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완 감독의 '쏘우'(Saw, 2004년)는 공포물이라기 보다 스릴러에 가깝다.
괴물이나 귀신이 나와서 설치거나 잔혹한 살인마가 등장해 앞뒤 가리지 않고 피범벅을 만드는 공포물이 아니라 '양들의 침묵'처럼 벌어지는 상황을 추적하며 범인을 쫓는 게임 같은 영화다.
물론 그 상황이 끔찍하지만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공포보다는 가슴을 졸여야 하는 긴장된 순간이 더 많다.
내용은 어느날 이유도 모른채 납치된 두 남자가 욕실에 사슬로 묶여서 풀려나기 위해 정체불명의 범인이 준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피말리는 두뇌 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함정과 문제들이 등장하고 범인의 뒤를 쫓는 형사와 함께 보는 사람들도 추리에 나서게 된다.
다양한 함정과 문제를 풀 때마다 예기치 않은 반전이 벌어지며 추적자와 관객의 허를 찌른다.
그만큼 이 작품은 보는 사람을 끌어 들이는 흡입력이 강하다.
그것이 이 작품의 묘미다.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가슴을 졸이며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여기에 분명한 메시지도 담았다.
살아 있는 이 순간을 감사하고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것.
범인이 던지는 메시지는 위기의 순간에 놓인 사람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기발하기도 하면서 발칙한 이 작품은 당시 호주의 대학교를 갓 졸업한 신예 두 사람이 만들었다.
바로 제임스 완 감독과 이 영화에서 두 명의 주인공 가운데 아담 역을 연기한 리 워넬이다.
완 감독의 아이디어를 리 워넬이 시나리오를 쓰고 일종의 샘플 같은 단편 영화를 찍어서 미국의 제작사에 보여 줬다.
대번에 물건이 될 것이라고 알아본 미국 제작사들은 저예산을 들여 영화를 찍었는데 시범 삼아 틀어 본 선댄스영화제를 계기로 입소문이 나면서 대박이 터졌다.
극장 상영 후 이 작품은 전세계에서 제작비의 50배가 넘는 1억달러 이상의 돈을 벌었다.
덕분에 영화는 3D까지 무려 7편의 시리즈로 제작됐다.
뒤로 갈 수록 너무 울궈먹는 비판을 받았는데, 시리즈의 단초인 1편은 꽤 괜찮은 평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높이 사지만 영상의 완성도나 이야기가 두 번 볼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양들의 침묵'은 이야기를 알고 봐도 영상이나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 특히 악역의 흡입력이 대단해서 여러 번 보게 되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예산이 적다 보니 세트나 영상에 공을 들이지 못했다.
심지어 일부 장면들은 CCTV로 찍은 영상과 사진을 끼워 넣어 해결했다.
물론 이야기 구성에 맞춰 자연스럽게 해결했지만 이런 점이 눈에 거슬리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취향을 타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윤곽선이 예리하거나 디테일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어두운 장면은 디테일이 많이 묻힌다.
DTS HD MA 6.1 EX를 지원하는 음향은 요란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리어 활용도가 높은 편이며 음량이 커서 깜짝 깜짝 놀라게 된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 제작자 등 두 편의 음성해설과 추가장면, 제작과정, 배우 인터뷰, 뮤직비디오, 원작 단편, 악역 설명, 인형 캐릭터 설명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다른 부록들은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제임스 완 감독과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한 리 워넬은 호주의 로열 멜버른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다. 완 감독은 이후 '컨저링'과 '분노의 질주 더 세븐' 등을 찍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아담을 연기한 리 워넬. 그는 각본을 쓴 쏘우2,3편에도 출연했으며 '매트릭스2'에도 나왔다.
철조망 방 장면은 배우가 다치지 않도록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 철조망을 사용. 원래 완 감독은 2.35 화면비로 찍고 싶었으나 비싼 렌즈와 조명이 필요해서 1.85 대 1로 찍었다. 블루레이는 1.78로 수록됐다.
다양하면서도 섬뜩한 죽음의 장치들이 등장. 머리를 부수는 커다란 굴레는 곰 사냥용 덫을 개조한 것. 역시 배우가 연기하면서 다치지 않도록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었다.
정체불명의 악당인 직소를 상징하는 빌리 인형은 클레이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제임스 완 감독이 직접 찰흙으로 만들었다.
양 쪽에서 머리를 꿰뚫기 위해 다가오는 전동 드릴의 날은 알루미늄 호일을 감아 날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주인공 닥터 고든과 연애를 하는 여성으로 한국계 배우인 전복연이 등장. 영어 이름이 알렉산드라인 그는 정진우 감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이휘소 박사의 딸로 나왔고 '알리'에도 출연했다.
저예산 영화여서 18일 만에 촬영. 그러다보니 촬영분이 부족해 편집이 자연스럽지 못했는데 CCTV 영상과 사진을 이용해 이를 메웠다.
발을 자르는 등 끔찍한 장면은 행위만 촬영하고 잘린 발 등은 보여주지 않는다. 이후 장면은 관객이 상상하게 만들었다.
욕실, 아파트, 경찰서 등은 모두 레이시가에 있던 낡은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대부분 기존에 쓰지 않던 세트를 조금씩 바꿔 사용했으며, 촬영도 제작비 때문에 대부분 핸드헬드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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