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포드는 쇠락해 가던 명품 브랜드 구찌를 다시 살린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다.
그는 뉴욕 파슨스스쿨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끌로에에서 인턴으로 일하다가 패션에 눈을 뜨게 됐다.
마침 다른 명품 브랜드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던 구찌는 1990년 외부 경영전문가를 영입한 뒤 파격적으로 톰 포드를 여성복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당시만 해도 구찌의 이미지는 오래된 명품이라는 올드 브랜드의 이미지가 강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톰 포드는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섹시하고 관능적인 디자인의 여성복을 선보였는데 빅 히트하면서 가방, 신발, 선글라스, 향수, 남성복 등 구찌의 모든 브랜드 디자인을 맡게 됐다.
그 바람에 톰 포드는 다양한 패션상을 수상하며 일약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이름을 떨쳤다.
이후 톰 포드는 구찌를 나와 영화사를 차렸고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설립해 향수와 선글라스 사업도 시작했다.
영화 '싱글맨'(A Single Man, 2009)은 바로 톰 포드의 감독 데뷔작이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가 1964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동성연인을 잃고 슬픔에 빠진 대학 교수의 이야기를 다뤘다.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의 감독 데뷔작인 만큼 세간의 기대와 우려가 컸으나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기대에 부응한 작품이라고 본다.
마치 등장인물의 내면을 관조하듯 지긋이 응시하며 천천히 움직이는 카메라는 콜린 퍼스가 연기한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그만큼 주인공이 느끼는 아픔과 상실, 고독, 환희가 고스란히 영상에 묻어난다.
이처럼 물아일체의 영상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톰 포드 자신이 원작자와 마찬가지로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더불어 군데 군데 등장하는 패션화보를 연상케 하는 영상은 세계적 패션디자이너로서 명성을 떨친 톰 포드의 감각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야기를 떠나 단정한 미장센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영상과 정갈한 연출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작품이다.
여기에 우메바야시 시게루와 아벨 코제니오스키의 음악도 좋았다.
1080p 풀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일부 장면에서 입자가 거칠지만 빛을 잘 잡아 선홍빛 피색깔 등 강렬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공간을 압도하는 위력적인 사운드로 서라운드 효과를 훌륭하게 발휘한다.
부록으로 톰 포드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원작자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영국 캠프리지대에서 의학을 전공하다가 중퇴하고 작가가 됐다. 미국으로 이민와서 동성애 소설을 써서 유명해졌으며 동성애 인권운동가로도 활약했다.
초반 화면은 후반 주인공의 모습과 겹치며 수미쌍관식 구성을 이룬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60세때인 1964년 이 작품을 썼다.
동성애 관계가 세간에 알려지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 주인공이 '투명인간 같은 관계'라고 표현한 것처럼 반투명의 느낌을 살린 영상. 아주 감각적인 샷이다.
주인공의 집으로 나온 곳은 1948년 존 라트너가 디자인했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1953년에 30세 이상 차이나는 돈 바카디를 만나 1986년 81세로 죽을 때까지 33년간 연인으로 지냈다. 이 작품에 돈 바카디가 직접 출연했다.
1962년 라이프지 표지를 흉내낸 장면. 이 작품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소설과 톰 하퍼의 자전적 이야기가 절반씩 섞여 있다.
대학교수인 주인공은 올더스 헉슬리의 책을 교재로 사용한다. 헉슬리는 원작자인 이셔우드의 친구였다.
게이인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여인을 연기한 줄리안 무어.
이 작품은 음악도 좋다. 특히 우메바야시 시게루가 작곡한 슬픈 선율의 곡이 인상적이다.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 중 한 장면을 크게 확대한 포스터가 뒤로 보이는 장면은 패션 화보를 연상케 한다.
콜린 퍼스는 이 작품으로 제 66회 베니스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낸 니콜라스 홀트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잭 더 자이언트 킬러' 등에 출연했다.
극 중 자살사건은 톰 하퍼가 겪은 가족의 자살사건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톰 하퍼의 친척이 슬리핑백속에 들어가 자살을 시도했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블루레이) (4) | 2016.11.10 |
---|---|
헤이트풀8 (블루레이) (2) | 2016.11.07 |
더 문(블루레이) (0) | 2016.10.31 |
에베레스트 (블루레이) (0) | 2016.10.14 |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블루레이) (2) | 2016.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