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아는 여자 (SE)

울프팩 2004. 9. 15. 12:59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 DVD 타이틀이 출시됐다.
여자들이 즐겨 쓸 듯한 수첩 모양을 닮은 패키지가 제법 예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영상은 무난한 편.
세방현상소에서 촬영 필름을 디지털 스캔한 뒤 색보정을 거치는 DI(디지털 인터미디어트) 작업을 거쳤다고 해서 화질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일단 플리커링 외에 특별한 잡티는 없지만 색상이 극장에서 봤던 것보다 탁하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평범한 수준.

요란한 소리가 울릴 만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서라운드 효과도 많지 않다.
2장으로 구성된 만큼 부록이 많다.

장진 감독, 정재영, 이나영의 재미있는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장진 감독이 진행하는 정재영과 이나영 인터뷰, 키노드라마 영상, DI 작업에 대한 설명 등이 들어 있다.
눈길을 끄는 부록은 영화 속 영화인 전봇대 이야기를 담은 내용.

오디오 설정 메뉴와 메이킹 필름까지 들어 있어 또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잘 만들고 재미있는 영화인 만큼 블루레이 타이틀로 나왔으면 좋겠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요새 누가 고리땡(코르도이)을 입냐, 가져가!" 이별을 고하는 여인 앞에 선물 받은 옷을 내팽개치며 소리치는 대사는 모두 정재영의 애드리브이다.
헤어진 애인이 묻는다. "누구야?" "어... 그냥 아는 여자야." 그래서 제목이 아는 여자다. 재미있는 이나영의 표정 뒤로 포커스 아웃된 정재영의 대화가 들리는 이 장면은 서글프고 안타깝다.
"날 어떻게 데려왔어요?" "접어서 봉투에 넣어가지고 왔어요." "무거울 텐데..." 술 취한 정재영을 모텔로 데려온 이나영과 나누는 정재영의 대화. 다분히 판타지적 장면.
영화 속 영화 '전봇대는 사랑을 품고'. 전선을 따라 불꽃같은 사랑이 전해지는 장면. 장진식 판타지다.
"야, 너희들... 하나, 둘, 셋... 뭐가 이렇게 많냐. 아홉 명... 야구부냐?" 은행강도들과 정재영이 나누는 대사는 엉뚱한 장진식 유머화법.
정재영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죽는 순간 휴대폰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하자 이나영이 한마디 한다. "비행기 뜰 때 휴대폰 하면 안 되는데..." "몰라서 그러셨겠죠! 처음 타시니까!" 짜증스럽다는 듯 정재영이 말을 받는 이 부분도 재미있다.
형사로 깜짝 출연한 임하룡과 장진 감독(가운데 서 있는 사람).
영화 속에 등장한 술집은 실제 임하룡이 운영하는 바.
정재영은 "장진 감독이 멜로에 약하다"고 말했다. 이 영화의 유일한 러브 신.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한다.
정재영은 일류 프로선수 못지않은 하이 킥킹(공을 던지기 위해 오른발을 디딘 상태에서 왼발을 높이 들어 올리는 동작)때문에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정재영의 연기에 가장 감탄한 대목. "나이가...?" "혈액형이...?" 말 끝을 흐리며 살짝 올리는 억양이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유머러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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