때 삭제됐다. 국내 개봉 시에도 취조실 장면을 비롯해 여러 장면이 삭제됐다. 무삭제 감독판으로 나온 블루레이는 삭제 장면들이 복원됐다.
제작진은 식당 장면을 찍기 위해 고속도로 밑에 식당을 지었다.
형사가 스포츠카에 받히는 장면은 마이클 대신 스턴트맨이 연기. 이후 골목을 누비며 벌이는 자동차 추격전과 해안가 운전 장면 등은 운전을 아주 잘하는 마이클 더글라스가 직접 차를 몰았다.
컴퓨터 조회하면은 컴퓨터가 아닌 비디오를 튼 영상이다. 시간을 정확히 맞추려고 모니터를 비디오에 연결한 뒤 컴퓨터 화면처럼 연출했다.
제작진은 스테디 캠 같은 연출을 위해 팔 달린 특수 카메라를 개발해 촬영. 일부 장면은 스테디캠도 사용.
이 영화는 동성애도 즐기는 여성작가가 악녀로 묘사됐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동성애자들의 반대가 거셌다. 동성애자들이 촬영현장에 몰려와 연일 시위해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뿌렸다.
모든 배우들이 대역 없이 알몸 연기를 했다. 그만큼 배우들에게는 힘든 촬영이었다.
복선이 깔린 이야기 탓에 범인에 대한 논란도 많았던 작품. 엔딩에 나오는 얼음송곳이 많은 것을 암시한다. 감독의 해설을 들어보면 범인이 누구인 지 논란의 여지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