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폴락 감독은 참으로 다재다능한 영화인이었다.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17세때 무조건 뉴욕으로 떠나 네이버후드 연극학교에서 연기를 배웠다.
고교 시절 연기자의 꿈을 키운 그는 신문배달부터 화물차 운전 등으로 열심히 일해서 학비를 마련했다.
하지만 배우가 될 기회보다는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는 19세때 모교의 연기교사가 됐다.
그때 그는 감독이 될 수 있는 영화의 기초지식을 쌓았다.
이후 1959년부터 TV배우로 활동했고, 이후 TV물 연출까지 맡았다.
1970년대와 80년대 다수의 영화를 감독한 그의 최고 흥행작은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했던 코미디영화 '투씨'였다.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에 빛나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다.
폴락은 영화를 연출하는 틈틈히 연기도 계속 병행했다.
'아이즈 와이드 샷'을 비롯해 '죽어야 사는 여자' '투씨' 등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연기와 연출 뿐 아니라 영화제작에도 남다른 감각을 발휘했다.
그가 기획 및 제작한 작품 중에 '센스 앤 센서빌리티' '리플리' '콜드 마운틴' '사브리나' 등은 꽤 성공했고 좋은 평을 받았다.
1990년대 이후 만든 작품들은 이전 작품들만 못하지만 그래도 미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꼽을 만하다.
'인터프리터'(The Interpreter, 2005년)는 그가 연출한 마지막 극영화다.
이 작품과 다큐멘터리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삶'을 끝으로 폴락 감독은 2008년 5월, 74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영화는 유엔본부에서 일하는 여성 통역관이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다뤘다.
아프리카 독재자의 유엔 연설을 앞두고 우연히 암살 계획을 듣게 된 것.
그때부터 통역관은 위협을 받기 시작하고 그를 지키기 위해 특별 경호국 요원이 파견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언뜻보면 대단한 사건이 벌어질 것 같지만 기대와 달리 영화는 극적으로 확대되지 못한다.
이것은 아마도 폴락 감독이 영화에 담고자 한 메시지 때문일 수 있다.
폴락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아무리 몹쓸 독재자라도 흔한 폭력으로 복수하기 보다는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단죄해 세상에 경각심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조했다.
그래서 상징적으로 유엔본부라는 곳을 택했고 사건의 해결도 총을 든 베테랑 특별 경호국 요원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 통역관이 대미를 장식하도록 했다.
그래서 폴락 감독은 요란한 총격전이나 볼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고 배우들의 심리 묘사에 치중했다.
그만큼 영화는 맥이 빠지며 늘어진다.
스릴러를 표방하기는 했지만 한마디로 김 빠진 맥주처럼 긴장감이 높지 않은 스릴러다.
폴락 감독의 마지막 극 영화 연출작이라는 의미만 있을 뿐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블루레이에 익숙한 시선으로 보면 많이 부족한 화질이다.
윤곽선도 두텁고 살짝 이중으로 보인다.
DVD 타이틀 기준으로 보면 평범한 화질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추가 엔딩과 삭제장면, 폴락 감독의 작업 방식과 와이드스크린 촬영에 대한 설명을 한글 자막과 함께 담았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일부 장면은 남아프리카에서 촬영.
수사 지휘관으로 잠깐 출연한 시드니 폴락 감독.
이 작품은 유엔본부 내부에서 찍은 최초의 영화다. 이를 위해 폴락 감독은 당시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을 설득해 주말에만 내부에서 촬영했다.
짐바브웨는 이 영화를 상영금지했다. 이유는 영화 속에서 묘사한 아프리카 독재자의 외모와 경력 등이 짐바브웨에서 25년 이상 장기집권한 대통령 로버트 무가베와 흡사했기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암살용 총은 사냥용으로 쓰이는 헨리 서바이벌 라이플 AR7이다. 각 부분을 분리할 수 있는 이 총은 얇고 가벼워 분해한 다음 개머리판에 넣어 갖고 다닐 수 있으며 방수처리돼 물에도 뜬다.
특별경호국의 베테랑 요원을 연기한 숀 펜. 그와 니컬 키드먼 등 배우들은 대본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이 작품은 초반 대본이 완성되지 않아 대본없이 촬영했다.
폴락 감독은 '투씨' 이후 22년만에 2.40 대 1 포맷의 와이드스크린으로 촬영했다. 그는 TV에서 영화를 방영할 때 팬&스캔으로 잘라내는 것이 싫어서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의 작품을 아예 처음부터 풀스크린으로 찍었다. 그러나 그는 영상 정보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이 작품을 와이드스크린으로 찍었다.
폴락 감독은 처음에 나오미 와츠에게 주연을 제안했다. 그러나 와츠가 거절한 뒤 그의 친구인 니컬 키드먼이 주연을 맡았다. 재키 찬도 이 작품의 대본을 받았으나 힘든 영어대사가 너무 많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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