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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당통

울프팩 2017. 3. 19. 19:33

당통은 로베스피에르, 마라와 함께 프랑스 혁명을 성공시킨 1등 공신이다.

랭스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왕실고문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마라, 에베르 등과 함께 대중적 정치모임인 코르들리에 클럽을 결성했고 자코뱅클럽에도 가입해 혁명을 이끌었다.

이후 파리코뮌에서 검찰관의 차석 보좌관으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혁명 정부의 법무장관까지 올랐다.


그는 공안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냈고 수많은 사람을 처형한 혁명재판소의 전신인 특별재판소를 설치했다.

하지만 그는 극한 대립과 폭력을 싫어한 성격 탓에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에 반대했다.


그 바람에 그는 자코뱅당에서 우파로 분류되며 좌파인 에베르측과 부딪쳤다.

에베르 측에서는 당통이 민중들의 안전을 우선시해 민중과 군대의 일치단결을 호소하는 등 탁월한 웅변 실력으로 민중들에게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자코뱅당의 의장까지 지내며 정치적 기반을 확실하게 다진 당통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바로 사치스런 생활이었다.


그는 국유재산을 사들이고 파리와 인근에 집을 세 채나 갖고 호화롭게 살았다.

이와 더불어 법무장관 시절 20만 리브르의 공금 유용 의혹을 받았으나 정확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여기에 신문을 이용해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를 공격했다.

특히 브루주아에 대해 정책 완화를 주장하며 맞서다가 정치적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그는 로베스피에르와 우베르 등에게 고발당해 자신이 설치한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았다.

재판정에서 거센 웅변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혁명 중단을 두려워한 로베스피에르 일파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아 1794년 35세 나이에 목이 잘렸다.

 

당통을 처형한 로베스피에르 일파도 3개월 뒤 테르미도르의 반동 사건으로 무너져 모든 것을 잃었다.

이처럼 극적인 사건을 정리한 영화가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당통'(Danton, 1982년)이다.

 

바이다 감독은 당통이 처형되기 전 며칠간의 긴장된 순간을 스크린에 담았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주로 로베스피에르 일파와 당통 일파의 갈등, 이들의 법정 공방에 초점을 맞췄는데 여기까지 전개된 과정이 생략돼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그렇다보니 당통이 법정에서 치열하게 쏟아내는 웅변조의 변론도 따라가기에 호흡이 가쁘다.

 

반면 영상은 상대적으로 정적이다.

대사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사건은 급박하게 전개되지만 제한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다보니 연극을 보는 느낌이 강하다.

 

화면도 공간을 꽉 채운 연극 무대처럼 구성됐고 그 안에서 인물들이 제한적으로 움직인다.

그렇다 보니 답답하게 보인다.

 

대신 인물들이 쏟아내는 대사와 캐릭터에 몰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당통과 로베스피에르의 대립을 통해 결국 누구를 위한 권력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1.66 대 1 레터박스 방식의 DVD 탕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지글거림이 보이고 윤곽선도 퍼져서 깔끔하지 못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이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당통을 연기한 제라르 드빠르디유. 이 영화를 만든 안제이 바이다는 폴란드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제 2차 세계대전때 16세 나이로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으며 전후 영화 감독을 하며 정치활동에도 활발하게 나섰다.

 

당통은 제라르 드빠르디유처럼 얼굴이 크고 어깨가 넓었으며 우렁 우렁 울리는 목소리로 열변을 토했다.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잘했던 당통은 루소, 볼테르, 몽테스키외 등에게 영향을 받은 혁명가였다.

로베스피에르를 연기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배우 보이체흐 스조니악. 그는 주로 폴란드, 프랑스, 독일 영화에 출연했다. 촬영 당시 폴란드 배우들은 폴란드어로 연기했고, 이를 다시 프랑스 성우들이 불어로 더빙했다.

로베스피에르를 그린 유명 화가 자크 루이스 다비드를 연기한 프란시체크 스타로비에스키는 실제 화가다.

당통은 민중들의 지지를 믿었기 때문에 체포 소식을 듣고도 도주하지 않았다. 바이다 감독은 폴란드 공산정권을 비판하다가 오랜 세월 망명생활을 했고 바웬사 대통령 당선 뒤 귀국해 상원의원을 지냈다. 지난해 10월 90세 나이로 숨을 거뒀다..

1980년대 국내 출간됐던 영화잡지 '스크린'에 이 작품을 소개한 글이 실렸는데, 당통의 머리를 정면으로 들고 있는 사진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당통
안제이 바이다 감독; 제라르 드빠르디유 출연; 우즈시에흐 스조니악
보이체크?당통의 죽음
게오르크 뷔히너 저/홍성광 역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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