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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블루레이)

울프팩 2012. 4. 28. 08:52

그리스 로마 신화는 곧잘 영화 속 소재로 등장한다.
일일이 이름을 외우기 힘들만큼 온갖 신들과 영웅이 등장하기 때문.

무엇보다 그리스 신화의 특징은 신들이 선악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
신들은 인간처럼 분노하고 질투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욕심도 부린다.

그러니 더 할 수 없이 좋은 영화의 소재가 될 수 밖에 없다.
타셈 싱 감독의 '신들의 전쟁'(Immortals, 2011년)도 그런 영화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를 고스란히 갖다 쓴 것이 아니라 재미를 위해 내용을 왕창 바꿨다.
아테네 왕 아이게우스의 아들인 테세우스는 졸지에 사생아가 돼버렸고, 태양신 하이페리온은 개망나니 폭군으로 둔갑했다.

그렇게 설정을 바꿔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놓고, 만신전의 신들이 총출동해 테세우스를 도와 하이페리온과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당연히 영화의 초점은 줄거리가 아닌 눈요기에 맞춰져 있다.

'더 폴'로 환상적인 비주얼 세계를 보여준 타셈 싱 감독인 만큼 이번 작품 역시 공들여 만든 게임과 뮤직비디오 같은 화면을 보여준다.
번쩍거리는 그리스 신들의 의상과 슬로 모션으로 처리된 액션 장면은 영화라기보다 비디오게임에 가깝다.

특히 '올드보이'와 '300'에서 익히 본 횡스크롤 액션이 이 작품에도 등장해 액션의 호흡을 늘렸다.
독특한 것은 신들의 움직임은 정상 속도로 진행된 반면, 신체가 산산조각나는 적들의 움직임은 슬로모션으로 처리해 충격적인 비주얼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잔인 운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오히려 도자기나 유리인형처럼 산산조각나는 신체는 잔인함보다는 비현실적이어서 게임처럼 무미건조하게 보인다.
'갓 오브 워' 등 일련의 액신게임에서 이보다 더 한 비주얼을 봤기 때문에 둔감해진 것일 수도 있다.

오히려 그런 점이 이 영화의 마이너스 요소다.
비주얼에만 집착해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공감할 수 있는 사실적 묘사에는 실패했기 때문.

그래도 타셈 싱의 화려한 화면은 변함이 없다.
그 하나만으로도 눈요기는 충분히 된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고의 화질을 보여준다.
매끈한 윤곽선과 찬란한 색감 덕에 화면에서 광채가 난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의 서라운드 효과 또한 웅장하다.
특히 파괴적인 사운드는 평소보다 음량을 줄여야 할 정도.
부록으로 배경설명, 삭제장면, 코믹콘 인터뷰, 액션제작과정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신들에게 선택받은 자, 테세우스로 나오는 헨리 카빌. '수퍼맨: 맨 오브 스틸'에서 수퍼맨으로 캐스팅.
만신전, 즉 판테온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는 그리스 신들. 수퍼히어로 특공대처럼 다양한 신들이 모여있는 점이 그리스 신화의 특징.
그리스 신화의 다양한 신들은 각종 자연현상과 인간의 감정들을 상징한다.
횡스크롤과 슬로모션으로 길게 이어지는 액션은 '300'을 연상케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300'의 제작진이 4년 만에 다시 뭉쳐 만들었기 때문.
타셈 싱 감독 특유의 강렬한 색감은 여전하다. 그는 화가 카라바조의 작품에서 색감과 조명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여사제 페드라 역할은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 출연한 프리다 핀토가 맡았다.
독특한 신들의 의상은 '드라큐라'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은 디자이너 에이코 이시오카의 솜씨다.
신화 속 테세우스의 영웅담 중에서 따온 부분은 크레타 미궁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는 장면이다.
폭군 하이페리온은 미키 루크가 연기. 원래 신화에서는 헬리오스에게 태양신 자리를 물려주는 원조 태양신으로 나온다.
1991년 R.E.M의 유명한 뮤직비디오 'Losing My Religion'을 만들어 MTV 최우수뮤직비디오 상을 받은 인도 출신의 타셈 싱 감독은 '더 셀' '더 폴' 등 환상적인 비주얼의 영화로 유명하며, 이번에 개봉하는 '백설공주'를 연출했다.
싱 감독은 액션 장면 연출을 위해 13명의 스턴트맨들을 뽑아 몬트리올에서 12주간 훈련을 시켰다.
궤적을 그리는 신들의 액션이나 적은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는데 신들만 정상적인 속도로 액션을 펼치는 등 액션 장면 연출이 독특하다.
원래 싱 감독은 장르 영화에 관심이 없어서 이 작품의 연출 제의를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러나 신과 인간의 관계에 흥미를 느껴 연출을 맡았고 구상과 준비에 1년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타이탄과 올림포스 신들의 싸움인 타타노마키아에서 타이탄 족들은 패해 지하감옥 타르타로스에 갇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